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이 ‘갓승완’으로 진화한 ‘베테랑’ [MD리뷰]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베테랑’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이 영화의 강점은 머리 아픈 스토리가 없다는 것. 선과 악이 분명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액션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액션 키드’에서 ‘갓승완’이 된 류승완 감독은 제 장기를 톡톡히 발휘하는데, 허세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액션 신들이 보는 내내 청량감을 안긴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류승완 감독은 호쾌한 액션을 선보이며 자신들이 충무로 최강콤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부산항 추격신은 웃음을, 클라이맥스를 책임지는 서도철과 조태오의 마지막 추격신과 격투신은 짜릿함을 안기며 각기 다른 맛을 선사하는 ‘액션 베테랑’ 다운 모습을 보인다.

배우들은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베테랑’의 스토리를 보완,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들에 몰입하게 한다. 주축이 되는 광수대 에이스 서도철 역의 황정민과 망나니 재벌 3새 조태오 역의 유아인은 물론 조태오의 그림자 최상무 역의 유해진, 광수대 오팀장 역의 오달수 그리고 광수대 홍일점 미스봉 역의 장윤주까지 더할나위 없다.

황정민, 유해진, 오달수는 연기에 대해 논하는 것 조차 미안할 정도로 명품 연기를 선보인다. 연기 변신을 한 유아인은 ‘베테랑’을 통해 첫 악역에 도전하는데, 그 스스로 영화가 공개된 후 ‘XXX’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할 만큼 독보적 악역으로 눈길을 모은다. 올해의 악역 상을 줘도 좋을 만하다. 스크린에 첫 데뷔하는 장윤주는 망가짐도 불사하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맛깔스러운 대사도 귀에 착착 감기는데 “징역은 나오는 맛에 들어가는 것”, “몽타주가 우리 관할” 등 재기발랄한 대사들로 폭소케 한다. 그렇다고 가볍게 웃고 즐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면에서 자주 봤을 법한, 특정 사건을 떠올릴 법한 상황들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때문에 작게는 약한 사람, 크게는 대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서도철을 보며 힐링 받게 된다. 스크린 밖에 서도철 같은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베테랑’은 단순한 영화다. 법 위에 서 있는 힘 있는 사람과 ‘우리’ 같은 소시민이 등장,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펼쳐진다. 위안을 받고, 웃다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영화가 바로 ‘베테랑’이다.

[영화 ‘베테랑’ 포스터와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외유내강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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