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내가 어떻게 감히 배우라고 하겠냐."
원로배우 오현경(79).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많은 후배 배우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오현경은 지금까지도 연기 활동을 쉬지 않으며 뜨거운 열정을 뿜어내고 있다.
30일 EBS 초대석에 출연한 오현경은 어린 시절 연극을 보며 느낀 감동과 학창시절부터 시작된 배우의 길, 'TV 손자병법' 등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 받던 순간까지 자신의 오랜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54년도에 고등학교 연극부로 무대에 처음 섰다"는 그는 "40대까지도 배우란 소리를 못했다"고 털어놨다.
연극 무대에선 배우와 관객의 교류가 중요한데 "열악한 여건 아래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고, 어두컴컴한 객석 속에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와 감정의 교류를 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 그때 '나는 배우다' 하는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준비를 하고 그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무대에 선 것이다. 연기를 하면서도 느낀다. 초짜들은 못한다. 연기를 하면서 관객의 숨소리가 들리고, 속된 말로 무대에서 논다. 그렇게 무대에서 놀 정도가 되면 배우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40대까지도 직업을 물으면 배우란 소리를 못했다"고 한다. '내가 어떻게 감히 배우라고 하겠냐'는 생각이었다고. "40대가 넘으면서 내 선배가 몇 분 안 되더라. '아, 그럼 나도 이제 배우라고 해도 되겠다' 싶었다"는 그는 "20, 30대 때는 배우란 소리 못했다"고 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뤄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며 인기 끈 드라마 'TV손자병법'에서 이장수 과장으로 분했던 그는 "페이소스가 있었다. 웃기는 드라마였지만 내용은 전부 시큰했다"며 많은 직장인들이 'TV손자병법'을 보고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아 눈물 쏟았다고 전했다.
당시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광고 출연 제의도 많았는데 오현경은 고사했다. 돈보다는 배우로서의 자부심이 더 값졌기 때문이다.
"광고는 한 번도 안 했다. 나빠서 안 한 게 아니다. 소위 상아탑 안에서 사회에 나올 때 '난 예술 한다'며 나온 것이었고, TV에 생계 유지를 위해 간 거였다. 하지만 상업 방송국에 갔더니 별 것을 다해야 하더라. '이러다 원래 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구나' 싶더라.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싶었다. 상업방송 출연은 어쩔 수 없지만 '얼굴을 직접 상품을 파는 건 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정하고 그걸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당시 아파트 한 채가 45만원 하던 시절이었는데 무려 120만원을 가져온 한 제약회사도 거절해 주변에서 "바보 같은 자식, 너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아냐"는 타박을 듣기도 했을 정도였다.
오현경은 연극 무대가 끝난 뒤는 "고독하다. 무대에선 화려할지 모르지만 관객들이 돌아간 빈 객석을 보면 고독하다"면서도 "그 고독을 즐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성배우들을 재교육하는 '송백당'을 운영하기도 하는 오현경으로 "가르친다는 말은 못한다. 내 경험을 전수하는 것이다"고 했다.
식도암과 위암 투병에도 지금까지 연기를 놓지 않은 오현경. 그는 이날 방송에서 "무대에 서고 싶다. 지금도"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 = EBS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