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죽이 되든 뭐가 되든 1대1로 막게 할 것이다."
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모비스와 동부의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 결승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로드 벤슨 수비를 변함 없이 리오 라이온스에게 1대1로 맡길 계획이다. 3일 예선 맞대결을 감안하면 의외의 선택.
모비스는 동부와의 3일 예선전서 67-82로 졌다. 당시 벤슨은 24점 10리바운드로 대폭발했다. 친정 모비스 골밑을 폭격했다. 당시 벤슨 수비는 주로 라이온스와 커스버트 빅터가 맡았다. 유 감독은 라이온스가 계속해서 벤슨에게 뚫렸지만,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팀 패배를 덤덤하게 지켜봤다. 그런 유 감독은 결승전서도 벤슨 수비에 변화를 주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죽이 되든 뭐가 되든 1대1로 막게 할 계획이다. 내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다음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모비스의 고민
3일 동부전은 모비스의 올 시즌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모비스의 메인 외국선수는 라이온스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퇴단 이후 골밑 공격과 수비는 라이온스의 몫이다. 그러나 205cm의 라이온스는 외곽 플레이어다. 지난 시즌 오리온스 이적 후 골밑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골밑 수비 기술은 떨어지는 편이다. 3일 경기서도 자신보다 불과 1~2cm 큰 벤슨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192cm에도 골밑에서 버텨내는 힘이 좋은 커스버트 빅터를 오래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힘과 테크닉에서 라이온스보다 골밑 수비가 좋다고 해도 신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잠깐 맡길 수는 있지만, 긴 시간 상대 장신 외국선수에게 붙이는 건 쉽지 않다. 때문에 모비스 시스템상 라이온스가 벤슨뿐 아니라 앞으로 상대할 팀들의 장신 외국선수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모비스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더블팀은 근본적인 해결책 아니다
물론 '만수' 유재학 감독이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볼 리는 없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유 감독은 "더블팀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별 다른 의미는 없다"라고 했다. 심지어 "더블 팀은 더 좋지 않은 수비"라고 덧붙였다.
신장이 크거나 좋은 테크닉을 지닌 에이스를 상대로 더블팀을 시도하는 건 농구의 기본적인 수비전술. 그러나 더블팀은 시도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나머지 3명의 수비수들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 나머지 3명이 공격수 4명을 커버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빈 공간이 발생하며 움직임이 자유로운 공격수가 생긴다. 재빠른 로테이션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체력적인 부담도 만만찮다. 물론 더블팀을 변형, 골밑에서 기습적인 함정 수비를 시도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오래 활용하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더블팀을 당하는 선수의 패스능력이 좋거나 그 팀 전체적으로 볼 흐름의 유기성이 좋다면 수비 측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벤슨 역시 풍부한 KBL 경험으로 더블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힘 좋은 함지훈에게 상대 장신 외국선수를 맡기는 방안도 있다. 빅터가 출전할 때 효율적인 수비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부처럼 신장이 좋은 선수가 2명 이상인 팀을 상대할 때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모비스 특유의 2-3 매치업 존도 40분 내내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 본래 지역방어는 오래 사용하면 간파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날 랴오닝과 토크 앤 텍스트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동부가 모비스보다 더 강하다"라고 했다. 역시 골밑 위력에 대한 부분이 결정적이다. 유 감독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내가 제 3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사실"이라며 쿨하게 인정했다.
▲또 1대1로 밀어붙이는 의도
결국 이날 결승전 역시 벤슨이 라이온스에게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보통 외국선수간의 맞대결서 특정 선수가 기선을 제압하면, 당한 선수는 시즌 내내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유재학 감독도 그걸 잘 알고 있다. 올 시즌 내내 골밑 수비 강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사실 대안은 이미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냥 당할 유 감독이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굳이 라이온스를 벤슨에게 1대1로 붙이려는 건 숨은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일단 위에서 설명한대로 결국 1대1로 버텨내는 수비가 가장 좋은 결론이기 때문. 결국 라이온스의 맷집을 키워주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어차피 라이온스가 골밑 수비를 잘해내는 게 가장 좋은 결론이라면, 설령 벤슨에게 또 당하더라도 스스로 느끼고 대안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라이온스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차피 모비스는 승부처에서 라이온스의 클러치능력을 활용해야 한다. 그의 수비가 허술하다고 해서 무조건 빼고 갈 수도 없는 운명이다.
한편으로, 모비스로선 미리 그 대비책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 이날 아시아 챔피언십 결승전은 정규시즌 개막 1주일을 앞두고 치러지는 마지막 이벤트다. 모든 팀이 이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향후 모비스 분석자료로 활용할 것이다. 그런 상황서 유 감독은 굳이 벤슨에 대한 대비책, 그리고 약한 골밑 수비에 대한 대안을 섣불리 내놓을 이유는 없다. 상대 팀들이 그걸 보고 또 다시 대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 감독이 이날 라이온스를 벤슨에게 1대1로 붙이는 건 여러 복잡한 이유와 의도가 섞여있다. 혹시 유 감독이 이날 경기 중 벤슨 수비방법을 바꾼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다.
[벤슨을 상대하는 라이온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