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현 시점에선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2015 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27일 대회가 열리는 중국 우한으로 떠난다. 29일 일본(오후 6시30분)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30일 중국(오후 8시30분), 31일 태국(오후 4시), 내달 1일 대만(오후 6시30분), 2일 인도(오후 4시)전까지 5일 연속 예선 풀리그를 갖는다. 4일과 5일 상위 1~4위 국가가 크로스 토너먼트로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갖는다. 우승 국가에 내년 리우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2위와 3위 국가는 내년 최종예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여자대표팀은 7월 1일부터 진천선수촌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예년보다 훈련 시작 시점이 많이 늦었다. 그래도 대만 윌리엄존스컵 대회와 호주 전지훈련을 갖는 등 나름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3년 연속 대표팀을 맡은 '젊은 명장'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도 2년 전 태국 방콕 대회 준우승,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을 통해 국제무대서도 검증을 받았다. 24일 장위동에서 만난 위 감독은 "쉽지 않겠지만, 목표는 우승"이라고 했다.
▲우승? 쉽지 않다
아시아 여자농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전력 격차가 있었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에 밀려 아시아 3인자에 머물렀던 일본이 수년간 여자농구에 투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은 2013년 방콕 아시아선수권서 우승하며 아시아 1인자로 올라섰다. 한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서 일본에 30여점 차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때부터 일본 여자농구의 잠재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 2년 전 방콕 아시아선수권대회서도 예선과 결승전서 일본과의 격차를 여실히 느끼며 패배했다.
이번 대회에도 일반적인 예상으로는 일본의 대회 2연패를 점치는 분위기. 일본 여자농구는 황금기를 맞았다. 주전 센터 도카시키 라무(192cm)는 WNBA 시애틀 스톰에서 맹활약 중이다. 골밑에서의 파워와 테크닉, 정확한 중거리슛이 단연 돋보이는 아시아 최고 센터. 이밖에 마미야 유카, 다카다 마키, 요시다 아사미 등 주전들의 기량에 물이 올랐다. 신장이 압도적인 건 아니지만, 포지션 파괴가 가능할 정도로 수준급 테크닉과 운동능력을 지녔다는 평가. 더 이상 작고 테크닉이 떨어졌던 과거의 일본 여자농구를 생각하면 안 된다. 한국보다 인프라와 저변이 훨씬 두텁다. 한국이 지난해 아시안게임서 우승했지만, 당시 일본과 중국은 스케줄이 겹친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파견했다. 한국은 일본 2진을 겨우 눌러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아시아 1인자를 자처했던 중국 남녀농구는 최근 2~3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일찌감치 자국에서 열리는 올해 남녀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맞춰 세대교체를 실시했기 때문. 위성우호 역시 2년 전 방콕 아시아선수권 예선과 준결승전,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서 중국에 잇따라 승리했다.
그러나 대표팀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 중국 여자대표팀은 세대교체를 어느 정도 완성하면서 전력이 좋아졌다. 지난 1~2년간 노출된 중국 여자농구는 기본적인 역량과 테크닉이 좋은 선수는 많았지만, 국제무대 경험이 떨어졌다. 20대 초반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기 때문. 중국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위 감독도 "워낙 농구 저변이 넓어서 신장과 테크닉이 좋은 선수가 많다. 이번에는 만만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귀화선수 조이 버크를 영입한 대만도 결코 쉽게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중국과 2위 경쟁을 치열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우호의 내부 사정은 결코 좋지 않다. 아시안게임까지 베테랑들 위주로 전력투구한 뒤 이번 대회를 통해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했다. 고교생 박지수를 성인대표팀에 다시 선발했고, 15년 이상 대표팀에 봉사했던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를 제외했다. 냉정히 볼 때 최근 5~10년 중에서 가장 약한 전력. 포스트가 약하고, 승부처에서 득점을 해줄 수 있는 검증된 자원이 부족하다. 그나마 WKBL의 풍족한 지원, 검증된 위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으로 버텨내고 있다.
▲희망은 있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대표팀 세대교체는 필요했다. 사실 한국도 지난 몇 년간 세대교체를 조금씩 했다. 이번에 베테랑 3인방을 제외하면서 절정을 이뤘는데,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현 시점이 가장 적절했다. 사실 지난 수년간 대표팀의 이미선, 신정자, 변연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측면이 있었다.
현재 대표팀의 신구조화는 이상적이다. 베테랑 임영희가 있는데다 대표팀 경력을 많이 쌓은 김단비 김정은이 있다. 가드진에는 재능 넘치는 이경은 박혜진에 최근 급속 성장한 홍아란 김규희가 버티고 있다. 포워드진에는 강아정이 가세했다. 4~5번으로는 주전 빅맨 양지희를 비롯해 배혜윤 곽주영 박지수가 있다. 이들 모두 개개인의 장점과 잠재력이 있다. 위 감독도 "결국 이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극복해야 한다"라고 했다. 오히려 상대 국가들이 베테랑 3인방이 빠진 한국 전력을 혼란스러워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여자농구서 지략가로 통하는 위 감독의 용병술이 가미된다. 박혜진은 "감독님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 세부적으로 대비책을 지시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위 감독도 "2년 전 아시아선수권대회와는 다른 전술을 1~2가지 준비했다"라고 털어놨다. 한국의 약점은 최소화하고,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특성을 지닌다. 위 감독은 전술 공개를 꺼렸다. 대신 "우리은행에서 시도했던 전술들보다는 수준이 높다"라고 했다. 상대 팀들의 레벨이 높은 만큼, 기존에 국내에서 해왔던 존 프레스같은 전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결국 높이 약점을 메우기 위한 지역방어를 변칙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에 혼란을 주기 위해 승부처에서 간헐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일본, 중국의 임기응변능력도 시험할 수 있다.
위 감독은 "예선부터 전력투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풀리그는 4위만 해도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그러나 여자농구는 남자와는 달리 흐름과 분위기에 민감한 특성이 있다. 위 감독은 처음부터 일본, 중국을 상대로 기싸움에서 밀리고 싶지 않다. 다만, "예선 자료를 분석, 결선에 활용할 텐데 처음부터 일본과 중국에 (전술, 전략을) 다 보여줄 필요가 있나"라는 질문에는 "그 말도 맞다"라면서 고민스러워했다.
예전보다 대표팀의 전망이 밝은 건 아니다. 하지만, 움츠러들 정도로 절망적인 건 절대 아니다. 대표팀은 좋지 않은 주변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현 상황에선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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