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삼성 박한이가 갈비뼈 부상을 털고 지난 15일 포항 한화전서 1군에 복귀했다. 이승엽도 허벅지 통증을 극복하고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서 1군에 복귀했다. 이로써 박해민, 구자욱, 박한이의 외야 3:2 주전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실상 1루수 채태인까지 이 구도에 묶일 수 있다.
박한이가 돌아온 직후, 이승엽이 비워뒀던 지명타자에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이 돌아오면서 박한이는 외야 수비를 나가야 주전으로 뛸 수 있다. 일단 18일 잠실 한화전서는 채태인이 몸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구자욱이 1루수로 뛰면서 박해민과 박한이가 모두 외야수로 뛰었다. 그러나 채태인이 정상적으로 나설 수 있는 몸 상태가 된다면 박해민, 구자욱, 박한이, 채태인 중 한 명은 선발로 나설 수 없다.
▲류중일 감독의 속내
외야 3:2 경쟁, 채태인까지 포함된 4:3 경쟁은 근본적으로 구자욱 때문에 발생했다. 그는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애당초 채태인의 무릎 수술과 재활이 아니었다면 1군 엔트리에 들어오지도 못했던 운명. 그러나 이 포지션, 저 포지션을 돌며 채태인, 박한이, 박석민 등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온 구자욱을 더 이상 백업으로 쓸 수 없게 됐다. 0.340으로 타격 7위다. 팀 내에선 이승엽 다음으로 가장 높은 타율. 주전으로 쓰는 게 맞다.
류 감독은 "자욱이와 해민이가 테이블세터로서 잘해주고 있다. 흔들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자욱이가 해민이보다는 수비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어느 포지션에 둬도 그렇게 수비력이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이 부분은 구자욱의 경쟁력이 높아진 또 하나의 원동력. 빠른 발을 갖고 있어 외야 어디에 둬도 기본적인 역할을 해낸다. 류 감독은 어떻게든 구자욱의 활용도를 유지하고 싶다. 결국 수준급 타자 한 명이 주전에서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 시점에선 오히려 구자욱이 박해민, 박한이, 채태인보다 류 감독의 신뢰를 더 많이 받는 부분이 있다.
이 주전경쟁의 결정적인 순기능 하나가 있다. 대타 카드다. 앞으로 박한이, 구자욱, 박해민, 채태인 중 누군가는 대타로 대기한다. 상대팀으로선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삼성의 대타타율은 0.215로 리그 7위. 단 1~2시즌의 고민이 아니다. 고질적인 문제였다. 대타요원으로 가장 좋은 김태완이 허리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류 감독은 "그동안 마땅한 대타가 없었는데 다행스럽다"라고 했다.
▲류 감독이 제시한 기준
류 감독은 이들의 기용법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밝혔다. 그는 "일단 현재 타격 컨디션이 중요하다. 그리고 전날 성적을 봐야 한다. 전날 (안타를)못 친 선수는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구자욱, 박해민, 박한이 중 1명이 빠지겠지만, 무릎 수술 이후 1주일에 1~2경기 정도는 수비를 빼줘야 하는 채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채태인이 18일 경기처럼 선발에서 빠진 뒤 구자욱이 1루로 들어가면서 세 명 모두 선발 출전할 수도 있다. 채태인의 타격감이 좀 더 올라가면 셋 중 한 명은 선발에서 빠져야 한다.
또 하나의 기준은 데이터. 류 감독은 "상대 선발투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이터도 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타자가 유독 특정 투수에겐 타격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때가 있다. 투수의 투구 타이밍에 타자의 타격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라인업 구성에 참고해야 한다"라고 했다.
3:2경쟁, 혹은 4:3 경쟁으로 타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류 감독은 "7번 같은 경우 한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상황을 봐서 바뀔 수도 있다"라고 했다. 누가 선발에서 빠지느냐에 따라서 최적의 타순 조합이 바뀔 수 있다. 류 감독은 주전타자와 타순을 어지간해선 흔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에 워낙 유능한 타자가 많으니 류 감독도 어쩔 수 없이 매 경기 선수 배치를 고민하게 됐다.
[박한이와 채태인(위), 구자욱과 박해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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