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구대성 선배님이 호주에서 5년간 그렇게 잘했는데 내가 누를 끼치면 안 된다. 그리고 내 뒤에도 호주에 올 수 있는 후배들이 많다. 내가 길을 잘 닦아 놔야 후배들도 편하게 야구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도 크다. 향후 KBO리그에서 불러준다면 당연히 도전해야죠."
우완 사이드암 투수 임경완이 호주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호주야구리그(ABL) 시드니 블루삭스. '대성불패' 구대성이 뛰고 있는 팀이다. 한국 선수로는 2번째로 호주 리그에서 뛰게 된 것. 임경완은 지난달 23일 한화 이글스에서 웨이버 공시된 이후 다른 팀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일주일간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결국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뛸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공을 손에서 놓을 일은 없다. 에이전트사인 스포스타즈 김현수 실장이 적극적으로 임경완을 도왔다. 스포스타즈 측은 "임경완은 에이전트 측에 강한 현역 연장 의지를 내비쳤고, ABL 측이 호주 비자 및 자녀들의 학업을 포함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면서 가장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보였다"고 호주행 배경을 설명했다.
임경완은 경남고-인하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8년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를 거치며 통산 555경기 30승 46패 33세이브 69홀드 평균자책점 4.18의 성적을 남겼다. 데뷔 후 16시즌 동안 매년 출전 기록을 남겼다. 또한 그의 555경기 등판 기록은 정대현(롯데, 620경기) 임창용(삼성, 614경기)에 이어 현역 사이드암 투수 가운데 3위에 해당한다. 2004년에는 홀드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SK에서 방출된 임경완은 한화에서 재도약을 노렸다. 1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고치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스스로 "그렇게 열심히 운동했던 적이 없었다"고 했을 정도. 당시 임경완의 공을 받았던 불펜포수는 "지금 페이스면 (임경완이) 바로 실전에 나가도 될 것 같다. 특히 투심패스트볼은 기가 막힌다"고 했다. 자신감을 얻은 임경완은 더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기회는 없었다. 올 시즌 1군 한 경기에 나선 게 전부였다. 아웃카운트는 하나도 잡지 못하고 볼넷만 2개 내준 뒤(1실점) 강판당했다. 지난 4월 1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이 호주 진출 전 KBO리그 마지막 1군 등판이 됐다. 퓨처스리그 23경기에서도 2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22로 뚜렷한 성적을 남기진 못했다. 결국 한화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고, 호주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계속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기쁨이 컸던 모양이다. 17일 인터뷰에 응한 임경완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그는 "현역 연장이라는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왔다. 11월 말쯤 출국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 일정은 차차 나올 것이다"며 반겼다. 다음은 임경완과 일문일답.
-호주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현역 연장이라는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 정말 좋은 기회라 흥분된다. 일단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는데, 미국이나 일본도 아니고 호주에서 뛰게 돼 느낌이 남다르다."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사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해했다. 하지만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대성 선배가 호주 무대에 진출한 이후 은연중에 후배들에게 '구대성 선배처럼 야구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었다. 김현수 실장님과도 SK 시절에 얘기했던 부분이 있다(임경완이 SK에서 뛸 때 김 실장은 구단 홍보팀 매니저였다). 인연이 됐는지 이런 좋은 기회가 왔다. 아내도 처음에는 불안해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간다고 마음먹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한화에서 웨이버 공시된 뒤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스프링캠프 때 정말 열심히 했는데
"캠프에서 운동한 게 아까워서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현역을 포기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사실 비시즌에 그렇게 열심히 운동한 적이 없다(웃음). 정말 죽을 각오로 했는데 그렇게 나오게 돼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요즘은 계속 운동하고 있다. 인하대학교에서 후배들 봐주면서 같이 하고 있다."
-구대성 선배가 호주에서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본인도 나름대로 욕심이 있을 것 같다
"욕심은 있다. 무엇보다 누를 끼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구대성 선배님이 5년간 그렇게 잘했는데 내가 누를 끼치면 안 된다. 그리고 내 뒤에도 호주에 올 수 있는 후배들이 많다. 내가 길을 잘 닦아 놓아야 후배들도 편하게 야구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도 크다."
-기회가 된다면 KBO리그에 재도전할 의향도 있나
"1~2년 하다가 좋아져서 KBO리그 팀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온다면 갈등하지 않겠나(웃음). 불러준다면 당연히 도전하겠다."
-현재 몸 상태는
"계속 퓨처스리그 뛰다가 나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없다. 이제 웨이버 공시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괜찮다. 그런 점을 보고 호주에서도 나를 부른 것 같다. 1년 쉰 것도 아니고 계속 경기에 나갔기 때문에 괜찮게 본 것 같다. 무엇보다 에이전트사에서 기회를 만들어줬다. 많이 힘써줬다."
-한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 가장 좋았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은
"16시즌 모두 최고였다. 좋지 않았던 시즌도 있었지만 그 또한 다음 시즌을 위해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KBO리그에서 보낸 시간 자체가 내겐 최고였다. 아쉬운 건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봤다는 것이다. 3개 팀을 돌았는데 친정팀인 롯데에서 뭔가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후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내가 그렇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KBO리그에서 오래 뛰었을 뿐이다. 후배들이 더 오래 야구할 수 있게끔 도움이 되고, 배움의 장을 만들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더 나아가 호주에서도 좋은 조건 속에서 야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아프지 않고, 오래 야구하는 게 목표다. 사실 호주는 KBO리그보다 경기 수는 적지만 열심히 하려다 보면 다칠 수 있다. 아프지 않게 오래 하는 게 중요하다. 또 마이너리그에서 오는 선수들과 메이저리그 출신 코치들도 많다고 하는데, 배울 점도 많을 것 같다. 그 나라의 야구는 물론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많이 배워 KBO리그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시절 임경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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