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우리도 언젠간 올라가겠지."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의연했다. 긴 연패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편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도 언젠가는 올라갈 것"이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한화는 올 시즌 현재 53승 57패로 리그 6위다. 5위 KIA 타이거즈(54승 53패)와는 2.5경기 차. 줄곧 5위를 지키다 추월당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6연패에 빠지는 등 8월 한 달간 5승 12패(승률 0.294)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용규의 부상 공백에도 4연승을 달리며 치고 나가는 듯했으나 곧바로 6연패에 빠졌다. 특히 8월 7차례 역전패는 리그 최다 불명예.
타선 침묵이 특히 아쉬웠다. 지난 18일과 19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안타 6개로 한 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18일 1회말 김경언의 홈런으로 득점한 뒤 17이닝 동안 침묵했다. 1-2, 0-6으로 2경기를 모두 내줬다. 첫날 경기는 역전패라 타격이 더 컸다. 김 감독은 "클린업트리오가 막혔다"며 아쉬워했다. 19일 경기 직후에는 약 1시간 50분간 야간 특타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이후 한 달여만의 야간 특타였다. 그만큼 연패 탈출 의지가 강했다.
전날 대전 kt전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편안해 보였다. "마지막에 넘어가는 힘이 부족했지"라며 말문을 연 그는 "KIA와도 큰 차이가 아니다. 30경기 이상 남았다. 우리도 언젠가는 올라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중심타선이 못 쳐줬다. 잘할 때는 긴장감을 갖고 하는데, 좋지 않을 때 쑥 가라앉는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개인이 아닌 팀으로 싸워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한화는 전날 5안타 3득점 빈타 속 kt에 2-8로 졌다. 최근 7연패 기간에 19득점 44실점으로 무너졌다. 경기당 평균 2.71득점 6.29실점으로 엇박자가 났다. 김 감독도 "투타 모두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11안타 4득점으로 좀처럼 터지지 않고 있다. 경기당 평균 3.67안타 1.33득점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
김 감독의 속이 타들어 가는 이유는 또 있다. 마운드에서도 윤규진이 지난 18일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1군에서 빠졌다.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줄었다. 일단 박정진-배영수-권혁으로 승리조를 재편했는데, 이기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 게 문제.
좋은 기억을 되살려 보자. 김 감독은 SK 와이번스 사령탑으로 있던 지난 2009년과 2011년 2차례 7연패를 경험한 바 있다. 특히 2009년 7월 4일 사직 롯데전(0-1 패배) 이후 15일 잠실 LG전(2-3 패배)까지 7경기를 내리 졌다. 이 기간에 SK는 15득점 31실점으로 투타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경기당 평균 2.14득점 4.43실점이었다.
하지만 그해 SK는 8월 25일부터 연승가도를 달렸고, 아시아 신기록인 19연승(9월 16일 LG전 2-2 무승부 1무 포함)으로 시즌을 마쳤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KIA에 발목 잡히긴 했지만 그해 막판 보여준 저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김 감독도 당시를 언급하며 희망을 노래한 것.
한화는 21일 대전에서 kt를 상대로 전날 패배 설욕을 노린다. 안영명이 선발 등판해 저스틴 저마노와 맞붙는다. 쉽지 않은 승부다. 하지만 일단 연패를 끊어낸다면 에스밀 로저스-미치 탈보트가 나서는 주말 KIA 2연전을 통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기회가 생긴다. 김 감독의 말대로 한화가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김 감독이 지휘하던 2009년 SK처럼 도약한다면 그보다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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