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최동훈 감독은 2012년 7월 ‘도둑들’ GV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달수 씨는 극중에서 관객과 싸우려하지 않아요. 언제나 져주고 이용 당하죠. 코미디의 본질을 보여줘요. 오달수 씨에게 ‘선배는 우리가 힘들어서 하늘이 보내준 요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오달수는 늘 져준다. ‘도둑들’에선 애니콜(전지현)에게(뜨거운 커피물에 데이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7번방의 선물’에선 교도관에게, ‘변호인’에선 송우석(송강호) 변호사에게, ‘국제시장’에선 덕수(황정민)에게, ‘조선 명탐정’ 시리즈에선 김명민에게 져준다. 주연을 돋보이게 하면서 이야기의 물줄기를 막힘 없이 흐르게 하는 조연 역할을 오달수보다 더 잘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최동훈 감독이 ‘암살’(7월22일 개봉)을 촬영하면서 ‘하늘이 보내준 요정’을 놓칠리 없다. 최 감독은 오달수가 짝을 이루는 ‘남남케미’ 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흥행 공식을 눈여겨 봤을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변호인’의 송강호, ‘국제시장’의 황정민과 호흡을 맞춰 모두 천만영화 반열에 올려놓았다. ‘괴물’의 목소리연기까지 포함하면 ‘7번방의 선물’ ‘도둑들’ ‘변호인’ ‘국제시장’까지 5편의 천만영화를 제조했다. ‘천만 메이커’로 부를만하다.
오달수는 이번에 하정우와 ‘남남케미’를 이룬다. 하정우가 맡은 ‘하와이 피스톨’은 돈만 주면 누구든지 처리해주는 상하이의 청부살인업자, 오달수가 맡은 ‘영감’은 하와이 피스톨의 과거를 아는 유일한 인물이자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이다.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하정우를 위해 양보하거나 져주는 모습이 떠오른다. 일제 강점기 시대,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가 감초처럼 터뜨려줄 코믹연기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8월5일 개봉)에선 황정민과 티격태격하며 또 다른 ‘남남케미’를 발산한다. 오달수가 아니라면 누가 하겠는가. ‘천만 메이커’ 오달수가 연이어 스크린에 나오는 걸 보니, 여름이 왔구나!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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