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제가 스스로 해냈다기 보다는 정말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좋은 작품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배우라고 단정 짓는다고 해서 배우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셔야 배우가 되는 게 아닐까요. 전 아직 많은 분들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시기에요. 그러기 위해서 무슨 작품을 하든 열심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해서 인정받아야죠.”
배우 손호준은 사람 좋고, 겸손하며, 예의 바르기로 소문난 배우다. 실제 그와 함께 작업한 사람들은 손호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배우라는 직업에 접근하는 방식 역시 겸손 그 자체다. 때문에 ‘대세’라는 호칭이 붙었음에도 소박하고 순수하기만 한 손호준이다.
하지만 첫 스크린 주연작에서 그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화려한 일탈을 꿈꾸며 해운대로 떠난 세 친구 명석(김동욱), 달수(임원희), 해구(손호준)가 눈을 떠보니 조폭, 경찰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쫓기는 신세가 돼 겪게 되는 3일 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쓰리 썸머 나잇’에서 갑에게 지친 제약회사 영업사원 왕해구 역을 맡아 코믹 본능을 발산시킨다.
“김상진 감독님께서 코믹물을 계속 해오셨어요. 제가 20대부터 봐왔던 재미있던 코믹 영화의 반 이상을 감독님이 연출하셨죠. 영화적으로 코믹물을 처음 경험했는데, 감독님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디렉션을 디테일하게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쓰리 썸머 나잇’의 대본에 마음을 빼앗겼다. 잘 만들어진 만화책 한 권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후 김상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후반 레슬링장 장면, 세 남자 주연배우들의 비키니 상상신이 이 추가되는 등 현장에서 대본의 내용이 순간순간 바뀌기도 했지만 김상진 감독의 능력을 믿고 임했다. 재미있는 경험으로 다가왔던 이런 작업은 영화를 본 뒤 김상진 감독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는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임원희, 김동욱에게 많이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임원희 선배님 같은 경우 워낙 코미디 작품을 많이 하셨잖아요. 선배님은 신 하나를 들어갈 때도 굉장히 많은 걸 준비해서 오세요. 이 작품을 하며 되게 많이 배웠어요. 동욱 형도 연기를 잘 하잖아요. 코믹 연기를 할 때도 절제 속에서 진지함이 코믹으로 가니까 재미있더라고요. 동욱 형에게도 많이 배웠죠.”
지난 2006년 EBS ‘점프2’를 통해 데뷔, 비록 주목받은지 얼마 안 됐지만 10년 동안 자신의 실력을 차근차근 다져 온 손호준은 이제 ‘대세’라 불리기 부족함이 없음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이는 배우로서 자신을 대하는 자세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따져 작품을 고르지도 못한다. 단지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아직까지는 욕심이 없어요. 가리고 따지기보다 주어진 걸 잘 하고 싶어요. 어느 순간 많은 분들이 절 배우로서 인정해줄 때, 그 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 손호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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