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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SBS 유영미 아나운서는 참 여유롭고 멀리 내다보는 방송인이다.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살면서도 늘 변화를 꿈꾸고,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그에 대한 결실을 보여주듯 최근 그는 SBS 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으로 2015년 한국방송대상 사회공익 라디오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986년 방송을 시작한 뒤 1991년 SBS에 입사하고 1998년부터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진행했다. 당시 30대 초반 나이에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맡는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여유롭게 멀리 내다보는 그녀였기에 꾸준히 프로그램을 이어왔고,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유영미 아나운서는 수상과 함께 그간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돌아봤다. 30대 초반 딸을 임신했을 때 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왔다. 그 때 낳은 아이가 벌써 스무살. 그 시간 만큼 유영미 아나운서와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 걸어온 길은 각별하다.
"시니어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 받았을 때 젊은 방송들이 많던 시기라 저도 젊은 방송을 하고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제 또래와 놀고 싶었던 거죠.(웃음) 나의 현재 이야기를 하고싶은데 부모님 세대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까 망설였는데 방송 구성상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어요. 라디오라는 매체가 아날로그적이잖아요. '좋은 프로그램을 맡는 기회가 되겠다' 싶기도 하고, 젊어서 아름답고 화려한 것도 좋지만 마무리가 좋아야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해서 어르신들과 함께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유영미 아나운서는 가장 어려웠던 격변기에 태어난 어르신들에게 내적인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에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맡았다. 사실 이렇게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괜찮은 프로그램이기에 '3년은 지켜봐주겠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임신 초기임에도 새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나름의 사명감도 가졌다.
유영미 아나운서는 "임신 9개월까지도 뉴스 앵커를 했으니 라디오는 문제 되지 않았고 큰 어려움도 없었다"며 "처음엔 옛날 노래가 익숙하지 않아 즐겁지 않고 너무 힘들었는데 세월이 쌓이니 그런 노래들이 편하고 좋고 깊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어느날 남편이 집에 딱 왔는데 제가 또래들이 보는 프로그램이 아닌 '가요무대'를 보고 있더래요. '이 사람 더이상 고칠 수 없는 병에 빠졌네'라고 생각했대요. 전 거기서 힐링을 얻고 있었던 거죠. 제가 편해지고 즐길 수 있는 저력이 생긴 것 같아요. 왕도는 많이 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고비를 겪고 나니 이제 못 빠져 나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 들게 됐어요. 서른 다섯 즈음이었는데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금방 좋아했던 것 같긴 해요. 트렌디한 방송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5년 전부턴 PD도 맡게 되면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됐어요.(웃음)"
과거의 스타들과 일반 어르신들을 만나며 배운 것도 많다. 인생을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인생을 끌고 갈 저력과 체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 청춘이 여기 다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유영미 아나운서에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 인생 전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요. 좋은 방송을 하고싶다는 제 철학과 맞았어요. 웃고 떠드는 것보다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특히 노인 문화요. 20년 전만 해도 노인 문화 자체가 없었는데 90년대에 정부에서 노인 복지를 실행하고 노인 문화가 꽃 피면서 우리 프로그램도 더 탄력 받았죠. 어르신들과 함께 하면서 느낀건 제일 큰 행복은 평범한 것에 있다는 거예요.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거죠. 젊었을 땐 높고 큰걸 생각하는데 절대다수 절대행복이 뭘까 생각하면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는 것 같아요."
이같은 인생의 깨달음은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어르신들에게 듣고 깨달았다. 직접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삶을 보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됐다. 20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도망가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했다.
그는 "아무리 나빠도 가족을 버리지는 않지 않나"라며 "'마음은 언제나 청춘'은 뜨겁고 차갑고를 떠나 내 청춘이기도 했고 가족같은 내 삶의 일부였다. 제일 편하고 내가 숨 쉴 수 있는 곳, 꾸미지 않고 내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어떤 사람은 지겨워서 못 한다고 해요. 파도처럼 출렁이는 방송이 아니거든요. 우린 잔잔해요. 하지만 건강하죠. 95세 청취자도 봤어요. 정정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대부분 인생을 어떻게 살까 전전긍긍하는데 자기 삶에 대한 뿌듯함이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존경스럽더라고요. 하고싶은 것을 한다는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이루면 마지막이 행복할 거예요. 성공이라고 하는건 남의 잣대가 아니라 내 잣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20년간 인생 선배들과 함께 했기 때문일까. 유영미 아나운서 역시 인생관이 확고했다. 객관적인 잣대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기준에 맞는 삶의 잣대가 필요하다는 것. 내적 자부심을 갖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 박수쳐주는 건강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어떻게 하면 시니어들이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을까 함께 그 길을 찾고 싶다.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통해서.
유영미 아나운서는 "게스트들이 잘난척 하지 않고 그냥 던지고 가시는 말이 큰 울림이 있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동안 한번도 두시간으로 늘려 달라거나, 프라임 타임으로 옮겨달라고 한적이 없어요. 이 자리만 그대로 지키길 바랐죠. 이 프로그램만의 가치를 추구하고 싶었어요. 새벽 5시는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명상의 시간이죠. 내 주장만 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거예요. 힐링이 된다는 것도 그런 부분이죠. 절대 남에게 주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이에요.(웃음) 또 항상 느끼는건 노인들도 다양한 컬러가 있다는 거예요. 20년 동안 늘 그 얘기를 했어요. 다양성이 있고 개성이 있죠. 20년 동안 제 모토였어요."
힐링이 되는 시간인 만큼 3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려 한다. 시니어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어르신들만 공략하지는 않는다는 것. 3세대 공감 토크도 이뤄지고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곡도 한다. 주제가 있는 노래를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르려 한다.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눈다. 접근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접근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20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유영미 아나운서 본인도 많이 바뀌었다. 젊었을 때는 '폭풍이 와도 맞서 싸우리라'라는 패기가 앞장섰다면 지금은 물결을 타고, 바람을 타면서 때로는 노도 젖지 않고 이끌어가는대로 놔두기도 한다. 본인은 "여우가 된건지"라며 웃었지만 그간의 내공이 느껴졌다.
"젊었을 때는 어떤 형태를 제가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나운서라 제 스스로 각을 세웠던 것 같아요. 이제는 많이 바뀌었어요. 젊었을 땐 '이루리라!' 하면서 했고 거기서 희열을 느낀 것도 사실이에요. 정상에서 뭔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그래서 기를 쓰고 방송했고요. 근데 지금은 꼭 산에 오르는 것보다는 바람을 타고 물결을 타는게 더 좋아요. 가다가 꽃이 아름다우면 꽃과 놀기도 하고 하늘을 보기도 하고 현재를 즐기고 싶어요."
'마음은 언제나 청춘'과 함께 한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20년은 어떻게 내다볼까. 유영미 아나운서는 "지난 20년도 계획하고 온 것 같진 않다. 하루 하루 해야 할 것들을 했다"며 "옛날엔 성실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했는데 어르신들을 보면서 기본이 성실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성실하게 하루를 잘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젊었을 땐 열정, 도전, 창의를 좋아했는데 이제 정직하고 성실하게 장수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도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 그러면 안주하게 되잖아요. 새로움을 향한 호기심만 있다면 하루를 즐길 수 있죠. 이번에 2015년 한국방송대상 사회공익 라디오 부문 수상을 하고난 뒤에 '대견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결같은 마음으로 걸어온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이 작은 프로그램을 살펴준 심사위원들에게 고마웠어요. 이 프로그램의 가ㅣ를 인정해준 분들에게 고마우니 앞으로도 더 성실하게 해야겠죠?"
[유영미 아나운서.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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