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유아인을 각자 어떤 식으로 정의했던 영화 ‘베테랑’ 속 그의 모습을 본다면 그동안의 이미지가 와장창 무너질 듯하다. 20대 청춘을 대변했던 그는 스크린 속에서 순도 100% 악의 결정체가 된다.
유아인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인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맡아 기존 볼 수 없었던 매력들을 스크린에 펼쳐놓는다. 마치 처음부터 악인이었던 것처럼 불순물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악, 그 자체를 보는 듯한 소름 돋는 경험을 선사한다. 소시민, 반항하는 청춘 등의 역할을 자신만의 색깔로 연기하며 많지 않은 나이에도 독보적 연기세계를 선보였던 유아인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에게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함을 알렸다.
영화가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많은 이들은 조태오의 모습을 보고 분노했다. 유아인 스스로 ‘XXX’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할 만큼 뜨거운(?) 반응이었다. 첫 악역에 도전한 그에게는 칭찬이나 다름없는 셈. 욕을 많이 들어서 오래 살 것 같다는 농담에 “개봉하면 그 때는 더 오래 살 걸요. 장수할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답할 정도로 기분 좋은 호평이었다.
“조태오가 재벌 3세고 갖은 악행을 저질러요. 정의로운 주인공 서도철(황정민)과 대척점에 서는데 좀 더 강인하고 공포스럽게 생겨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한테 잘 어울릴까, 그런 두려움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악역이라 부담된다기 보다는 잘 어울릴까, 긴장감 있는 역할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까, 내 얼굴로 이 연기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까 같은 것들이 걱정됐죠.”
그에게는 조태오를 ‘잘’ 연기해내는 것이 미션이었다. 주로 영화 속에서 선한 인물을 연기했고 청춘의 순수함, 혼란스러움, 굴하지 않는 열정 그리고 에너지 등을 발산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유아인인 만큼 이런 것들을 다 깨부수고 철저한 악인이 돼 관객들 앞에 설 수 있도록 고민과 노력을 거듭했다. 그 결과 유아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조태오라는 인물이 완성됐다.
“조태오라는 악역 캐릭터가 20대가 소화할 만한 역이 아니잖아요.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선배님들이 연기해야 될 것 같은 역할 같았거든요. 그래서 20대가 어른 악역을 흉내 내는 것처럼 연기하지 않고 그 나이에 맞게 최적화 된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죠.”
이런 노력들이 통했는지 ‘베테랑’은 영화가 잘 나왔다는 호평 속에 당초 예정됐던 것보다 개봉일이 연기됐다. 그리고 한 해 중 가장 시장이 치열하다는 여름 성수기 개봉작이 됐다. 유아인에게는 8월 성수기에 자신의 주연작을 스크린에 거는 첫 경험이다. 또 첫 악역이기도 하다. 수트를 입은 것도, 영화 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욕을 한 것도 처음이다.
“제 취향과 스타일은 그대로지만 조금 발걸음이 더 가벼지워고 자유로워졌어요. 제가 자유분방한 이미지라 움직임에 제약을 뒀던 것 같아요. 그래야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이틴물보다는 그래도 나이에 비해 무게 있는 작품을 한 편이에요. 제가 저에게 식상해지다 보니 발걸음을 자유롭게 옮기게 됐고요. 발걸음, 제가 뭘 하는지가 바로 제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더 신중했고, 휴먼 드라마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데뷔 11년. 지난 10년 동안 유아인은 착실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갔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자신의 색을 찾는 작업에 집중했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배우 유아인의 얼굴을 만들어 나갔다.
“제 20대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작품들을 해온 게 잘한 것 같아요. 충분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뭐가 될 수 있는지 늘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해왔어요. 촌스러운 말이지만 (웃음) 그런 것들이 제 30대에 펼쳐진다고 봐요. 제 20대는 격동의 시기라기보다 도리어 한결같았죠. 30대가 격동의 시기가 될 수도 있을 걸요. (웃음)”
[배우 유아인.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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