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갑용이를 달라는 팀이 많았다."
KBO리그에 또 한 명의 레전드 포수가 유니폼을 벗었다. 삼성 진갑용이 6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지영과 이흥련이 성장하면서, 진갑용의 은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진갑용은 일단 현역선수 신분을 유지한 채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한다. 시즌 후 은퇴식, 지도자 연수 등 구체적인 향후 계획이 나올 전망.
진갑용의 은퇴를 두고 많은 야구인이 시원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마찬가지. 김 감독은 진갑용과의 인연이 남다른 야구인 중 한 명. 진갑용은 1997년 OB에 입단했다. 199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약 2년 반 동안 OB에서 김 감독과 함께 생활했다. 당시 김 감독은 OB 최고참 포수였고, 진갑용은 막내였다. 김 감독은 "참 예뻐했던 후배"라며 진갑용의 프로 초창기 시절을 추억했다.
▲강단 있는 포수
김 감독에게 6일 잠실 넥센전 직전 진갑용에 대한 질문을 던졌더니 그 시절 당대 최고의 포수들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진갑용은 김 감독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준 후배. 김 감독은 진갑용을 "강단 있는 포수, 머리가 좋고 멘탈이 강한 포수"라고 추억했다. 사실 OB는 전통의 포수 명가였다. 당시에도 좋은 포수가 많았다. 하지만, 고려대 천재 포수 진갑용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입단 당시부터 잠재력이 남 달랐다.
김 감독은 진갑용의 프로 초창기 시절을 두고 "갑용이가 어릴 땐 부상이 잦아서 제대로 뛰지 못했다. 자질이 좋았는데 우리 팀에선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입단 초창기의 '어린' 진갑용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봤다. 일발장타력에 수준급 투수리드, 블로킹 등 수비력, 도루저지능력 모두 보통의 신인들과는 남달랐다. 김 감독은 그런 진갑용을 살뜰히 챙겨줬다. "어릴 때는 데리고 놀러도 많이 다녔다"라고 했다. 후배는 그런 선배를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아까 갑용이에게 전화가 와서 잠깐 통화했다. 격려해줬다"라고 털어놨다.
▲트레이드 제안 폭주
진갑용은 1999년 7월 31일 이상훈과 트레이드 됐다. 당시 OB와 삼성의 빅딜은 결과적으로 프로야구 포수 지형도를 뒤흔들었다. 김 감독은 "1999년에 (홍)성흔이가 입단하면서 갑용이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때 쯤 진갑용을 달라는 팀이 많았다"라고 회상했다. 홍성흔 또한 대형포수로서의 자질이 보였고, 당시 김인식 감독과 김경문 배터리 코치는 홍성흔을 적극 육성했다.
그러나 당시 김인식 감독은 진갑용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김인식 감독님이 갑용이를 트레이드 하려고 결정하신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진갑용은 OB의 배려 속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17년간 삼성에서 뛰면서 리그 최고의 포수로 군림했다. 16년 전 그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혹은 OB가 진갑용을 끝까지 데리고 있었다면, 지금의 진갑용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21세기 삼성의 찬란한 역사 역시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김 감독은 진갑용에게 찬사를 보냈다. "갑용이도 나이가 40이 넘었다. 그 나이에 일주일에 2~3번 정도 출전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라고 했다. 진갑용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입지가 급격히 줄었지만, 30대 후반까지도 거의 전 경기에 출전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이지영과 마스크를 번갈아 쓰면서 주 2~3회 선발 출전했다. 각종 잔부상이 많았지만, 몸 관리를 정말 잘했다. 김 감독은 "그 나이가 되면 체력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포수를 하는 게 힘들다. 워낙 신경 쓸 것도 많고 머리 쓸 일도 많기 때문"이라며 진갑용의 프로 19시즌 활약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갑용은 1999년 삼성 이적 이후에도 김 감독과 꾸준히 좋은 야구 선, 후배로 지내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갑용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지도자 연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진갑용이 훗날 코치로 일하게 되면, 그라운드에서 김 감독과 또 다른 의미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진갑용.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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