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85승이면 우승하겠어."
한화 김성근 감독은 21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85승이면 우승할 것 같다. 6할 승률팀이 나오는 건 어려울 것 같다"라고 했다. 144경기 체제의 원년. 우승팀, 포스트시즌 진출팀의 승수와 승률을 가늠하는 건 쉽진 않다. 그러나 팀 전력의 냉정한 계산과 앞 날을 바라보는 수읽기 능력이 탁월한 김 감독의 말이라면 허투루 지나칠 순 없다.
역대 정규시즌 우승팀은 대부분 승률 6할을 넘겼다. 126경기, 133경기, 128경기 승률 계산으로 순위를 가렸던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시즌 우승팀들 중 6할 미만 승률을 거둔 팀은 2006년 삼성(0.593), 2013년 삼성(0.595)밖에 없었다. 2006년의 경우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5위 두산도 승률 0.512를 찍었고, 2013년에도 5위 롯데가 승률 0.532를 기록했다. 그만큼 중상위권 팀들이 1위 삼성을 비롯한 선두권 팀들을 많이 괴롭혔다는 것. 반면 삼성이 승률 0.624로 우승했던 지난해의 경우 승률 5할 이상을 찍은 팀이 삼성 포함 넥센, NC까지 3팀에 불과했다. 그만큼 삼성과 넥센, NC의 기세가 거셌다.
▲6할 없다, 5할 이상만 6팀
10개 구단·144경기 체제의 원년. 시즌 초반 승수자판기였던 KT가 트레이드로 전력을 강화했다. 7~9위에 처진 KIA, 롯데, LG도 만만한 전력이 아니다. 4할3푼~7푼의 승률로 중, 상위권 팀들을 잘 잡아낸다. 결국 올 시즌 10개구단의 전력은 상당히 평준화됐다. 6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선두 삼성과 6위 SK의 승차는 6.5게임에 불과하다. 시즌 절반이 지났지만, 극심한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했던 선두 삼성, 2위 두산, 3위 NC가 그렇게 강력한 전력이 아니다. 중,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서로 물고 물리면서 선두권 팀들이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삼성이 5~6월 이후 치고 나갔지만, 올 시즌에는 승률 0.588에 불과하다. 삼성 자체적으로도 2010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까지 치르면서 피로 누적, 부상자 속출로 예년보다 투타에서 힘이 다소 떨어졌다. 더 이상 삼성을 두려워하는 팀은 없다. 그런데 두산과 NC도 삼성을 집어삼킬만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세부적 약점이 있다.
▲85승으로 본 삼성 두산 NC
김 감독이 우승 예상승수로 85승을 내세운 건 우승팀이 85승을 찍으면 다른 팀들이 85승에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미. 실제 85승을 거두면 패수는 59패(무승부는 없다고 가정)다. 승률은 0.590에 불과하다. 결국 김 감독은 어느 팀도 6할을 찍을 수 있는 전력이 아니라고 본 것. 그리고 어느 팀이든 약 0.590 정도의 승률만 올려도 우승이 가능하다는 계산.
그렇다면 현재 1~3위 삼성, 두산, NC는 잔여경기서 85승에 도달할 수 있을까. 50승35패, 승률 0.588의 삼성은 59경기를 남겨뒀다. 잔여경기서 35승24패, 승률 0.593을 거두면 85승에 도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48승35패, 승률 0.578의 두산은 61경기를 남겨뒀다. 잔여경기서 37승24패, 승률 0.607을 찍으면 85승에 도달한다. 지금보다 승률 3푼1리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계산. 47승35패2무, 승률 0.573의 3위 NC는 60경기를 남겨뒀다. 잔여경기서 38승22패, 승률 0.633을 찍어야 85승이 가능하다. 지금보다 승률 6푼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삼성, 두산, NC의 게임 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막상 85승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삼성은 승수 페이스를 조금만 더 끌어올리면 85승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두산과 NC의 경우 지금보다 좀 더 많은 힘을 내야 85승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삼성, 두산, NC가 후반기에 서로 물고 물릴 경우 누구도 85승을 돌파하지 못할 수도 있다. 넥센 등 4위 이하의 팀들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의 페이스만 보면 85승 달성이 쉽지 않다.
▲변수는 월요일 경기·더블헤더
현 시점부터 특정 팀들이 엄청나게 승수 쌓기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85승으로도 우승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겨운 시즌 막판에 전반기에 쌓았던 승률 이상으로 급격히 승수를 쌓은 팀은 많지 않았다.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김 감독은 "앞으로는 월요일 게임, 더블헤더가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56경기가 우천취소, 9월 13일 이후 일정으로 밀렸다. 그런 상황서 8~9월 게릴라성 폭우, 태풍이 발생할 경우 우천취소 경기는 더 늘어날 수 있다. 11월 8일 개막하는 프리미어 12 준비를 위해 10월 말까지 한국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게 KBO의 계획. 8~9월 월요일 경기, 최악의 경우 더블헤더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야구계의 견해.
통상적으로 월요일 경기, 더블헤더는 선수들의 체력 저하를 심화시킨다. 전력이 좋은 팀도 승수 쌓기가 힘겨워진다. 월요일 경기 혹은 더블헤더가 특정 팀의 상승세를 막고 순위싸움의 혼전을 극대화시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김 감독이 제시한 우승팀 필요승수 85승은 이런 변수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김성근 감독(위), 선두 삼성 선수들(가운데), 야구장(아래). 사진 = 수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