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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청춘FC'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절박한 이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기회였다.
11일 첫 방송된 KBS 2TV '청춘FC 헝그리일레븐'에서는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을 지닌 참가자들의 도전기가 그려졌다. 대부분 축구라는 일생의 목표를 지니고 살아온 이들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그 좋아하던 축구와는 담을 쌓고 살아야 했다.
이번 '청춘FC' 지원자는 총 2,311명이었다. 이 중 이틀에 걸쳐 진행된 1차 테스트에 임한 참가자는 525명. '청춘FC'의 감독을 맡은 안정환 이을용은 서류심사에서 참가자들이 얼마나 절박함을 지니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심사를 진행했다. 그들의 의도대로 이날 방송을 통해 공개된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테스트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안정환 이을용과 함께 골키퍼는 이운재가, 수비수는 최진철이 각각 심사를 맡았다. 이들은 30분간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폈다. 그 중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들은 여과없이 대부분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들이었다. 유태풍 김바른 이제석 김용손 등은 축구 유망주로 어린 시절부터 범상치 않은 실력을 뽐냈지만 이들이 축구를 그만 둔 이유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때렸다.
특히 이날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올해로 23살인 이강이었다. 그는 청소년 대표팀에서 20경기 중 13골을 기록했고, FC뉘른 베르크에서 유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잇따른 불운으로 그 좋아하던 축구를 그만둬야 했다. 이날 이강은 "다시 축구를 하고 싶은 생각이나 계획은 없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그런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안정환 감독이 직접 이강을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 현재 유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이강은 갑자기 등장한 안정환 감독을 보자마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정환 감독의 계속된 설득에도 이강은 "TV를 보면 저도 축구를 계속 하고 싶다. 하지만 몸이 걱정이다"라며 여전히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강은 결국 1차 테스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다시금 축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이 밖에도 테스트를 위해 캐나다에서 날아온 션, 자메이카 출신의 크레이그, 현재 '개그콘서트'의 '도찐개찐'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병선, 그리고 서류 심사에서 당당히 통과해 이날 1차 테스트까지 치른 유일한 여자 선수 심연희도 있었다.
'청춘FC'는 축구 미생들의 완생 도전기를 그린 논픽션 버라이어티다. 첫 방송 전까지는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그 흔한 연예인 한 명 출연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려섞인 시선이 존재하기도 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오히려 참가자들의 사연과 이들을 보듬어주는 안정환 이을용의 매력이 부각돼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이들이 앞으로 그려갈 도전과 새로 만들어 낼 기회가 '청춘FC'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청춘FC'의 연출을 맡은 최재형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기회 문제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이다. 요즘 한국사회에는 어린 시절에 뭔가 한 번 삐끗하거나 하면 다시는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것 같다. 역전의 기회라는 것이 없다. 그런 사회가 건강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의도대로 다시금 축구 미생들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한 '청춘FC'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데 일조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 KBS 2TV '청춘FC 헝그리일레븐'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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