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안녕, 예은아. 너의 피아노 선율에 마음이 움직였단다.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편지를 쓰기로 했어. 너의 모습을 본 많은 분들이 손편지로 응원을 하더구나.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편지를 쓸거야.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계절의 환승역에서 가을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영화 ‘기적의 피아노’로 너를 만났어. 태어날 때부터 안구가 없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없는 그 아픈 마음을 내가 어찌 헤어릴 수 있겠니. 예은이는 세상과의 시각적 단절을 피아노를 통해 청각적 소통으로 극복했더구나. 한 번 들으면 음을 잊지 않고 건반으로 표현하는 너의 능력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너는 천재가 맞아. 선천적 능력을 갈고 닦으며 더욱 빛을 내는 노력하는 천재.
선생님도 없이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워 처음 출전했던 콩쿠르에서 너는 난생 처음 실패를 경험했지. 더 낫게 실패하라는 말이 있단다. 너는 그 말을 멋지게 실천했어. 결국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끈기와 용기에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냈단다.
무엇보다 네가 피아노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 연주 실력 뿐 아니라 작곡 능력도 뛰어나더구나. 이진욱 피아니스트와 함께 너의 현재 마음을 즉석에서 연주하는 장면은 오래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아. 무대에 올라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연주하는 대목에선 동화 속 풍경이 떠올랐어. 네가 상상력으로 숲 속을 거닐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뭉클해지더구나.
예은아.
너를 키워준 엄마에게 나를 낳아준 엄마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대목에선 눈물을 참느라 혼났단다. 엄마 말대로, 세상에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의 구분은 없어. 진짜 엄마만 있을 뿐이야. 너를 품에 안고 보듬어주며 음악적 재능을 이끌어주는 지금 네 곁의 엄마가 진짜 엄마야. “신은 자신의 손길이 다 미치지 못하는 곳에 ‘어머니’를 보냈다”는 말이 있어. 아저씨는 네 엄마를 보면서 천사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 역시 엄마가 가슴으로 낳은 천사야.
엄마는 네가 스틱을 잡고 당당하게 걸어가길 바라고 있어. 겁이 많은 예은이는 아직까지 두려워 하더구나. 네가 첫 번째 콩쿠르에서 떨어지고 두 번째에 입상했듯이, 처음엔 부딪히고 넘어지다가 그 다음엔 더 잘 걸을 수 있는거야.
영화의 첫 시작은 어느 추운 날, 네가 엄마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장면이었어. 마지막은 어느 화창한 날, 엄마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었지. 겨울에 시작한 너의 이야기는 햇볕이 따사로운 여름에 끝나더구나. 임성구 감독은 앞으로의 네 삶에 언제나 햇볕이 내려쬐길 바랐을 거야.
예은아.
우리는 네게 빚을 지고 있는거야. 피아노 연주로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들려주니까.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 피아노 선율이 들려오면 네가 쓴 답장으로 알고 있을게. 그럼, 몸 건강히 잘 지내렴.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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