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은 샌드위치 신세다.
2위 싸움은 혼돈 그 자체다. 6일 현재 2위 NC(69승50패2무, 승률 0.580), 3위 두산(68승52패, 승률 0.567), 4위 넥센(68승54패1무, 승률 0.557)이 치열한 경합 중이다. NC와 두산은 1.5경기, 두산과 넥센은 1경기 차다. 그리고 2위 NC와 4위 넥센은 2.5경기 차.
시즌 막판에 접어들었다. NC와 넥센이 23경기, 두산이 24경기만을 남겨뒀다. 현 시점에서의 1~2경기의 체감거리는 시즌 초반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도 워낙 연승과 연패가 많은 올 시즌이다. 세 팀의 전력과 최근 흐름을 볼 때 2위 주인공은 오리무중이다. 세 팀은 시즌 막판 2위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게 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되면서 정규시즌 2위, 3위, 4위의 중요성은 확실히 남다르다. 한 단계라도 높아야 유리하다.
▲NC·넥센의 상황
자세히 살펴보면 NC, 넥센이 처한 상황과 두산이 처한 상황이 묘하게 다르다. 2위 NC는 최근 꾸준히 2위를 지켜왔다. 최근에는 삼성과 선두싸움까지 벌였다. 지난 1~2일 창원 2연전서 모두 패배하면서 선두는 다시 멀어진 느낌. 하지만, NC는 본래 목표가 2위 수성이었다. 선두에 도달하지 못한 허탈감은 그렇게 크지 않다. 최근 5경기서 1승4패로 좋지 않지만, 여전히 2위 싸움서 가장 유리한 위치. 현 시점에선 자신들을 1.5경기 차로 추격한 두산을 따돌리는 데 집중하면 된다. NC는 여전히 불펜이 들쭉날쭉한 두산, 선발진 후미가 불안한 넥센에 비해 전체적인 투타밸런스가 가장 안정적이다. 장기 연패에 빠질 확률이 낮다. 2위를 쉽게 빼앗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넥센은 최근 8연승이다. 염경엽 감독은 후반기 초반 몇 차례 "올 시즌에는 한 번도 좋은 흐름을 타지 못했다"라고 했는데, 지금이 바로 가장 좋은 흐름을 탄 시기. 넥센은 최근 극강의 타선과 불펜진의 조화가 돋보인다. 5일 인천 SK전서는 김영민이 완봉승을 따내면서 선발진 후미에도 탄력이 붙었다. 한동안 4위에서 고착화됐던 넥센은 다시 3위와 2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3위 공략에 집중하면 된다. 5위 싸움 중인 롯데, 한화, KIA는 넥센에 무려 9.5경기 떨어져있다. 현실적으로 넥센을 넘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넥센으로선 승부수를 던지다 실패해도 5위로 미끄러질 가능성이 낮다.
▲샌드위치 된 두산
반면 두산은 샌드위치 신세다. 일단 1경기 차로 바짝 추격한 넥센이 두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두산은 3위를 지키는 게 시급하다. 시즌 중반 이후 꾸준히 2~3위권을 지켰다. 시즌 막판 4위 추락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자칫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되면서 3위와 4위의 무게감은 천지차이다. 때문에 두산도 잔여 24경기는 매 순간 한국시리즈 7차전이다.
그런데 두산도 2위 NC를 충분히 추격할 수 있는 상황. NC와의 격차도 크지 않다. 사정권 내에 있다. 2위는 3위와 또 다르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2위는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의 마지노선이다. 올 시즌 두산은 우승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전임 송일수 감독을 계약 1년만에 경질하고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형 감독을 영입한 것, FA 장원준에게 84억원을 푼 것, 시즌 중 대체 외국인선수들을 신속하게 영입한 것 모두 우승을 위한 두산 수뇌부의 과감한 투자였다. 2001년 이후 14년간 한국시리즈서 우승하지 못한 두산이다. 현 시점에서 2위가 욕심나는 건 당연하다.
결국 두산은 넥센을 견제하면서, NC를 끌어내릴 수 있는 위치다. 2위만 지키면 되는 NC, 3위만 보고 달려가면 되는 넥센에 비해 선택지도 넓고, 그에 따른 입지 변동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이는 두산으로선 기회이자 위기다. 자칫 두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넥센과 NC의 행보에 따라 순위가 요동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제부터 김태형 감독의 잔여경기 운영이 상당히 중요하다.
▲두산의 승부수는
그렇다면 두산은 어떻게 움직일까. 잔여경기만 보면 일종의 승부수도 던질 수 있는 시점. 그러나 두산으로선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NC만 쫓다 2위 도약에 실패할 경우 자칫 4위로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 그래서 두산이 쉽게 평소와는 다른 파격적인 선수기용과 운영으로 눈 앞의 1승에 집착할 가능성은 낮다.
김태형 감독은 그동안 순위싸움에 신중하게 대처해왔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라는 원론적인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불펜을 정비하고, 타순을 조정하면서 승리 확률을 높여왔다. 불펜은 여전히 들쭉날쭉하지만, 시즌 초반에 비하면 안정감이 생겼다. 타선 역시 우여곡절 끝에 최상의 라인업을 찾았다. 냉정히 볼 때 두산은 탄탄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장기 연패를 당할 가능성은 낮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있는 불펜을 감안하면 장기 연승이 보장되는 전력도 아니다.
결정적 변수도 있다. 최근 서혜부 부상을 털어낸 더스틴 니퍼트가 곧 1군 불펜에 가세한다. 니퍼트 불펜카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최대약점이 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시즌 막판 마운드를 다시 손질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당연히 순위싸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지금까지 드러난 김 감독의 운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두산은 3위 지키기를 최우선으로 하되, 최후까지 버틴 뒤 상황에 따라 2위도 노려보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시즌 막판이다. 과감한 승부수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면 오히려 신중함이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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