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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네티즌 의견이요? 제가 네티즌이거든요."
13일 낮.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PD의 목소리는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잠겨 있었다. "네…, 여보세요…."
전날 밤 늦게까지 인터넷 생방송을 진두지휘하고 새벽까지 남은 업무에 시달리다 겨우 잠든 듯한 박진경 PD에게 "김영만 선생님 방송 반응이 워낙 좋던데, 확인하셨나요?" 물었더니 "아니요. 전해 듣긴 했는데, 아직은 제가 못 봤네요" 하고 졸린 목소리다.
그야말로 뜨거운 인터넷 반응은 뒤로 한 채 잠에 취한 이 사람이 바로 대한민국 예능계를 뒤흔들고 있는 1982년생 박진경 PD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에 이어 이번에는 '종이접기 장인' 김영만까지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예능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그가 알려준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소통'이었다.
- 김영만 선생님을 섭외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제가 딱 그 세대다. 80년대 초반생. 어렸을 때 저 역시 따라한 기억이 있다. 또한 여러 군데서 출연 요청이 있었다."
- 김영만 선생님이 오랜만에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게 돼 걱정이 있진 않았나.
"제작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저희가 방송 하는 것도 직접 보셨다. 연세에 비해서 젊으셨다. 미팅하러 갔을 때도 스마트워치를 끼고 계셨다. 목소리도 옛날에 방송에서 봤던 그 목소리 그대로였다. 큰 걱정은 안 했다. 다만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은 좀 있었다."
- 시청자 반응은 지금 폭발적이다.
"아마도 저를 포함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사람들이 그동안 자극 받을 만한 게 없었던 듯하다. 취업준비하는 분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많은데 요즘 많이 힘들지 않나. 그 분들의 추억을 건드린 콘텐츠가 나왔지 않나 싶다. 사실 이전의 '복고'는 저 또한 공감이 안 됐다. 제 세대보다 더 이른 세대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다."
- 네티즌 의견을 많이 살피나?
"제가 바로 네티즌이다. PD라기보다는 네티즌이다."
- 여러 인물들의 출연 희망 요청이 있다. 제작진이 따로 준비하고 있는 건가?
"김영만 선생님 외에도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 저희 방송 시간이 70분 정도인데 다섯 팀을 편집해서 넣기 빠듯한 시간이다. 그래서 화제가 될 법한 분들을 나눠서 섭외하고 있다. (네티즌)요청 중 제작진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놀랄 때가 있다. 어떤 분들은 특별한 이유 때문에 아직 섭외를 안 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보고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 섭외의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인가.
"'무엇을 보고 싶어하실까' 역으로 생각한다.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닌 뭐가 필요한지 생각해본다.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게 있으면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단 점이 신선하다. 혹 요리 열풍이 지나간다고 해도 저희는 유연하게 새로운 열풍으로 옮겨갈 수 있다."
- 김영만 선생님의 재출연도 가능한가.
"그럼요. 재출연 가능성이란 말이 그렇기는 한데, 이제 막 녹화가 끝나서 화제가 됐다고 너무 저희가 그렇게 하기도(재출연 여부를 확언하기도) 그렇고, 선생님도 지긋하신 연세이시니까 일단 회의를 하게 될 것이다."
- 어제(12일) 방송에선 접속 장애가 잦았다.
"나름 대비책을 많이 세웠다. 컴퓨터를 고사양으로 바꾸는 등의 대책이 있었는데,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예를 들면 백종원씨 같은 출연자가 두 명이나 생긴 거나 다름 없어 예상치 못한 접속자가 몰려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시청률을 측정하는 데도 힘들었다."
- 다른 제작진은 방송에 직접 등장하는데, 박진경 PD는 왜 안 나오나?
"사실 생방송 때는 다섯 개 방을 동시에 보고 있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정신 없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하고, 작가들이랑도 얘기를 나눠야 한다. 신경쓸 게 정말 너무 많다.
그리고 예상 못한 부분인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재미있는 게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넣고 싶은 경우가 생긴다. 그게 자막 등에 반영된다.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제가 굳이 나서지 않는 이유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시청자들이 다 해주고 그것을 또 방송에 아무 무리 없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 프로그램이 오래 갈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깊숙이 참여할 수 있고, 김영만 선생님의 경우처럼 '말하면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제작진이자 보조 MC이기도 하다. 즐겨주시는 분들의 역할이 커서 제가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아도 연출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진다."
- 출연진 못지 않게 제작진 역시 소통에 뛰어나다.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제가 그냥 네티즌이라 생각한다."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영상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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