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승부조작·불법도박 '특단의 대책' 있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L이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김영기 총재가 29일 오후 취재진 앞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는다. 승부조작, 불법도박 의혹과 관련, KBL의 입장과 향후 대처 방안을 발표한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기자회견. 김 총재가 무슨 말을 내놓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김 총재의 기자회견 당위성은 충분하다. 최근 프로농구판은 매우 혼탁하다.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 및 제명이 불과 2년 전 일이었다. 약 1개월 KGC인삼공사 전창진 감독이 다시 한번 승부조작 및 불법도박 혐의로 조사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농구계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힌 상태. 전 감독은 지난 25일 서울 중부경찰서로부터 1차 소환조사를 받았고, 내달 1일 2차 조사를 받는다. 여기에 최근 전직 프로농구 선수까지 수사대상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현직 선수로 수사를 확대할수도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KBL로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가뜩이나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농구. 농구인들도 이번 사태의 파장이 커질 경우 겉잡을 수 없는, 회생불능의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

김영기 총재가 지난 1년간 시도했던 많은 변화는 대부분 현장과 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KBL과 농구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총재가 한 발 물러선 사안도, 그대로 밀어붙인 사안도 있었다. 이때 김 총재는 팬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하기보다는 이재민 경기본부장, 이성훈 사무총장 등이 취재진을 통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총재가 취임 후 이런 식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건 처음이다. 사실상 팬들의 성난 민심에 김 총재가 직접적으로 대처하는 의미가 강하다. 때문에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고스란히 팬들에게 전달되고, 팬들과의 소통 창구라는 상징성이 있다. 당연히 KBL,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수장 중 1명으로서 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사건이 2년만에 다시 일어났다.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악재. 그동안 불통 이미지가 강했던 김 총재가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일지 궁금하다. 그럴 경우 오히려 KBL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단의 대책 있나

사과만으로 끝나선 안 될 일. KBL이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면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KBL은 2년 전(한선교 전 총재 시절) 강 전 감독 사건 이후 클린 바스켓 센터를 운영, 자체적인 감시 시스템을 강화했다. 하지만, 전 감독과 전직 선수 연루까지 사실로 드러나면서 클린바스켓 역시 한계가 드러났다. 근본적으로 승부조작, 불법도박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후 수습의 성격이 강하다.

사실 KBL로서도 고민스럽다. KBL, 구단 선에서 승부조작, 불법도박에 대한 교육,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더라도 결국 이 문제는 개개인의 양심이 가장 중요하다. KBL이 10개 구단 선수 개개인을 1년 365일 감시할 수도 없다. 더구나 KBL은 수사기관도 아니다. 개개인의 사생활을 100% 추적, 사전에 승부조작과 불법도박을 완벽하게 막는 건 불가능하다. 금지약물의 경우 제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이미 제명 외엔 다른 페널티의 의미가 없다.

사과만 하고 기자회견을 끝낼 경우, 혹은 기존의 허술한 대책만을 반복해서 내놓을 경우 KBL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승부조작, 불법도박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KBL도 전 감독 사건을 지켜보면서 대응책 마련에 절치부심해왔다. 이 부분에선 김 총재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동안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KBL 변화의 주체도 김 총재이고, KBL과 농구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도 김 총재다. 벼랑 끝에 몰린 KBL과 한국농구다. 김 총재의 기자회견에 담길 내용이 매우 궁금하다.

[김영기 총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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