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최대훈과 윤석현은 뮤지컬 '여신님을 보고계셔' 사연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지난해 삼연 무대에 함께 섰던 두 사람은 사연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게 더 단단해진 기운을 느끼고 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총성이 빗발치는 한국전쟁 한 가운데 조용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한국군과 북한군이 모두 살아남기 위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작전을 펼치며 희망과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최대훈은 악명 높은 냉혈한 북한군 상위 이창섭 역, 윤석현은 속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북한군 조동현 역을 맡았다.
최대훈, 윤석현은 현재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익숙하다고 마냥 좋은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 새롭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잊지 않는다. 장점은 더 발전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 작업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최대훈은 "더 가까워지고 편해졌다. 예전에는 그 속으로 들어가는 도움닫기가 많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조금 덜해졌다"며 "순간 순간 익숙함에서 오는 굳은 고정관념들을 깨려고 하는데 어쨌든 우리가 좋았던 기억이 있으니까 자유롭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현은 "우리가 갖고 있던 익숙함과 편안함으로만 자리 잡으면 거기에 한해서만 연기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배우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내면서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가운데 최대훈, 윤석현은 서로에게 익숙함에서 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캐스트가 많아 오랜만에 만나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기운은 남다르다.
"(윤)석현이와 함께 하면서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느끼죠. 그 기운이 단단해졌다는 걸. 꽉 차게 됐다고 할까요? 이제는 용 쓰지 않아도 서로의 기운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어요. 그 감정에 몰입할 수 있는 시점이 된 거죠."(최대훈)
"(최대훈) 형이랑 공연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삼연 때도 물론 서로 좋은 기운을 갖고 연기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형이랑 하면 편해요. 좀 더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죠. 제가 더 힘을 쓰지 않고서도 형의 기운을 받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거예요."(윤석현)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일까. 두 사람은 똑같이 했다고 느꼈지만 연습 때도 다른 이들은 이들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연기를 위한 연기라기보다 상황과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더 깊게 표현하게 됐다는 것. 보는 사람까지도 편안해질 수 있는 호흡이 자연스레 나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극중 캐릭터 역시 더 가까워졌다.
윤석현은 "이번에 연출님이나 음악감독님, 스태프 분들이 '너는 그냥 조동현이다'라는 말을 하더라"며 "최고의 찬사인 것 같아 뿌듯하다"고 고백했다.
"그런 말을 듣기 위해서 연기하는건 아니지만 연습할 때 연출님이 딱 '넌 그냥 조동현이다' 이 말을 하는데 그런 말을 처음으로 들어봤어요. 그 배역의 이름을 갖고 '너는 그냥 누구다'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거죠. 더 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덜 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익숙해지지 말자'만 생각하고 연습했는데 기분 좋았죠."(윤석현)
최대훈은 "이번에 느낀게 있다. 우리가 꽤 많이 공연을 했고 대본도 봤는데 또 다르더라"며 "뭔가 체득이 되고 진짜를 이해하게 된 시점이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외웠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것보다는 진짜 많이 봐야 되는 것 가타요. 이 장면을 외웠다고 끝이 아니고 우리가 진짜 많이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보는 사람들도 그 부분이 보이게 된 거죠."(최대훈)
그렇다면 사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윤석현은 "나는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삼연 때 아직 풀리지 않은 무언가가 되게 많았다"며 "매번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인물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할 것들이 많아 더 하고싶었고, 부담감이 없었다.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석현 대답에 "서로 금칠해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이라고 입을 연 최대훈은 윤석현에게 "너는 한 번 더 하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기분 좋았던 게 사실 대본만 봤을 때는 조동현 역할이 인물로만 보면 정말 안 보이는 캐릭터였거든요? 근데 (윤)석현이가 연기하는 조동현은 관객들 사이에서도 언급이 많이 되더라고요. 모든 인물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사실 주화나 동현은 그런 임팩트를 주기 어려울 수 있잖아요. 도움닫기가 너무 짧으니까요. 근데 이번에는 많이 언급되고 더 좋아졌다는 얘기가 들리니까 옆에 있는 저로서는 참 좋았죠. '보일 수 있구나' 싶었어요. 사연 하길 정말 잘 한 것 같아요."(최대훈)
윤석현은 사연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지만 사실 최대훈은 부담을 느꼈다. 이전과 비교해 어떤 것을 더 잘 어필해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염려했다. 그는 "이런 부담은 재연, 삼연하는 모든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 느낄 것 같다"고 정리했다.
