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스타 홈런레이스. 시즌 홈런왕과의 상관관계가 있을까.
17일 올스타전 첫 날 일정.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홈런레이스였다. 사상 최초로 이틀간 벌어졌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 시즌에는 다시 하루만에 모든 일정을 끝냈다. 드림 올스타와 나눔 올스타에서 각각 4명씩 출전, 예선 7아웃제를 거쳐 결선 10아웃제를 통해 최종승자를 가렸다.
최종승자는 드림 올스타의 황재균(롯데). 황재균은 예선서 10개의 홈런을 때렸다. 이승엽, 야마이코 나바로(이상 삼성), 지난해 우승자 김현수(두산)를 제치고 결승전에 올라갔다. 결승전서는 예선보다 1개 더 많은 11개의 홈런을 날려 생애 첫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나눔 올스타의 에릭 테임즈(NC)는 예선서 13개의 홈런을 날려 이호준, 나성범(이상 NC), 박용택(LG)을 제치고 결승전에 올라갔다. 하지만, 결승전서 2개의 홈런에 그쳐 준우승을 차지했다.
▲엄연히 다른 레이스
올스타 홈런레이스는 시즌 홈런왕 레이스와는 별개였다. 시즌 홈런 2~3위를 달리는 테임즈(28개)와 나바로(26개)는 시즌 홈런 6위를 달리는 황재균(22개)에게 무릎을 꿇었다. 나바로의 경우 예선서 3개에 그쳤다. 이밖에 홈런 좀 친다는 이승엽(7개), 이호준(5개)도 예선과 결선서 10개 넘는 홈런을 때린 황재균에게 밀렸다.
기본적으로 올스타 홈런레이스는 시즌 홈런 레이스와 별개다. 경쟁의 환경이 다르다. 경기를 중계방송한 MBC 스포츠플러스 양준혁 해설위원은 "올스타 홈런레이스는 베팅볼 투수가 제일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종범 해설위원도 "가운데에서 약간 몸쪽으로 던져줘야 한다"라고 했다. 시즌 홈런 레이스는 경기 도중에 나온다. 기본적으로 투수는 홈런을 맞지 않으려고 하다가 실투를 던져 홈런을 맞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스타 홈런레이스는 배팅볼 투수가 홈런을 맞기 위해 공을 던진다. 타자가 가장 좋아하는 구속, 코스로 공을 던져야 한다. 다른 목적이지만, 제구력이 좋을수록 유리한 건 공통점. 홈런을 맞기 위해 공을 잘 던지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타자 입장에서도 올스타 홈런레이스는 쉽지 않다. 대부분 타자는 경기 중 홈런을 노리는 스윙을 하지 않는다. 경기 상황에 따른 타자의 대처, 상대 투수의 실투 등 각종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스타 홈런레이스는 무조건 홈런만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다. 대부분 타자는 "홈런을 노린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홈런 좀 친다는 타자들도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은 결코 쉽지 않다. 심리적 영향이 크다. 경쟁자의 결과를 인지한 뒤 늦게 칠 경우 경쟁서 불리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올스타 홈런레이스 승자, 단 1명만 시즌 홈런왕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자가 그해 시즌 홈런왕에 오른 케이스는 몇 번일까. 단 1회에 불과하다. 1994년 김기태가 10회 타격 중 3차례 담장을 넘겨 올스타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한 뒤 시즌 25홈런으로 시즌 홈런왕에 등극했다. 그 외에는 단 한 시즌도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자가 시즌 홈런왕에 오르지 못했다. 올스타 홈런레이스가 1993년부터 올해까지 23차례 열렸으니 그만큼 두 홈런 레이스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게 과거 기록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실제 홈런으로 이름을 날린 타자들도 올스타 홈런레이스에선 제법 고전했다. 한국 대표 홈런타자 이승엽은 전성기 시절 시즌 홈런왕을 5회 차지했다. 그러나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은 2013년이 처음이었다. 반대로 단 한 시즌도 시즌 홈런왕에 오르지 못한 양준혁의 경우 올스타 홈런 레이스에선 1993년, 1998년, 2001년 등 3회 우승 경력이 있다. 호타준족이었던 박재홍도 올스타 홈런레이스서 3회(1997년, 1999년, 2008년) 우승했다. 홈런타자보다는 중, 장거리 타자에 가까운 김태균도 올스타 홈런레이스 3회(2005년, 2007년, 2012년) 우승했다. 물론 양준혁과 박재홍은 전성기 시절 수준급 홈런생산능력을 갖고 있었다. 김태균도 언제든지 홈런을 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번 올스타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한 황재균의 경우 당일 컨디션과 배팅볼 투수의 제구력 등 주변 환경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다만, 황재균은 경기 후 체계적인 벌크업이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홈런 타자가 아니라면 올스타 홈런레이스에 나서는 것도 어렵고, 우승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황재균의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은 운이 아닌 노력과 실력이다. 올 시즌 황재균은 데뷔 첫 20홈런을 넘겼고, 30홈런을 바라보는 장타자로 성장했다. 다만, 과거 일부 홈런레이스 우승자들이 후반기에 타격밸런스가 붕괴됐던(올스타 홈런레이스서 의식적으로 홈런스윙을 하면서 좋았던 밸런스를 상실) 사례만 조심하면 된다.
[올스타 홈런레이스(위),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자 황재균(아래). 사진 = 수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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