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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배우 엄정화는 여유롭지만 도전적이다. 국내 여배우 중 연기력으로 꾸준히 길을 걷고 있는 엄정화는 이번 영화 '미쓰 와이프'에서 또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엄정화는 극중 잘나가는 싱글 변호사에서 우연한 사고로 하루아침에 남편과 애 둘 딸린 아줌마로 한 달 간 살아가는 좌충우돌 이연우 캐릭터를 맡았다. 그동안 화려한 싱글녀 혹은 아이를 지켜내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성애 강한 엄마 역을 맡았던 엄정화는 이번 작품을 통해 모든 걸 내려놓고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고자 이를 갈았다.
극과 극의 캐릭터에 대해 그는 "이번 엄마 캐릭터는 아이를 곯려먹는 역할이라서 재미있었어요"라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아역배우 정지훈, 서신애와 가족으로서 호흡을 맞췄던 엄정화는 어린 배우들에게도 배울 점과 위안,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 "송승헌,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은 사람"
엄정화는 극중 송승헌과 부부로 출연해 유쾌한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인간중독'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송승헌 또한 엄정화만큼이나 이번 작품에서 힘을 빼고 현실적인 아빠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다.
"송승헌 씨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송승헌이다'라고 생각했어요.(웃음) 멀리서 작품으로만 지켜봤던 시간이 많은데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된거잖아요. 송승헌 씨도 긴장을 했다고 하던데, 서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미쓰 와이프'에 송승헌이 캐스팅된 후, 강효진 감독은 "쓸데없이 잘생긴"이라는 대사를 추가해야 했다. 엄정화는 "촬영할 때는 오히려 모르겠는데 촬영을 안하고 대기할 때는 송승헌 씨를 볼때마다 어색하고 이입을 쉽게 못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트 촬영에서 부부로 만나 양치질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 실제 부부같은 모습을 보였고 작품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배어나왔다. 엄정화는 송승헌을 가리켜 배려심이 크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친해지면 말을 편하게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승헌 씨는 친해지면서도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에요. 항상 배려심도 있고 매너도 있어서 마지막까지 고마움을 느꼈어요. 그런데 작품 끝나고 오랜만에 영화 개봉 앞두고 만났는데 '너무 송승헌이다'라는 생각이 또 들던데요. 정말 잘생겼잖아요.(웃음)"
▲ "촬영하며 '이런게 행복이구나' 느껴"
1인2역을 담당한 엄정화는 연우의 두 가지 삶에 대한 장점보다는 각자의 안쓰러운 모습을 언급했다. 가정주부로서 조금이라도 아끼면서 살려고 하는 삶과 사회적 지위가 높지만 가족애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에 대한 연민이자 안타까움이었다.
엄정화가 극중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은 컷은 극중 하루(정지훈)가 갱년기 약으로 비타민을 챙겨주는 모습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약국에서 쌈짓돈을 내밀며 "엄마가 이상해요"라며 엄마를 걱정, 기특하게 여긴 약사가 비타민제를 주는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그는 "엄마에게 비타민을 내밀면서 걱정하는 모습이나 아내만 생각하고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는 가정을 꿈꿔본 적이 없는데 촬영 중간에 아이들 노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런게 정말 행복이구나, 싶었어요. 송승헌 씨가 아이들과 목마를 태워주는 모습을 소파에서 지켜보면서 실제 가족 같은 애정을 느끼기도 했어요."
엄정화는 작품처럼, 결혼에 대한 관심이 있지만 두려움이 앞선다. 나중에 실제로 엄마가 된다면 어떨 것 같은지 묻자 "아이를 사랑할 자신은 있는데 어떻게 한 생명을 잘 이끌까, 라는 생각이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 걱정이 훨씬 앞서요. 조카 지온이를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이에요"라고 전했다.
▲ "성장의 시간, 괜히 흐른 것 같지 않더라"
엄정화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으며 배우로서도,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다. "작품을 하면서 그 캐릭터로 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켜켜이 쌓여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의 여러 캐릭터들이 모여 지금의 자신이 됐다고 밝혔다.
"시간이 괜히 흐른 것 같지 않더라고요. 어떨 때는 아픈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추억으로 남기도 해요. 묵직하게 남아있는 것들도 있고요. 분명히 작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짧을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것들이 남는다고 생각해요."
최근 한국 영화계가 블록버스터를 앞세워 성장하고 있지만, 여배우들이 설 자리는 여전히 좁다. 엄정화는 여배우들의 입지 문제에 대해 그동안 많은 질문을 받아왔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시장이 작아서 힘든 것도 있지만 여배우들의 할 얘기가 점점 없어지는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길 바라고 문화적으로도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얘기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공존하면서 같이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아지길 바라죠."
그에게 액션 장르를 바라는 주변 시선에 대해서는 "무조건 바로 할 수 있다"라며 시원스러운 대답을 건넸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엄정화는 스스로를 위해, 또 배우로서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몸을 가꾸고 있다.
"좋은 역할은 참 많아요. 어떤 배우는 한 영화를 통틀어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데 울림이 큰 연기를 보여줘요. 그런 울림이나 공감을 잘 표현하고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체적으로 잘 흘러가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정말 흥분되고 빨리 촬영하고 싶어져요. 제 몸을 들썩이게 하는 작품을 또 만나고 싶어요. 절 응원하고 기다리는 분들이 있으니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예요. 그게 얼마나 소중해요. 요즘 열정과 소중함이 더 커졌어요."
[엄정화.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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