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농구 10개 구단에 1년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19일부터 22일(이하 한국시각)까지 2015-2016시즌 외국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가 진행된다. 19일에는 신장측정 및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고, 20일과 21일에는 데저스 오아시스 고등학교에서 트라이아웃이 개최된다. 그리고 22일 새벽 2시 팜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대망의 드래프트가 개최된다.
10개구단에 매우 중요한 나흘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 외국선수제도는 확 바뀌었다. 2008-2009시즌 이후 7년만에 신장제한이 부활했다. 193cm를 기준으로 장, 단신자를 1명씩 선발한다. 그리고 정규시즌 4라운드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2,3쿼터에 장, 단신자가 동시에 뛸 수 있다.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KBL은 원안대로 밀어붙였다. 여기에 예년보다 1개월 당겨진 정규시즌 개막, 초반 아시아선수권대회와 겹치는 일정 등 변수가 수두룩하다. 10구단으로선 바뀐 제도에 최대한 적응, 외국선수와 함께 최상의 전력을 꾸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장신자는 KBL 경력자?
몇몇 농구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이번 외국선수 드래프트서도 대체로 KBL 경력자가 우대 받는 분위기다. 최근 몇년간 트렌드가 그랬다. 대부분 구단이 검증된 외국선수와 재계약했고, 드래프트서 뉴 페이스를 뽑는 데 신중했다. 외국선수 입장에선 KBL이 대우 측면에선 매우 훌륭하지만, 고유의 스피드한 컬러, 서양과 전혀 다른 문화 등 결코 적응하기 쉬운 리그가 아니다. 외국선수의 적응 실패는 곧 팀 성적하락으로 이어지기 쉽다. 때문에 구단들 입장에선 애당초 모험을 하기 싫다.
한 농구관계자는 "이번에도 KBL 빅맨 경력자들이 상위순번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한 193cm이상 장신자는 105명, 단신자는 126명. 총 231명 중 KBL 경력자는 38명. 그 중에서도 리카르도 라틀리프, 데이비드 사이먼, 로드 벤슨 등이 단연 1순위 후보라는 귀띔. 이들은 KBL에서 수년간 뛰었다. 한국농구를 잘 안다. 이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는 빅맨들이 많지 않다. 그리고 200cm 이상의 장신이면서 테크닉까지 갖춘 자들이 실제 트라이아웃 현장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현장에 나타나더라도 한국 적응은 별개의 문제. 그런 선수들(NBA 등 화려한 경력자)이 실제 선발되더라도 많은 몸값요구 등 팀 케미스트리를 망가뜨린 케이스가 많았다.
▲193cm 이하 어떻게 선발할까
또 하나의 화두는 193cm 이하의 선수를 어떻게 선발하느냐다. 애당초 KBL이 신장제한 재도입을 발표했을 때 여론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던 건 맥도웰형 언더사이즈 빅맨의 대거 유입에 대한 우려였다. 취지는 단신 테크니션 선발이지만, 정작 구단들은 성적을 위해 사실상 빅맨 2명을 뽑지 않겠느냐는 것. 그런 2명의 장신자가 동시에 뛰면 한국농구의 황폐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때문에 과거에도 193cm이 조금 넘는 파워포워드, 혹은 언더사이드 빅맨들이 단신자로 분류, 지명확률을 높이기 위해 신장 측정 때 각종 꼼수를 부려 키를 낮추는 촌극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꼼수는 불가능할 듯하다. KBL은 이번 트라이아웃 신장측정 때 엉거주춤하게 서있거나 무릎을 구부리는 등 신장을 193cm 이하로 낮추려는 선수에게 경고를 준다. 경고 2회 부여시 자동적으로 193cm 이상 장신자로 분류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 맥도웰 유형의 쓸만한 언더사이드 빅맨이 이번 트라이아웃에 그렇게 많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그런데 실제 그런 유형의 파워포워드가 트라이아웃에 나타나더라도 구단들이 과감히 택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과거와는 달리 수비자 3초룰이 없어진 상황서 골밑 수비가 강화됐다. 그리고 각종 변형 지역방어가 발달하면서 과거와는 달리 어중간한 사이즈의 빅맨이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실제 또 다른 관계자는 "어설프게 맥도웰같은 선수를 데려오느니 한국농구에 최적화된 포웰(197cm)을 장신자로 뽑고 190cm대 가드를 뽑는 게 낫다"라고 했다.
실제 구단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부분. 포웰이나 애런 헤인즈(200cm)는 분명 193cm이 넘지만 장신자들 중에선 작은 신장. 하지만, KBL 적응이 끝났고 그 누구보다 효율적인 외국선수들. 특히 1라운드 후반 지명팀들의 경우 쓸만한 빅맨들이 선발된 뒤 적지 않은 고민에 휩싸일 수 있다. 다소 검증되지 않은 빅맨을 뽑느냐, 아니면 키는 크지 않지만, 검증된 포웰이나 헤인즈를 장신자로 뽑고 테크니션 가드를 뽑느냐에 대해 장고를 거듭할 듯하다.
▲BQ 지수 높은 선수를 찾아라
한편으로 이번 드래프트서는 똑똑한 외국선수, 즉 BQ(농구 아이큐)가 높은 선수를 선호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올 시즌은 변화가 크다. 구단 관계자들, 감독들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폭의 변화다. 일단 시즌이 예년보다 1개월 빨리 개막하면서 외국선수가 KBL과 각 팀에 적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KBL은 외국선수의 각 구단 합류 허용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지만, 어쨌든 적응의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
또한, 시즌 초반 일정이 아시아선수권대회와 겹치면서 전력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팀들이 많다. 그 공백과 외국선수의 KBL 적응, 조직력 구축에 대한 변수가 서로 맞물릴 경우 각 팀들의 전력 변동 폭은 가늠할 수 없을 전망. 전력 약화를 막을 수 없는 팀도 나올 것이고, 오히려 외국선수의 분전과 기존 국내선수의 각성으로 기대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팀도 나올 수 있다. BQ지수가 높은 외국선수가 있는 팀이 후자에 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혼돈은 4라운드 시작, 즉 외국선수 2명 동시 기용이 가능해지는 시기에 또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변수 속에서 10개 구단 감독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신중한 선택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외국선수 트라이아웃 장면.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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