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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삶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다. 열심히 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생겨났고 최근에는 연애,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마련을 포기한 5포 세대가 등장했다. 이런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수남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 제작 KAFA FILMS 배급 CGV아트하우스)는 열심히 살면 행복해 질 줄 알았던 수남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경을 그린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이다. 이정현이 수남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자신의 연기력을 폭발 시킨다.
수남은 중학교 졸업반 때 나름대로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된다. 공장에 취직하느냐 아니면 고등학교에 진학하느냐가 그의 고민. 수남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엘리트의 삶을 꿈꾸고, 자격증 최연소 최다 보유자 타이틀까지 꿰찬다. 하지만 컴퓨터가 도입되며 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타자, 주산 같은 걸 아무리 잘 해봤자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조그만 공장에 취직을 하게 되고, 그 공장에서 규정(이해영)을 만나 결혼을 하지만 그 이후에도 그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해도 남는 건 빚뿐이다. 이런 수남에게 단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재개발. 수남은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주민들의 사인을 받으러 다닌다.
이 과정은 코믹 잔혹극이라는 장르답게 색다른 모습들로 표현된다. 수남은 자신의 방식대로 힘겨운 삶에 대항한다. 자신의 삶, 남편과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그리고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지지 않는 현실을 향해서 통쾌한 복수극을 시작한다. 마치 잔혹 동화를 보는 듯한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기하학적으로 표현해 낸다. 특히 이정현은 왜 안국진 감독이 “맹목적이면서 사랑스럽고 순수하면서도 광기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이정현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는지 확실히 느끼도록 한다.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잔혹한 행위도 서슴지 않지만 그 안에서 연민과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수남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임에도 이정현이라는 배우를 만나 납득할 만한 인물로 탈바꿈 된다. 이정현의 만개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데뷔작이자 1996년 작품임에도 아직까지 회자되는 영화 ‘꽃잎’을 이을 만하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작게는 수남의, 크게는 이 세상을 향한 복수극이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수남의 복수에 마음 한 켠이 후련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여기에 우리나라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여주인공 원톱 영화에, 이정현이라는 배우의 명불허전 연기까지 볼 수 있다.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의 재기발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틀에 박힌 빤한 상업영화제 치진 관객들에게, 아무리 성실히 살아도 삶이 힘든 관객들에게 꼭 필요한 영화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닐까 싶다. 오는 13일 개봉.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스틸과 포스터. 사진 = KAFA FILMS, CGV아트하우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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