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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강진웅 기자] 두산 유희관이 KIA 양현종과의 좌완 에이스 맞대결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판정승을 거뒀다. 특히 그는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7이닝을 버티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컨디션이 나빠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를 아는 그는 흔들렸어도 두산의 에이스였다.
유희관과 양현종은 2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시즌 10차전 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맞붙었다. 그리고 유희관은 7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져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11승(2패)을 수확해 삼성 피가로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날 전까지 유희관은 올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10승 2패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그는 26일까지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모두 리그 2위에 올랐었다. 팀의 에이스인 더스틴 니퍼트가 어깨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유희관은 장원준과 함께 두산의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왔다.
유희관의 상대였던 양현종도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로 최고의 투구를 펼치고 있었다. 이 경기 전까지 양현종은 15경기에 등판해 8승 2패 평균자책점 1.37로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평균자책점은 리그 유일의 1점대로 지난해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기복 있는 투구를 없앴다. 때문에 두 투수의 맞대결은 높은 관심을 끌었다. 시즌 첫 맞대결이었기에 관심은 더 높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투수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특유의 뛰어난 제구는 두 투수에게서 모두 나오지 않았다. 결국 양현종은 6⅓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져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두 번째 4실점 경기였다.
유희관도 좋지 않았다. 유희관은 1회 김주찬에게 역전 2점 홈런을 맞는 등 흔들렸다. 127km의 패스트볼이 바깥쪽으로 높게 형성됐고, 김주찬이 그대로 받아쳐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 상황에 대해 유희관은 경기 후 “많은 관중과 함께 언론의 높은 관심 속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는 것 같아 재밌었다”면서도 “하지만 나도 그렇고 양현종도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1회 때 내 공이 높았고 (김)주찬이 형에게 홈런을 맞았다”고 말했다.
특히 유희관은 “컨디션도 조금 나빠서 1회에 원래 내 패턴과 달리 직구 위주의 승부를 했는데 좋지 않았다”며 평소와 다른 볼 배합을 가져간 것이 1회 난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유희관은 급격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모습의 바탕에는 그와 배터리를 이룬 포수 양의지의 리드가 있었다. 양의지는 유희관의 제구가 이전과 같지 않자 볼 배합을 다르게 가져갔다. 특히 커브의 비율을 높여 유희관의 컨디션을 회복하려 했다. 그리고 이는 적중했다.
1회 흔들렸던 유희관이 2회부터 안정감을 찾으며 5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6회에 위기가 찾아왔다. 유희관은 6회말 선두타자 김주찬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앞선 두 타석에서 홈런과 안타를 허용한 상태였기에 너무 김주찬을 의식하다가 사구를 내줬다.
이후 유희관은 브렛 필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나지완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4-4 동점을 허용했다. 유희관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양)의지의 사인대로 던지지 않았다. 내 생각으로 싱커를 던졌고, 적시타를 맞았다. 다음 경기부터는 유념해야 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자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는 모습이었다.
이날 유희관은 경기 후 홈런 2개로 6타점을 뽑아낸 양의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유희관은 “(양)의지가 1회 이후 사인을 잘 내줬다. (홈런도 2개나 때린) 의지가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경기였다. 의지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선발투수가 5회 이상을 던져주고 있으니 지금의 성적이 가능한 것”이라면서 “유희관과 장원준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선발 야구가 되면 편하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이날 흔들리며 4점이나 내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를 펼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우르르 무너지지 않고 팀이 달아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 더욱 힘을 냈다. 결국 유희관은 투구수를 잘 관리하며 7회까지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컨디션이 나빠도 책임감 있는 투구로 버텼던 유희관은 에이스 칭호를 들을 자격이 있었다.
[유희관(첫 번째 사진),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유희관과 양의지(오른쪽, 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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