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제 언제 나갈지 계산이 서네요."
요즘 kt wiz의 불펜 에이스는 조무근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6승 1패 평균자책점 1.90(42⅔이닝 9자책) 맹활약 중이다. 6승 모두 구원승이다. 경기 후반보다는 팽팽한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일찍 교체되면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지칠 법도 한데,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러한 자신감은 조무근의 또 다른 매력이다.
중간에서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게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올해 조무근이 구원 등판해 2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19경기 중 9경기다. 1⅓이닝 이상 던진 건 13경기. 4경기에서는 3이닝 이상 투구했다. 지난 5월 20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데뷔 첫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깔끔투를 선보였다.
전날(1일) 수원 롯데전이 인상적이었다. 조무근은 팀이 7-2로 추격을 허용한 3회초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랐다. 1사 1, 3루 위기 상황. 최준석에 안타를 맞고 승계 주자를 들여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는 깔끔했다. 3⅔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쾌투. 조무근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타선은 활화산처럼 타올랐고, 팀의 19-6 승리로 시즌 6승에 성공했다. 8월 출발이 무척 산뜻했다.
조무근은 지난달 8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0.73을 기록했다. 12⅓이닝 동안 삼진 14개를 솎아냈고, 피안타율은 1할 7푼 1리에 불과했다. 조범현 kt 감독이 인정한 확실한 무기,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타자들을 제압한다. 120km대 중반의 종슬라이더는 마치 포크볼처럼 떨어져 공략하기 쉽지 않다. 조무근은 "포크볼을 던졌었는데 제구가 잘 안 됐다. 볼카운트 손해 보는 것보다 슬라이더를 변형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성균관대 시절 조무근을 가끔 봤는데, 강한 인상이 남진 않았다. 코치들은 좋다고 하는데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조무근의 투구를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 2군에서 봤을 때는 공이 잘 떨어지길래 올리라고 했다. 확실한 무기가 있다. 종슬라이더가 좋다. 처음에는 체인지업인 줄 알았다"는 설명. 그러면서도 "선발투수 유형은 아니다. 불펜에서 2~3이닝 막는 게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조무근의 역할이다.
1일 경기 후 조무근을 만났다. "연패 끊은 것과 팀이 힘들 때 도움된 게 좋다"며 웃어 보인 조무근은 "등판 간격은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다. 체력은 괜찮다"고 말했다. 후반기 들어 조무근은 6경기에 등판했다. 지난달 22일 한화전, 26일 LG전에 등판했고, 28일~30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는 모두 마운드에 올랐다. 30일 경기에서 1⅔이닝 1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데뷔 첫 패전을 떠안았다. 체력 부담이 있을 법도 한데, 이틀 쉬고 등판해 3⅔이닝을 버틴 점이 돋보인다.
조무근이 생각하는 자신의 보직은 무엇일까. 그는 "추격조"라고 답했다. "추격하면서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 서서시 역할을 인지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그는 "이전과 비교해 언제 나갈지 계산이 선다. 오늘도 바로 준비했다. 승리 기운이 따른다는 말은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고교, 대학 시절 '체격 좋은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전부였던 청년이 당당히 kt의 필승 카드로 떠올랐다.
[kt wiz 조무근.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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