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역시 이승엽은 이승엽이다.
삼성 이승엽은 8일 대구 넥센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허벅지 통증을 안고 있었는데, 류중일 감독이 무리시키지 않는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공교롭게도 이승엽이 빠진 뒤 삼성 타선의 유기성은 살짝 저하됐다. 7번 채태인이 6번으로 이동하면서, 7~9번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
그렇게 열흘이 흘렀다. 18일 잠실 두산전. 류 감독은 KBO 엔트리 등록, 말소 규정에 따라 정확히 열흘만에 다시 이승엽을 1군에 올렸다. 그 사이 이승엽은 완벽히 컨디션을 회복했다. 류 감독은 이승엽을 늘 그랬듯 6번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이승엽도 류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결승득점을 올리며 팀에 크게 공헌했다.
2회 첫 타석. 두산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에게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천금같은 우전안타를 때렸다. 당시 0-2서 1점을 만회했으나 무사 1,3루 찬스서 박석민이 병살타를 치면서 낸 점수라 흐름은 오히려 두산으로 넘어가는 상황. 하지만, 극적인 안타로 흐름을 연결시켰다. 비록 4회 동점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복귀 첫 안타.
6회 진가가 발휘됐다. 선두타자로 등장한 이승엽은 풀카운트서 진야곱에게 좌중간 안타를 뽑아냈다. 1사 1,2루 상황서 김상수의 좌전안타 때 2루주자 이승엽이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 역전 결승점을 만들었다. 발이 빠르지 않은 이승엽으로선 짧은 좌전안타에 2루에서 홈까지 파고드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빠른 스타트와 과감한 결정, 좋은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7회에는 볼넷을 골라낸 뒤 홈까지 밟았다. 7회 한 번 더 돌아온 타석에선 2루수 내야안타로 타점도 1개를 올렸다. 심지어 9회말에는 오랜만에 1루 수비까지 소화했다.
이날 3안타를 친 이승엽은 타율을 0.346으로 끌어올렸다. 타율 0.346은 이승엽이 한일 통틀어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던 1997년(0.329)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파워와 스윙스피드는 떨어졌지만, 수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노련미는 더욱 좋아졌다. 류중일 감독도 "본인이 스윙스피드와 파워가 떨어진 걸 가장 잘 알 것이다. 그걸 알고서 컨택 위주의 타격을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풀이했다.
이승엽은 여전히 한 방이 있는 베테랑 타자다. 투수들에겐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미 불혹의 나이에 21홈런을 치고 있다. 그러나 한 방 못지 않게 정교하다. 열흘 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했어도 이승엽은 이승엽이었다. 정교한 베테랑 타자 이승엽의 6번타순 컴백으로 삼성 하위타선도 다시 위용을 찾았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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