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전도연에게 더 올라가야 할 곳이 있을까. 어느 순간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수만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도 전도연의 연기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칸의 여왕’이라 불리며 국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연기 여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버튼만 누르면 명품 연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듯 했다. 으레 전도연은 그런 줄 알았다. 그의 눈물을 보기 전 까지는.
전도연은 고려 말을 배경으로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 대의와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맹인 여검객 월소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에서 전도연은 권력에 눈이 멀어 모두에게 등을 돌린 유백(이병헌)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 사랑의 감정을 연기해야했다. 자신이 키운 홍이(김고은)를 향해서는 자애로움과 단호함, 냉정함을 내비쳐야 했다. 여기에 외강내유형 월소를 표현해내며 유려한 액션신은 물론 맹인 연기까지 선보여야만 했다.
하나만 해도 어려울 텐데 전도연은 이 모든 걸 한 영화 안에 녹여냈다. 그래서인지 멜로가 강한 ‘협녀, 칼의 기억’인데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맹인 연기를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전도연은 왈칵 눈물을 보였다. “이게 웬 주책인가 모르겠다”며 무안해했지만 그 안에 감춰둔 진심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까지 힘들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액션신이 만족스럽지 않아 나머지라도 잘 하고 싶었는데…… 신체적 한계였어요. 눈을 깜박이지 않고 초점을 한 군데 두지 않는다는 게 말예요. 제 의지와 상관없이 반응하게 되고. 그런 부분에 있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고통스러웠고 짜증도 났죠. 대사나 신도 길었고, (오랜 시간 계속 눈을 뜬 채로 버텼기 때문에) 컷을 하면 눈이 아파서 폭풍 같은 눈물을 흘려야 했어요. 마음처럼, 욕심처럼 잘 되질 않았어요.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힘들더라고요.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모니터로 보다 큰 스크린에서 보니까 못했던 게 여실히 드러나고. 그런 부분이 속상했어요.”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는 더 공들여서 찍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후회도 했다. 하지만 시간적 제약과 대체할 만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다. “내가 뭔들 못하겠어”라며 택했던 작품임에도 생각 이상으로 힘든 작업이었다. 게다가 극 중 굉장히 감정을 눌러야하는 캐릭터기도 했다. 이런 월소의 감정을 김고은이 대신한다고 여겼지만.
“월소를 대신해 감정의 진폭이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보여주는 인물이 김고은 양이라고 생각했어요. 월소의 감정을 채워주고, 중간의 시간을 보여줬죠. 감정적으로 휩쓸리고 상처 받고 폭발하는 것들을 김고은 양이 보여주는데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그 큰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간다는 게 말이죠. 저였어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김고은 양이 자신만의 색깔로 잘 잡아나갔다고 생각해요.”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전도연이지만 스스로는 무협 멜로 영화인 ‘협녀, 칼의 기억’ 같은 작품을 제외하고는 장르의 진폭이 크지 않다고 털어놨다. 항상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기본 감성이 사랑이라는 것.
“작품이나 인물이 처한 상항이 격정적이고 세서 그렇지 전 항상 인물의 베이스가 사랑인 것 같아요. 무협은 해보지 못한 장르라 다르진 하지만, 저야 말로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지 못한 여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전 죽을 때 까지 멜로를 하고 싶더라고요. 사랑의 유형과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있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젊은 사람들만 사랑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이야기가 좋고, 또 계속 하고 싶어요.”
전도연은 ‘협녀, 칼의 기억’ 외에도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았던 ‘무뢰한’을 선보였다. 또 ‘남과 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 개봉하는 세 편의 작품이 전도연에게 각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무뢰한’에서는 거친 무뢰한들 속에서 살아가는 김혜경 캐릭터를 무척 사랑했죠. ‘협녀, 칼의 기억’은 제가 조금 더 뭔가를 노력해야 한다는 것, 좌절감이나 한계 같은 것들을 느끼게 했던 작품이에요. 모두들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제 작품인데도 힘든 이야기를 연달아 보기 버겁더라고요. ‘남과 여’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 작품도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배우 전도연.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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