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2루수 정근우는 명실상부 국가대표 '날쌘돌이'였다. 공격과 수비, 주루까지 그야말로 못 하는 게 없다.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은 왜 정근우가 '날쌘돌이'로 불리는지 확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정근우는 30일 두산전에 3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최근 계속해서 2번 타자로 나서다 타순을 옮겼다.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했다. 이날 전까지 3번 타순에서 타율 3할 6푼 8리(185타수 68안타) 3홈런 39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1번(타율 0.306, 62타수 19안타) 또는 2번(타율 0.200, 80타수 16안타)으로 나설 때보다 월등히 좋았다. 이날 권용관이 2번 타순에 배치되면서 정근우는 김태균, 최진행과 함께 클린업트리오에 포진했다.
정근우의 타격감은 대단했다.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곧이어 김태균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시즌 18호 도루. 여기까진 예고편에 불과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3회초에는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도루를 시도했다. 상대 폭투가 나왔다. 이를 틈타 여유 있게 2루를 밟은 정근우는 3루에 안착했다. 번개 같은 발이 돋보였다. 3회도 끝나기 전에 도루 2개를 기록하며 10년 연속 20도루에 하나만 남겨놓은 것. 김태균의 볼넷에 이은 최진행의 안타로 홈을 밟은 정근우는 이날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5회초 1사 3루 상황에서는 기막힌 기습번트 안타로 귀중한 점수를 보탰다. 볼카운트 2B 2S 상황에서 이현호의 초구에 번트를 댔고, 타구는 투수와 1루수 사이로 빠져나갔다. 김태균 타석에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지만 팀에서 중요한 점수를 보탰다는 점은 상쇄할 수 없었다.
기분 좋은 타점을 올린 뒤 수비에서도 팀을 구해냈다. 한화는 4회말 2사 후 두산 데이빈슨 로메로의 볼넷과 오재일의 안타로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김재호의 땅볼 타구는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갈 듯했다. 그런데 정근우가 기막힌 다이빙으로 타구를 멈춰 세웠고, 그대로 2루에 토스해 1루 주자를 아웃시켰다. 그대로 이닝 종료. 선발투수 미치 탈보트를 비롯한 동료들은 끝까지 정근우를 기다렸다가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정근우는 이날 맹활약으로 자신의 시즌 타율을 종전 3할 4리에서 3할 7리(365타수 112안타)까지 끌어올렸다. 6월까지 2할 6푼 2리였던 타율을 2달 만에 4푼 5리나 끌어올린 것. 7월과 8월 44경기 성적은 타율 3할 6푼 2리(163타수 59안타) 3홈런 19타점. 10년 연속 20도루 기록은 다음 기회로 미뤘으나
[정근우(오른쪽)가 미치 탈보트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정근우가 3회초 도루에 성공한 뒤 상대 폭투를 틈타 3루로 달리고 있다.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