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완벽한 반전투였다.
두산 불펜은 시즌 초반부터 불안했다. 부상, 부진을 겪는 선수가 나오면서 필승계투조의 역할이 계속해서 조금씩 바뀌었다. 부작용의 악순환을 겪으면서 잃은 승수도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리그 최강 타선과 수비진의 커버로 2위 싸움을 했다. 그리고 시즌 중반 한용덕 코치의 1군 가세 이후 불펜이 상당히 안정됐다.
15일 인천 SK전. 두산은 허준혁이 3.1이닝 동안 4실점했으나 실책이 끼면서 자책점은 없었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허준혁이 4회 김성현에게 우선상 2루타를 내주는 등 1점 뒤진 상황서 1사 3루 위기를 맞자 과감하게 허준혁을 빼고 왼손 셋업맨 함덕주를 투입했다. 불펜 총력전의 시작이었다.
함덕주는 1사 3루 위기를 극복했다. 박계현을 헛스윙 삼진, 김강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함덕주는 5회 2사까지 잡아낸 뒤 우타자 정의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그러자 김 감독은 이재원 타석에서 노경은을 투입했다.
노경은은 이재원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앤드류 브라운 타석에서 패스트볼까지 나오면서 2,3루 위기. 그러나 브라운을 유격수 땅볼로 요리했다. 탄력 받은 노경은은 6회 김성현, 최정민, 박계현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7회 김강민을 삼진 처리하자 김 감독은 왼손 박정권 타석에서 좌완 진야곱을 투입했다. 진야곱은 박정권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명기를 유격수 야수선택, 정의윤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실점하지 않았다.
8회 이재원을 상대로 사이드암 오현택이 등판했다. 14구 접전 끝 이재원을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브라운을 초구 파울 플라이로 잡아낸 오재원은 김성현 타석에서 윤명준으로 교체됐다. 윤명준이 김성현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곧바로 마무리 이현승을 올렸다. 이현승이 박계현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9회까지 1⅓이닝을 잘 막아내면서 1점 리드를 지켰다. 9회말 1사 1,3루 위기서 정의윤을 투수 땅볼, 이재원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건 백미였다.
김태형 감독의 과감한 결단, 좋은 타이밍의 투수교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확실히 두산 불펜은 시즌 중반 이후 안정감을 찾고 있다. 경험이 적은 함덕주, 오현택은 성장하고 있다. 노경은은 부상과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돌고 돌아 이현승을 마무리로 내정한 뒤 불펜이 완성됐다. 여기에 진야곱이 후반기에 불펜으로 돌아서면서 경기 상황에 따란 활용 옵션이 늘어났다.
이날 경기는 두산으로선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리그에서 가장 허약한 불펜이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백조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경기를 겪으면서 경험이 부족한 두산 필승계투조는 또 한번 성장했다. 리그 최강의 선발진과 야수진을 보유한 두산이 불펜까지 완성한 건 곧 리그 최강 전력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보면 된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경기가 강렬한 반전포인트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현승.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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