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실전서 쓰지도 않고 어떻게 투수를 키우나요."
넥센 염경엽 감독이 토종 선발진 육성만큼 신경 쓰는 파트가 불펜이다. 최근 몇 년간 불펜 에이스 노릇을 했던 한현희가 올 시즌 선발로 이동했다. 대신 불펜에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지난해 조상우를 육성한 염 감독은 올 시즌 김영민과 김대우를 필승계투조로 키워내고 있다. 그냥 이뤄지는 건 없다. 이들은 많이 얻어맞고 있다. 넥센 불펜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특히 김영민의 필승조 정착이 그리 쉽지 않다. 수년간 토종 4~5선발 후보였으나 자리잡지 못했고, 올 시즌에는 불펜으로만 나오고 있다. 40경기서 2승4패6홀드 평균자책점 5.98. 최근 2경기서도 ⅔이닝 3실점, 1이닝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염 감독은 김영민을 반드시 필승계투조의 일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영민보다 볼 빠른 불펜투수 없다
염 감독은 왜 김영민을 반드시 필승조 일원으로 키워내려는 것일까. 그는 "지금 10개구단에 영민이보다 볼이 빠른 불펜 투수는 없다"라고 했다. 김영민은 우완 파워피처.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이 주무기. 상대적으로 긴 이닝을 끌고 가는 운영능력은 빼어나지 않다. 염 감독은 오히려 1이닝 정도를 막아내는 필승조에 마침맞다고 봤다.
염 감독은 "팬들 입장에선 어떤 선수가 1군에서 부진하면 빼고 2군에서 다른 선수를 올리라고 한다"라면서 "확률적으로 지금 1군에 있는 선수를 키우는 게 2군에 있는 선수를 키우는 것보다 현실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넥센 마운드 사정상 김영민을 불펜투수로 육성하는 게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염 감독은 "2군에 있는 선수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들일 뿐이다. 준비되지 않은 선수가 1군에 올라오면 100% 실패하게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영민이 성장통을 겪는다고 해서 2군에서 또 다른 투수를 올리고, 그 투수가 부진할 경우 또 2군에서 다른 투수를 올린다면 결국 누구도 1군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염 감독은 "책임은 감독인 내가 지면 된다"라고 했다. 욕을 먹더라도 김영민을 1군 실전 경험을 통해 키워내겠다는 의지다. 실질적으로 불펜투수의 경우 1군에서 얻어맞을 것을 두려워하면 키워낼 수 없다. 자칫 1승을 건 도박으로 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감독보다는 선수가 잘 되길
염 감독은 "감독과 선수가 다 같이 잘 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둘 중 택하라면 당연히 선수다. 나중에 함께했던 선수들에게 '아, 내가 그 감독 만나서 야구를 잘 할 수 있었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 선수들이 많아질수록 염 감독도, 넥센도 웃을 수 있다.
염 감독은 "김영민이 얻어맞을 때마다 화도 많이 난다. 하지만, 참는다"라고 했다. 김영민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는 "조상우, 김영민, 김대우 모두 언제든 블론세이브를 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아직 커리어를 많이 쌓은 투수가 아니다. 100% 막을 수 있는 정도의 믿음이 가는 투수는 손승락 정도"라고 했다. 결국 실전을 통해서 계속 성장시킬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은 없다. 염 감독은 3일 경기서 4점 앞선 7회 김영민이 위기를 맞자 이례적으로 마운드를 직접 방문했다. "4점차이니 편안하게 던지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만큼 김영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염 감독이 김영민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김영민처럼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들이 굳이 코너워크로 승부하려는 이유가 없다는 것. 염 감독은 "김영민의 구위는 홈런을 많이 맞을 구위가 아니다. 그런데도 많이 얻어맞는 건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코너워크를 하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고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면 결국 타자도 한 가운데 직구를 노린다. 그러면 장타를 얻어맞을 확률이 높다는 게 염 감독 설명. 그는 "제구에 신경 쓰다 공을 밀어넣으면 스피드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실제 김영민은 올 시즌 46⅔이닝을 소화하면서 10개의 홈런을 내줬다. 3일 경기서도 7-4로 앞선 8회말 선두타자 오재원에게 볼카운트 2B로 몰린 뒤 3구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다 좌월 솔로포를 맞았다.
염 감독은 "제구력이 좋지 않다면 공을 한 가운데로 던져야 한다. 대신 다양한 구종을 던져서 타자들의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하면 된다"라고 했다. 다양한 구종을 활용, 타자와 타이밍 싸움을 하라는 것이다. 결국 김영민이 실전서 깨지고 부딪히면서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로 했다.
[김영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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