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우리는 선발 로테이션 없앴다."
이것이 한화 마운드의 현실이다. 한화는 많은 것을 잃었다. 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7-8 역전패했다. 2연승 후 1패, 별일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패배 충격은 차원이 다르다. 7-4로 앞서던 9회말 필승계투 박정진이 실책이 빌미가 돼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2회초 무사 1, 2루 기회를 날려버린 뒤 12회말 2사 2루 위기에서 박지규에게 끝내기타를 얻어맞아 패했다. 5시간 25분 대혈투 끝에 고개를 숙였고, 무엇보다 에스밀 로저스라는 필승카드를 내놓고 경기를 넘겨준 게 뼈아팠다.
일단 5위 자리를 내줬다. 시즌 전적 60승 65패가 되면서 롯데 자이언츠(60승 64패)에게 단독 5위를 허용했다. 다음날(9일) 승리로 분위기를 바꾸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하지만 쓸 수 있는 투수가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5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 117구를 던진 송창식이 3일 쉬고 선발 등판하는 것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송창식이 아무리 철인이라 하더라도 117구나 던지고 4일 뒤에 등판하는 일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일이다. 송창식이 또 한 번 투혼을 발휘해 승리를 이끌더라도 향후 등판 일정이 다소 꼬일 수밖에 없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 2일 청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우리는 선발 로테이션을 없앴다"고 말했다.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는 얘기다. 현시점에서 에스밀 로저스와 미치 탈보트를 제외하면 고정 선발 요원이 전무하다. 1일 선발 등판했던 안영명이 3일 쉬고 5일 대전 두산전에 구원 등판, 2이닝을 소화했다. 2일 선발투수였던 배영수는 4일 대전 넥센전에 구원 등판해 패전투수가 됐다. 송창식은 5일 선발 등판하기 전 1~2일 KIA전, 3일 넥센전까지 3경기에 연달아 구원 등판했다. 이게 한화 마운드의 현실이다.
순수 구원 쪽만 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윤규진이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1군에서 빠져 있고, 박정진은 지난달 27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4일 쉬고 1일 KIA전에 등판했다. 그리고 무려 일주일이나 쉬었다. 김 감독은 "무리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박정진은 6일 쉬고 전날(8일) 마운드에 올랐으나 ⅔이닝 3볼넷 2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권용관의 실책으로 와르르 무너진 측면이 있으나 볼넷 3개로 동점을 허용한 건 아쉬웠다.
마무리 권혁은 최근 5경기 연속 실점하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지난달 3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사흘 뒤인 2일 KIA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 잡고 1실점했다. 지난 3일 넥센전에서는 2⅔이닝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고, 6일 두산전에서는 ⅓이닝 5피안타 2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홀드를 챙겼지만 힘이 떨어진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전날 LG전에서 1⅔이닝을 잘 버티고 박지규에게 끝내기타를 맞아 패전의 멍에를 썼다. 후반기 21경기 평균자책점은 7.28에 달한다.
그나마 송은범이 최근 2경기에서 3⅓이닝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보여준 게 다행인데, 아직 확실히 계산이 서는 단계는 아니다. 후반기 1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48로 완전히 살아난 김민우도 8월부터 선발(3경기)과 구원(8경기)을 오갔다. 십시일반 힘을 모아 버텨냈는데,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5위 싸움이 한창인 승부처라는 점이 더 뼈아프다. 다 이긴 경기를 역전패하고 6위로 떨어진 후유증도 털어내야 한다.
일단 한화는 9일 선발투수로 송창식을 예고했다. 얼마나 던질지는 알 수 없다. 야구 모른다. 송창식이 또 한 번 100구 이상 던지며 투혼을 불태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 110구를 던진 뒤 사흘 쉬고 4차전에 선발로 나서 102구(6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3실점)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커쇼는 '에이스 당겨쓰기'였다. 한화는 어쩔 수 없이 선발과 구원을 오가던 송창식을 3일 쉬고 마운드에 올리는 것.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송창식은 올해 팀 내 3번째로 많은 54경기에 나갔고, 4번째로 많은 98이닝을 소화했다. 팀 내 소화 이닝 1~3위는 미치 탈보트(132이닝) 안영명(111⅓이닝) 권혁(107⅔이닝)이다. 송창식도 100이닝 돌파를 앞두고 있다. 그의 3일 휴식 후 등판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한화 이글스 송창식.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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