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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진부한듯 했지만 달랐다. 이제는 필수 요소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재벌들의 이야기. 하지만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는 달랐다. 뭔가 다른 재벌 이야기였다.
'상류사회'는 황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용 두 사람의 불평한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오포 세대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는 청춘 멜로드라마. 28일 방송된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다.
재벌딸과 개천용, 그럼에도 사랑. '상류사회'는 여타 드라마와 비슷해 보였다. 개인적인 욕망과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을 더 솔직하게 드러냈을 뿐, 재벌과의 사랑을 그리는 다른 드라마와 이야기 구조나 흐름은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나쁘게 말하면 진부했고, 더 솔직히 말하면 뻔했다.
그러나 '상류사회'는 시청자들에게 흔한 재벌 드라마라는 인식을 주지 않았다. 진부하고 뻔한 소재를 하명희 작가와 최영훈 감독 특유의 표현 방식으로 다른 느낌으로 살려냈다.
하명희 작가는 현실적이면서도 와닿는 촌철살인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고, 최영훈 감독은 인물 표현은 물론 '상류사회' 속 세상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극의 설정 및 이야기 흐름 역시 하명희 작가, 최영훈 감독을 통해 더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앞서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도 현실적이면서도 공감가는 대사를 선보인 하명희 작가는 '상류사회'에서 또한 장점을 배가시켰다.
거창하지 않았다. 꾸미지도 않았다. 그저 현실적인 대사 속에 상황과 인물을 그렸다. 인물 내면의 진짜 이야기에 집중했다. 상대에 속고, 자신의 마음에 속고, 복잡한 마음이 뒤섞였지만 그 마음이 돌려 전해지지 않고 솔직하게 그려졌기에 시청자들 마음 속에 콕콕 박혔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욕망남 최준기(성준), 재벌딸로 태어나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장윤하(유이), 재벌 아들의 인생을 즐겼지만 진짜 사랑을 만난 유창수(박형식), 가난하지만 사랑 앞에 순수한 이지이(임지연).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표면상에 드러난 극중 인물은 어디서 본듯 했다. 다소 진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명희 작가, 최영훈 연출을 비롯 성준, 유이, 박형식, 임지연, 4명의 배우들은 자신들이 지닌 매력으로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진부한 듯한 인물들이 신선한 스타일의 배우들을 만나 또 다른 캐릭터로 재탄생된 것이다.
재벌가의 이야기를 더 치졸하게 그린 것 역시 색다른 재미였다. 겉으로 보기엔 번듯하지만 내면은 상처투성인, 그래서 더 불행한 삶을 사는 재벌들의 이야기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상류사회'는 그 내면을 더 세세하게 들여다 봤다. 누군가는 욕망에 찌들어 있었고,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벗어나고 싶어하는가 하면 만족하는 이도 있었다.
이들이 저마다 다른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이야기는 여타 드라마의 재벌 이야기와 다르게 흘러갔다. 각기 다른 내면이 드러난 상태에서 허세 가득한 상처와 아픔은 없었다. 더 치졸해졌고, 찌질했다. 그게 진짜 현실이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다른 세상 사람 이야기라기보다 우리 이야기 같기도 했다. 재벌들의 이야기였지만 감정은 공감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상류사회'는 진부하고 고전적인 설정 속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그리느냐에 따라 또 다른 작품이 탄생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기본적인 메시지는 변함없이 전하면서도 다른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매력을 지닌, 유일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상류사회' 성준 유이 임지연 박형식(왼쪽부터), 포스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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