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강산 기자] "선발투수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줬다. 뒤에서 경험을 쌓게 해야겠다."
조범현 kt wiz 감독은 12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우완투수 엄상백을 두고 한 말이다. 엄상백은 덕수고를 졸업하고 올 시즌 kt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이날 전까지 21경기 성적은 2승 5패 평균자책점 7.70. 한화전 5경기에서는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1.20으로 좋지 않았다.
이날 엄상백은 팀이 0-4로 뒤진 2회부터 선발 주권에게 바통을 이어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의 투구였다. 원하는 코스에 정확히 던지고 얻어맞았다면 할 말이 없는데, 던질 의지 자체가 없어 보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3km에 불과했고, 10명의 타자를 상대로 6번이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했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다 보니 카운트를 잡기 위한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을 던질 수밖에 없었고, 어김없이 정타를 얻어맞았다.
2회초 선두타자 장운호에 좌전 안타, 정근우와 강경학에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추가 실점을 막아야 할 형국에 오히려 장작을 쌓았다. 변화구 위주의 자신 없는 투구 패턴이 이어졌다. 결국 김경언에게 2B 1S에서 4구째 129km 체인지업을 던지다 중견수 키를 넘는 싹쓸이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김태균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으나 정현석에게 우전 안타, 최진행에게 2루타를 맞아 2점을 더 내줬다. 140km, 137km 패스트볼에는 힘이 없었다. 곧이어 정범모마저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후속타자 권용관이 볼카운트 2B 1S에서 134km, 140km, 142km 패스트볼을 커트해내자 안 풀린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건 타자에게 지고 들어간다는 의미다. 엄상백이 그랬다. 그나마 권용관을 삼진 처리한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흐름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다. 후속타자 장운호에 120km 체인지업을 던지다 좌익수 키를 넘는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삽시간에 6점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진 것. 정근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낼 때까지 무려 51구를 던졌다. 웬만한 선발투수가 3이닝 동안 던질 공을 1이닝 만에 소비했다.
3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점수를 주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강경학과 김경언을 공 4개로 나란히 땅볼 처리한 뒤 김태균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고, 정현석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간 공은 여지없이 얻어맞았다. 후속타자 대타 조인성을 140km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4회에도 흔들렸다. 3회와 같은 패턴. 송주호와 권용관을 나란히 뜬공으로 잘 잡아냈다. 2아웃을 잡는데 필요했던 공은 7개. 그런데 이후 장운호에 볼넷, 정근우에 중전 안타를 맞더니 강경학은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후속타자 김경언을 8구 끝에 142km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실점은 막았다.
이날 성적은 3이닝 7피안타 5사사구 4탈삼진 6실점. 투구수가 무려 91개에 달했다. 3, 4회를 무실점으로 넘겼으나 불안한 투구는 반복됐다. 결국 5회부터 정성곤에 바통을 넘기고 이날 등판을 마친 엄상백이다. kt가 2회말 김상현의 투런포로 2점을 따라갔기에, 엄상백의 2회초 대량실점은 더 아쉬웠다. 결국 팀은 4-13으로 대패했다. 한화의 시즌 첫 4연승 제물이 됐고, 리그에서 가장 먼저 70패째를 당했다.
엄상백은 5월 이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5월 6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81(26이닝 11자책)로 활약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6월 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9.95로 급격히 무너졌다. 7월 6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1.48(13⅓이닝 17자책)로 만신창이가 됐고, 이날 포함 8월 4경기 평균자책점은 11.57(7이닝 9자책)이다. 후반기 5경기에서 13이닝 동안 무려 16점을 헌납했다. 평균자책점 11.07. 경기당 평균 1.23점씩 내준 셈이다.
엄상백은 1996년생, 한국 나이 20세 젊은 투수다. 데뷔 첫해부터 그에게 10승, 15승을 기대하는 이는 없다. 고교 시절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지만 프로의 벽은 높다.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다 얻어맞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없다. 하지만 성의없는 투구를 하다 실점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범현 kt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더 절실함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대로면 선발 진입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저스틴 저마노와 크리스 옥스프링, 정대현 외에 2명은 누굴 쓸 지 더 봐야 한다"고 했다. 엄상백과 주권, 윤근영 등 선발 경험이 있는 투수들이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이날과 같은 투구를 반복한다면 기회가 사라지는 건 일순간이다. 엄상백은 이날 경기를 두고두고 교훈 삼아야 한다.
[kt wiz 엄상백. 사진 = 마이데일리 DB]수원 =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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