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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개그맨 정형돈이 왜 'MC 4대 천왕'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입증했다.
24일 밤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개그맨 정형돈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정형돈은 초반부터 입담을 폭발시켰다. 유독 긴장해 지적받자 "원래 본성 자체가 겸손하다"며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MC 4대 천왕'과 관련된 질문에는 "'4대 천왕'이라는 타이틀에 진지하게 접근 안 해도 될 것 같다. 나머지 3명을 안 밝히는 이유는 모두가 4대 천왕이기 때문"이라고 재치만점 답을 내놔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형돈을 돋보이게 만든 건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진지한 마음가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양가적 감정(양쪽 감정 어디에도 소속되면 안될 것 같은 또는 소속돼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 대중을 무서워하는 공인으로서의 자세 등이었다.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던 인간 정형돈은 개그맨이 된 후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됐다.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들을 봤을 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까 걱정됐다는 것.
대중을 대하는 진지한 마음가짐은 더 이상 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그의 고백에서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사람들이 변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
이런 정형돈이기에 대중들을 두려워했다. 개그맨이 "사람들에 대한 무서움을 느껴야 하는 직업인 것 같다"는 정형돈은 "시청자나 대중분들이 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평소는 인자하시지만 가끔 화가 나면 무섭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늘 긴장한다"는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인기 개그맨이 된 후 심경도 밝혔다. 자신이 가장 성공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냐는 질문을 받자 정형돈은 "나는 아직 성공하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좋아서 한 일이었다. 지금은 잘 해서 하고 있는 일이 됐다. 솔직히 만족도로 따지면 개그맨 신인 때가 훨씬 더 행복했던 것 같다"며 과거 호객행위를 하다 잡혀 경찰서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하루에 밥값 2000원으로 생활했을 때가 더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방송 말미 정형돈은 한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놀면서 돈 버는 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색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는 한 방청객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사뭇 진지해졌다. 그리고 응원하겠다는 방청객의 말에 눈이 붉어졌다.
이후 정형돈은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을 전했다. "이해를 해달라고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직업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이해를 해주신다고 하니까 감사하다. 고맙다. 여러분들께서 듣고 싶어 했던 이야기나 솔직한 이야기를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다. 제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내내 조심스레 자신의 입장을 전했던 것에 대해 "만약 혹시나 술 먹는 자리를 보고 만약 그 자리로 오신다면 제가 어느 쪽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진솔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이날 정형돈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잃지는 않았지만 시종일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리고 진상, 건방진 뚱보 등의 수식어와 180도 다른 진짜 정현돈의 모습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고, 또 무서워할 줄 알며,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4대 천왕'으로 불리기 손색이 없었다.
[사진 = SBS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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