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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확실한 무기가 있잖아."
조범현 kt wiz 감독은 신인 우완투수 조무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조 감독이 말한 확실한 무기는 다름 아닌 슬라이더. 196cm 112kg 어마어마한 체구를 자랑하는 그는 마치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종슬라이더를 앞세워 데뷔 첫해부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은 것 또한 능력이다.
조무근은 올 시즌 30경기에서 6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2.16(50이닝 12자책)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0.217)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 1.20)도 수준급. 대구상원고-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6라운드 54순위에 지명됐는데,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은 활약이다. 올 시즌 신인 투수 중 조무근보다 많은 승리를 따낸 이는 없다.
잠시 위기도 있었다. 지난 6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평균자책점이 1.84에 불과했는데, 허리 통증으로 주춤했다. 11일 한화전(1⅓이닝 2실점), 13일 롯데전(⅔이닝 1실점)에서 2패를 떠안았고, 평균자책점은 2.35까지 올랐다. 하지만 부진은 잠시뿐이었다. 최근 2경기에서 4이닝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아쉬움을 털어냈다. "조무근에게 승리 기운이 있다"는 조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보여주며 최근 4연승 기간에 2승을 도왔다.
20일 한화전에 등판한 조무근의 위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팀이 4-2로 앞선 6회말 크리스 옥스프링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고, 한화 중심타자 김태균-제이크 폭스-최진행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다.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직구 궤적으로 날아가다 확 가라앉는 포크볼과 달리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한화 타자들은 속수무책 당했다.
7회말에도 강경학-조인성-권용관을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강경학은 132km 슬라이더, 권용관은 146km 직구로 돌려세웠다. 특히 이날 최진행을 상대로 던진 2구째 직구가 148km까지 찍혔다. 이전보다 구속이 더 늘었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로 한화 타선을 완벽 제압했다. 직구 구위가 살아나니 슬라이더의 위력이 배가되는 건 당연지사.
커브와 포크볼도 가끔 던지지만 확실한 무기를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게 조무근의 생각이다. 그는 "포크볼을 제구가 잘 안 돼서 볼카운트를 손해 보는 것보다 슬라이더를 변형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품 종슬라이더'는 노력의 산물이다. 조 감독은 "성균관대 시절 조무근을 가끔 봤는데, 강한 인상이 남진 않았다. 코치들은 좋다고 하는데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면서도 "처음 2군에서 보니 공이 잘 떨어지길래 올리라고 했다. 확실한 무기가 있다. 슬라이더가 처음에는 체인지업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고교 시절 '체격 좋은 유망주'로 꼽히던 그는 이제 당당한 kt의 필승 카드다. 조 감독은 "조무근이 선발투수 유형은 아니다. 불펜에서 2~3이닝 막아주는 게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감독이 원하는 역할을 조무근은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순수 신인 투수라는 점이 더 돋보인다. 단순히 전력에 보탬이 되는 정도가 아닌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다.
조무근은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좋았을 때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정명원, 전병호 투수코치님 조언에 따라 밸런스 맞추는 데 집중했다. 컨디션이 올라온 느낌이 들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kt wiz 조무근.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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