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3경기 연속안타.
타자가 10경기 연속안타를 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아무리 타격감이 좋더라도 상대 투수의 구위가 좋다면 안타를 치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요즘같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타자들도 집중력이 떨어지게 돼 있다. 그만큼 타격은 변수가 많다. 경험 많은 베테랑 타자들도 10경기 연속안타 한번 못치고 은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 대단한 일을 프로 4년차 중고신인이 해내고 있다. 주인공은 삼성 구자욱. 5일 수원 KT전 2안타로 7월 3일 대구 LG전부터 23경기 연속안타에 성공했다. 1군 데뷔 첫 시즌을 맞이한 타자들 중에서 최다연속경기안타 신기록. KBO의 유권해석 결과 구자욱이 순수신인이 아니라서 1987년 이정훈(빙그레, 22경기)의 신인 최다연속경기안타를 깬 것으로 기록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만 22세의 젊은 타자가 23경기 연속안타를 친 건 박수를 받을 일이다.
▲강인한 멘탈
류중일 감독은 얼마 전 구자욱을 두고 "멘탈이 강하다"라고 했다. 여러 의미가 있다. 구자욱의 연속안타는 7월 3일 시작됐다. 1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장맛비로 경기일정이 들쭉날쭉했고, 7월 말부터는 엄청난 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도 타자가 23경기 연속안타를 칠 수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구자욱의 타석 집중력은 오히려 시즌 초반보다 더 좋아진 느낌.
더구나 구자욱은 7월 한 차례 연예인과 열애설(물론 해프닝으로 끝났다.)이 불거지기도 했다. 1~2일 정도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세간의 관심을 받았음에도 연속안타 기록은 끊기지 않았다. 또한, 지난 1~2일 잠실 두산전서는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도 기어코 20~21경기 연속안타를 이어갔다. 주변환경, 심리적 변화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또 하나. 엄밀히 볼 때 구자욱은 삼성의 주전이 아니다. 채태인이 시즌 초반 무릎 통증으로 빠졌을 때 1루수 미트를 꼈고, 박한이가 옆구리와 갈비뼈 부상으로 빠졌을 때 우익수를 봤다. 박해민 대신 중견수도 봤고, 박석민의 허벅지 부상 때 3루수까지 소화했다. 물론 23경기 연속안타를 치는 동안 네 개의 포지션을 모두 소화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도 우익수와 1루수를 번갈아 소화하고 있다. 1군 경험이 처음인 타자가 수비 포지션이 계속 바뀌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실책이 쏟아질 수도 있고, 그게 타격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도 많이 봤다. 그러나 구자욱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23경기 연속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역시 강인한 멘탈의 증거 중 하나.
▲팀 정신
구자욱은 이미 수 차례 신인왕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최근에는 연속안타에 대한 질문도 심심찮게 받을 것이다. 하지만, 구자욱은 항상 입버릇처럼 "팀 승리가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신인왕 경쟁자 김하성을 두고는 "나보다 더 잘한다"라고 치켜세우는 겸손함을 보여줬고, 연속안타에 대해선 "기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23경기 연속안타 직후에도 그는 "매 타석 집중해서 안타를 치는 데만 신경 썼다. 남은 경기서는 출루, 득점도 많이 하겠다. 팀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1군 첫 시즌을 치르는 선수가 내놓을 수 있는 모범 답안. 그러나 구자욱의 플레이를 보면 실제로 팀 정신이 투영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연속안타를 분명히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주자가 있을 때 의도적으로 잡아당겨 1,2간으로 타구를 보내거나,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타구를 띄워 희생플라이를 치는 모습 등은 분명 팀 배팅을 의식했다는 방증. 물론 가장 좋은 진루타는 안타지만, 타율 3할5푼의 타자도 매 타석 안타를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한 빠른 발로 기민한 주루플레이도 곧잘 한다.
구자욱은 따지고 보면 스프링캠프 때부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시즌 중반 잠시 숨 죽었던 관심도가 시즌 막판 다시 한번 크게 높아졌다. 그 속에서 23경기 연속안타와 함께 매 경기 높은 팀 공헌을 자랑한다. 굳이 신인왕, 연속안타에만 포커스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자욱의 내실은 더욱 알차다.
[구자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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