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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장기전으로 바라봐야했다. 남녀의 썸을 연애로 발전시키려면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방송이라는 제약 탓에 쉽게 불 붙을 수 없는 사랑이었던 만큼 SBS '썸남썸녀' 속 남녀들의 사랑은 조금 더 길게 봐야 했다.
지난 설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인 뒤 호평을 얻어 정규 편성된 '썸남썸녀'는 28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파일럿 방송 당시 좋은 반응과는 달리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였고, 결국 2%대까지 시청률이 하락하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썸남썸녀'는 '진실한 사랑'을 찾기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파트너와 동고동락하며 성장해 나가는 스타들의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그리는 예능 프로그램. 스타들이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서로 조언하고 사랑을 찾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을 담았다.
초반 '썸남썸녀'는 배우 김정난, 김지훈, 선우선, 심형탁, 이수경, 채정안, 윤소이, 채연, 가수 서인영, 강균성, 예능에서 익숙한 얼굴과 그렇지 않은 스타들이 적절히 조합을 이뤄 기대감을 높였다. 신선한 포맷 역시 호평 받았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미션이나 연출자 개입을 최소화하며 자연스러움을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럴수록 프로그램 정체성은 흐려졌다. 개개인의 깊이 있는 사연과 사랑을 찾는 과정을 그리기엔 설정 자체가 부실했다.
소개팅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을 여러번 주선했지만 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들의 장점이었던 자연스러움도 방송이라는 틀을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출연자들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보다는 출연자들끼리의 이야기가 더욱 부각됐다. 확실한 정체성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썸남썸녀'는 더 장기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출연자들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서로에게 진실된 마음을 드러낼 수 있을 때 더 열린 마음으로 진실한 사랑을 찾을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4개월은 다소 짧았다. 야심차게 연애하겠다고 나온 출연자들은 그저 좋은 친구만을 얻었다.
우정을 쌓은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썸남썸녀' 프로그램 취지에는 어긋나는 부분이다. 우정을 토대로 서로의 사랑을 응원하며 오랫동안 이들의 사랑을 보여줬다면 지금 같은 씁쓸한 폐지를 면했을지도 모른다.
4개월만의 폐지다. 4개월간 방송이라는 틀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진실한 사랑을 대놓고 찾으라는 것은 어찌 보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취지, 목표는 물론이고 시청률도 모두 성공시키지 못했으니 말이다.
한편 SBS 예능국은 오는 8월 개편을 앞두고 새 프로그램을 기획 및 구상 단계에 있다. 화요일 심야에는 이경규 배성재가 MC로 나선 SBS 파일럿 프로그램 조회 수 배틀 월드리그 '18초'가 오는 8월 11일, 18일 밤 11시 2회에 걸쳐 방송된다.
[SBS 예능프로그램 '썸남썸녀'. 사진 = SBS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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