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좋은 아이야. 잘해."
연세대는 프로아마최강전서 2경기를 치르고 짐을 쌌다. 하지만, 허훈(182cm)에 대한 찬사는 끊이질 않는다. KCC 허재 전 감독의 차남. 동부에서 뛰는 장남 허웅과는 달리 정통 포인트가드다. 그동안 허훈이 형보다 농구대통령의 끼를 많이 물려받았다는 말이 있었다. 선수를 평가하는 눈이 까다로운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좋은 아이야"라고 칭찬했다.
허훈은 20일 국내 최고의 가드 양동근과 맞대결했다.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23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로 맹활약했다. 후반전 활약이 사실상 미미했지만, 대학생인 걸 감안하면 박수 받을 만했다. 18일 SK전서도 김선형을 상대로 25점 5리바운드 7어시스트 5스틸로 펄펄 날았다. 올해 2학년인 허훈이 내년 얼리엔트리로 KBL에 도전한다면, 이종현, 강상재(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과 함께 상위권 지명이 확실시된다.
▲천부적인 패스 센스
한 농구관계자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김승현 이후 최고의 패스 센스를 가진 가드"라고 극찬했다. 김승현은 현역 시절 역대 최고의 패스센스를 가진 포인트가드였다. 동료가 공을 잡아야 할 타이밍에 공을 정확히 전달했다. 보는 사람에게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속공 상황에서의 시원스러운 아울렛패스, 노룩패스 등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그의 패스 한 방에 수비가 펑펑 뚫렸다.
허훈에게도 그런 센스가 돋보였다. 동료에게 내주는 패스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골밑에 정확히 공을 뿌렸고, 돌파 후 외곽으로 빼주는 패스도 날카로웠다. 흔히 '죽은 볼'이라는 말이 있는데, 동료가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기가 힘들 정도로 상대 수비에 꽉 막혀있을 때 공을 전달하는 걸 의미한다. 허훈은 죽은 볼을 동료에 건네지 않았다. 효율적인 볼 배급으로 최준용, 박인태 등의 득점력을 배가시켰다.
공격과 패스의 비율이 효율적이었다. 팀 밸런스를 깨지 않는 선에서 수준급 득점력도 뽐냈다. 정확한 외곽포가 돋보였는데, 캐치 앤 슈팅 능력이 굉장히 좋았다. 공을 잡고 점프를 떠서 슛으로 연결하는 타이밍이 빨라 수비수들이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다. 180cm 초반인 허훈으로선 큰 장점이다. 블록을 피할 확률을 높이기 때문. 저돌적인 돌파도 돋보였다. 드리블이 낮고 빨랐다. 공을 림에 올려놓는 타이밍도 좋았다. 속공 전개 및 마무리, 1대1 수비력도 괜찮았다. 타고난 재능에 그동안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게 눈에 보였다.
▲진화를 위한 조건들
여전히 허훈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은희석 감독은 "포인트가드로서 득점력이 좋다. 자신의 기량에 200%를 쏟아내고 있다"라면서도 "강약조절을 잘 해줬으면 한다"라고 했다. 경기 상황에 따른 공격 템포 조절의 능숙함이 필요하다는 뜻. 허훈도 "프로는 힘, 스피드에서 확실히 대학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양동근 선배님이 롤 모델"이라고 했다. 양동근의 완숙미를 배우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허훈은 "결정적인 턴오버가 많다. 줄여야 한다. 공격제한시간 24초가 거의 다 됐을 때 볼 처리도 좀 더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경험을 많이 쌓으면서 해결해야 한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볼 없을 때의 움직임이 조금 정적이다"라고 했다. 실제 허훈은 모비스전서 공격할 때 볼을 동료에 주고 외곽에 그대로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습관은 팀 공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패스를 건넨 뒤에는 포인트가드도 똑같은 공격수 중 한 명이다. 볼 없는 움직임의 세밀함을 끌어올려야 한다. 24초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역방어 대처도 숙제. 물론 모비스의 2-3 지역방어를 생전 처음 접해봤을 것이다. 매치업 존 성격을 띄고 있는데다 스위치와 도움수비 개념이 혼합됐다. 보통의 지역방어에서 생기는 공간발생의 약점을 최소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유재학 감독은 "상대에게 턴오버를 한 번 더 유발하고, 패스를 2~3번 더하게 만드는 전술"이라고 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허훈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연세대는 후반 모비스의 지역방어에 20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허훈의 후반전 공헌도도 많이 떨어졌다. 허훈으로선 좋은 공부를 했다. 상대의 변칙적인 수비에 대응하는 빠른 볼 처리 능력을 습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많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허훈은 대학 무대에 오랜만에 나타난 정통 포인트가드다. 득점력을 갖춘 공격형 가드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탑재된 천부적인 패스센스와 이타적 마인드가 허훈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그는 "아버지의 명성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것을 잘하면 된다"라고 했다. 확실히 물건은 물건이다. 프로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눈 도장을 받았다.
[허훈.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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