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박찬욱 감독은 한때 자신의 조감독으로 일했던 류승완 감독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는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다.”
과연 그렇다. 류승완(42) 감독은 충무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최고 흥행감독으로 오르는 20여년의 세월 동안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진지함과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사회 부조리나 부정의를 보면 언제나 목소리를 높여 대열의 맨 앞에 섰으며, 영화에선 날선 비판 못지않게 타고난 유머감각을 발휘했다.
그의 영화는 진지하거나 유쾌한 작품으로 나뉜다. 장선우 감독이 ‘나쁜 영화’를 찍고 남긴 짜투리 필름을 가져다 자비 400만원을 투입해 만들기 시작했던 전설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비롯해 ‘피도 눈물도 없이’ ‘주먹이 운다’ ‘짝패’ ‘부당거래’ ‘베를린’이 진지했다면, ‘아라한 장풍대작전’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유쾌했다.
류승완 감독은 태생적으로 ‘부당거래’를 참지 못하며, 부당거래를 일삼는 부패한 권력층을 ‘지옥행 급행열차’에 태워보내는 성격이다.
진지함을 추구했던 ‘부당거래’(276만), ‘베를린’(716만)에 비해 유쾌함을 목표했던 ‘아라한 장풍대작전’(205만)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62만)는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는 ‘부당거래’에서 부족했던 액션과 ‘베를린’에서 아쉬웠던 드라마를 각각 보충해 ‘베테랑’을 찍었다. ‘베테랑’은 사회 비판의 진지함과 성룡 스타일의 유쾌한 액션을 결합시켜 대망의 천만 고지에 올랐다.
류승완 감독은 세계를 도저한 비관주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부당거래’), 언제나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주먹이 운다’ ‘베테랑’). 특히 ‘베테랑’에선 재벌3세의 온갖 갑질에도 굴하지 않고 기어코 승리를 거머쥐는 서민 영웅 서도철을 향해 더욱 더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죄 짓고 살지 말아라.”
정치인이든 권력층이든 재벌이든,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죄를 짓고도 떵떵거리고 살았다. 심지어 자신이 죄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류승완 감독은 안하무인 재벌3세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지옥행 급행열차’에 태웠다. 그는 이제 충무로가 믿고 맡기는 ‘야전사령관’이다.
[사진 = 류승완 감독. 마이데일리 DB]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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