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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T도 만만찮을 겁니다."
지난 7일 개막 미디어데이. 한 취재진이 10개구단 감독들에게 올 시즌 다크호스를 꼽아달라고 했다. 대부분 감독의 입에서 비슷한 팀이 호명됐다. 그러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다른 감독들이 전혀 언급하지 않은 KT를 거론했다. 당시 유 감독은 "KT도 다크호스다. 훈련량이 많았고, 집중력이 좋아 보였다"라고 했다.
유재학 감독은 프로아마최강전 1회전서 조 감독의 KT와 맞붙었다. 당시 모비스가 승리했지만, KT 농구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유 감독은 선수로,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조 감독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유 감독은 조 감독을 KT에 보내줄 당시 "너무 아깝다"라면서도 "잘할 것이다. 워낙 성실한 친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구나 KT가 비 시즌 훈련량이 많았다는 건 농구계에도 소문이 난 상황. 그리고 농구계에서 가장 예리한 시선을 지닌 유 감독의 말이라면 간과할 수 없다.
▲3경기만에 첫 승
조동현 감독이 데뷔 3경기만에 첫 승을 거뒀다. 16일 전주에서 KCC를 18점차로 완파했다. 조 감독은 준비를 많이 했다. KCC가 하승진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서 전태풍, 안드레 에밋 등 단신 테크니션들을 앞세울 것을 감안, 스피드로 맞불을 놓았다. 초반 백업멤버와 마커스 브레이클리를 활용, 변형 지역방어를 선보여 KCC를 1쿼터 단 10점에 묶었고 결국 54점으로 막아냈다. 2-3 지역방어의 변형이었는데, 앞선 가드들의 커버 범위가 넓다는 게 특징이었다. 분명 조 감독이 미리 충분히 준비했던 전술이라고 봐야 한다.
KT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에도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다. 높이도 좋지 않고,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전체적으로 전력 짜임새가 떨어지는 편. 게다가 에이스 조성민은 1라운드서 대표팀에 차출, 뛰지 못한다. 초보 조동현 감독의 지도력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 자연히 하위권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KT는 3경기만에 이겼다. 12~13일 전자랜드, 삼성과의 개막 2연전서 모두 패배했지만, 각각 9점, 2점 차로 무기력하지 않았다. 전자랜드전서 86점을 줬지만, 삼성전서는 76점으로 묶어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보였다. 김준일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라는 트윈 타워를 보유한 삼성을 상대로 2점 차 패배는 나쁘지 않은 결과. 물론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유 감독 예상대로 KT가 만만찮은 팀이라는 게 드러났다.
▲테마가 있다
조동현 감독은 유재학 감독 밑에서 2년간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조 감독이 1999-2000시즌 SK 빅스에 입단했을 때 그를 뽑았던 지도자가 유 감독이기도 하다. 당연히 조 감독은 유재학 감독의 지도철학을 많이 느끼고 흡수했다. 유 감독은 그 누구보다 수비조직력을 강조했고, 선수 개개인의 성장에도 중점을 뒀다. 현재 선수와 지도자로 활동 중인 농구인들 중에서 유 감독을 만나 인생이 바뀐 케이스가 상당히 많다. 물론 조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KT의 상황이 딱 맞아떨어진다. 국내 선수들의 많은 성장이 필요하고, 높이가 열세인 걸 감안하면 올 시즌 KT가 살 길은 수비조직력 강화. 그런 점에서 KCC전 54실점 승리는 의미가 상당하다. 조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게임이었기 때문. 물론 조 감독의 수비농구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는 올 시즌 후 전문가들이 조 감독을 평가하는 핵심적 부분일 것이다.
또 하나. 미디어데이 당시 주장이자 베테랑 박상오는 "예전에는 선수로 같이 뛰었는데, 선수가 되니까 감독님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겠다"라고 했다. 조 감독이 베테랑과 신예 할 것 없이 혹독하게 다룬다는 방증. 그 결과 지난 3경기서 포워드 박철호에 대한 가능성도 확인했다. 지난해 이재도에 이어 올 시즌 박철호가 성장한다면 KT로선 장기적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이렇듯 조 감독은 단 2~3경기만에 확실한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그리고 비전을 제시했다.
아직 KT는 갈 길이 멀다. 지난 3경기서 두 외국선수 코트니 심스와 마커스 브레이클리가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즌 막판 승부처에서 순위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선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KT로선 국내선수들간의 조직력을 다진 뒤 심스와 브레이클리 활용도를 높이는 게 숙제다. 이 역시 조 감독 역량이 발휘돼야 하는 부분이다.
[조동현 감독(위), KT 선수들(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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