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안 "장진 감독님의 평가, 항상 걱정되죠" (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사연 없는 배우가 있겠냐만은 데뷔 후 3년 간 배우 서이안이 걸어온 길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 주연작이었던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로는 조기종영의 아픔을 겪었고, 배우의 부상을 이유로 작품에 긴급 투입 된 적도 있다.

"솔직히 답답하기도 했어요. 또래의 여자배우들이 활약하는 걸 보면서 나는 왜 제자리일까라는 생각도 했죠. 그러다 오디션을 볼 때였어요. 여러 명이 함께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제 또래의 친구가 뛰어난 연기를 펼치는 걸 보게 된 거죠. 정신이 번뜩 들었어요.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시간도 부족한데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겠구나. 작은 역할이라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KBS 1TV 드라마 ‘정도전’, MBC 드라마 ‘킬미힐미’…. 그러다보니 조금은 더 얼굴을 알릴 수 있었고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차곡차곡 연기자로서 자신의 길을 밟아온 서이안. 그 때 운명처럼 찾아온 작품이 MBC 드라마 '맨도롱 또?f'이었다.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고 놀라 어찌할 줄 몰랐다는 그녀. 홍자매 작가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맨도롱 또?f'을 통해 서이안은 생애 첫 악녀 연기에 도전했다.

"이런저런 많은 작품을 했지만 시작과 끝을 모두 함께 한 작품은 '엄마가 뭐길래' 이후 '맨도롱 또?f'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갔죠. 목지원이라는 제 캐릭터에 대해 미운 정이 들기도 했고요.(웃음) 역할이 제 속을 많이 썩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작품이 끝나고 목지원이라는 아이를 보내려니까 속상하더라요. 지금도 '극중 지원이가 제발 착하게 살았으면'하는 생각을 해요."

선한 인물이 가득한 드라마 속에서 극중 목지원은 단연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는 존재였다. 악역에 처음 도전하는 서이안에겐 캐릭터의 콘셉트부터 시청자의 반응까지 어려운 것이 많았다.

"초반 1, 2회 방송 후 목지원이라는 인물의 콘셉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미리 촬영해놓은 분량이 있었고, 그 내용이 방송되는 기간 동안 댓글의 반응을 보며 저 또한 답답했죠. 태어나서 이렇게 미움을 받는 것도, 악플을 받아본 것도 처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나중에는 좋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악플도 처음에는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그걸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읽으며 조금씩 바꿔나가다보니 악플도 조금은 줄어들었죠. 서이안에 대한 악플이, 목지원을 향한 악플로 변해가는 건 기쁘기도 했어요. 처음부터 얄미운 캐릭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였으니까요."

악역을 연기하며 겪은 고충을 털어놓은 서이안. 그녀에게 조금은 짓궂은 질문을 건네봤다. 이번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갈았으니 다음 작품도 악역에 도전 해보는 건 어떨까?

"솔직히 말하면 이번 작품을 하며 정말 힘들었고, 마음고생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끝날 때가 되니 정이 들고 재밌더라고요. 아, 내가 이 기억을 가지고 다시 작품을 한다면 조금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다음에 또 악역을 한다면 더 지혜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이안은 장진 사단이라고 불리는 연예기획사 필름있수다에 소속되어 있다. 데뷔 초 인터뷰 당시 "한 번은 장진 감독님이 저한테 '밖에 나가서 똥칠하고 오지 마'라고 하시더라"는 코믹한 말을 남기기도 했던 그녀. 3년간 성실하게 성장한 배우 서이안에게 장진 감독은 지금 어떤 조언을 건넸을까?

"이번에 악플 달린 것을 보면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걱정이 그거였어요. 처음엔 선생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싶었죠. 장진 감독님의 평가는 항상 걱정이 되요."

인터뷰 말미 서이안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지난 3년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배우로 살아갈 인생을 그려온 서이안이다.

"매일 일기를 쓰는데 언젠가 '해 뜨기 전에 가장 어둡다'는 글귀를 적어놨더라고요. 깜깜할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이겨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내왔어요. 제가 힘들어할 때 주변에서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지금도 정확히 말하면 버티는 중이에요. 연기를 계속 보완해서 언젠가는 '서이안이 나오면 믿고 봐'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배우 서이안.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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