그렇게 '여신님이 보고 계셔' 사연에 합류한 최대훈, 윤석현은 서로에게 더 각별해졌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호흡은 더 잘 맞았고, 무대 위에서도 더 상대역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최)대훈 형을 형으로서 얘기하자면 그냥 제 형같은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계속 작품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저 같은 경우 속을 터놓고 얘기하고 정말 친하다고 느낄 정도의 사람을 만난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해엔 아예 공연을 안 하려고 하기도 했었죠. 그 때 형을 만났는데 그냥 형 같은 느낌이었고 이제는 서로 그냥 좋아요.(웃음)"(윤석현)
"'걘 진짜 착하고 좋은데 일을 못해' 이런 말 하잖아요. 착한건 착한거고 일 잘 하는건 일 잘하는 거니까. (윤)석현이는 특별한 계기 없이도 편하고 착한데 일도 잘 하니까 효과가 더 커진 것 같아요. 평소에도 진짜 열심히 하는데 막 우리가 고민하고 해결하지 못했던 것을 찾으면 눈알이 빠질 것처럼 크게 뜨고 쩌렁쩌렁한 소리로 얘기해요. 옆에서 보고 있다가 '대~단한거 찾았다~'라고 놀려요.(웃음)"(최대훈)
최대훈 말에 윤석현은 본인은 몰랐다는 듯 멋쩍어 했다. "내가 그랬나"라며 본인도 신기한듯 미소를 띄우며 최대훈 말에 귀 기울였다. 최대훈은 "그런 석현이 모습이 좋다"며 어릴 때 선배들이 혼자 하지 말고 함께 하라고 했던 조언을 윤석현을 통해 깨닫고 있다고 했다.
"주는 게 있어야 받아치는 게 있잖아요. 이제 조금은 그런 부분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잘 주고 잘 받는 것에 대한 어떤 기분 좋음을 석현이로 인해서 느꼈죠. 연기할 때도 진짜 많이 주고 그러니까 제가 여유만 된다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예요. 아무래도 공연 같은 경우엔 아무리 맞춰봐도 완벽하게 조절하는 게 쉽지 않은데 석현이와는 잘 맞아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요."(최대훈)
윤석현 역시 최대훈에게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제3자로 지켜봤을 때 최대훈이 흩어진 것들을 잘 모아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같이 느끼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형도 나랑 비슷한걸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고 연기도 편해진다.
"형이 얘기했던 것처럼 조동현은 보이기 쉬운 역할이 아니에요. 그래서 지난해엔 더 부담이 됐었죠. '내가 과연 조동현을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뭔가 더 하려고 하고 더 보이려 했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조동현이라는 인물로 더 보여질까 고민한 거죠. 올해에는 그런 생각들을 전혀 하지 않아요. 형이 '뭔가 더 하려고 하지 말자'고 하더라고요."(윤석현)
"나이가 들어서인 것 같은데 뭔가 더 줘야지 한다고 받게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슬프다고 '나 슬퍼' 이게 아닌 거죠. 슬픈 일이 있을 때 친구를 만나면 먼저 울고나서 눈물 닦고 얘기할 때도 있고 웃으며 얘기해서 더 슬퍼보일 때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고찰의 시간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다 온 것 같아요. 힘을 더 빼게 된 거죠. 익숙한 공간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에는 힘을 주지 않잖아요."(최대훈)
뭘 더 하려고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달라진 점은 있다. 최대훈은 "하려고 하면 할수록 기본적인 감정이 무너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서 바보짓 안하고 순수한 감정을 오롯이 담백하게 표현하게 됐다"며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들이 지난해와의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현은 "지난해에는 사투리 연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죄송합네다!', '알갔습네다!"라며 "조동현의 강직함과 단단함으로 좀 더 힘을 주고 더 조동현스럽게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다 버렸다"고 털어놨다.
각각 이창섭, 조동현 역에 더 깊이 들어간 두 사람이지만 다른 역할에 대한 생각은 없을까 궁금했다. 서로 가까이서 지켜본 만큼 서로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역할을 물었다.
"이건 칭찬인건데 석현이는 동현이가 제일 잘 어울려요. 그걸 제외하면.. 석구를 해도 잘 할 것 같아요. 영범도 잘 할 것 같은데 더 특색있는 석구!"(최대훈)
"아! 저 석구 좋아요. '꽃봉오리' 넘버 진짜 좋아하거든요. 형은.. 개인적인 모습을 많이 봤으니까 춤만 아니면 주화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 되게 여리고 꼼꼼하거든요."(윤석현)
최대훈, 윤석현은 이번 공연을 통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남다른 호흡도 느끼게 되면서 무대가 더 재밌어졌다. 윤석현은 "재밌으면 하루 세번도 할 수 있다"고 고백했고, 최대훈은 "몸을 혹사시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끝나고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놀러가고 싶은 날은 좋았던 날"이라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일을 잘 하면서 계속 좋아하고 있으면 좋아할 일이 또 생기는 것 같아요.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기에요. 다행히도 지금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을 있다는 선물을 주셔서 감사해요. 거창하지 않으면서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연기를 계속 하면서 '배우'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최대훈 하면 '아 저 사람은 배우야' 할 수 있길 바라요."(최대훈)
"정말 마음 먹은대로, 말하는대로 되는 것 같아요. 꾸준히 연기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여러번 느끼지만 제가 어릴 때 너무나 포기를 많이 해서 이제는 중간에 그만두는 걸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해요. 제가 표현하는 감정들을 무대든, 브라운관이든, 스크린이든 잘 느끼게 하는 배우가 되고싶어요."(윤석현)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오는 10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 1관. 공연시간 110분. 문의 1544-1555.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최대훈, 윤석현(첫번째 사진 왼쪽부터).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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