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자신의 생일을 하루 앞둔 2015년 7월 24일. 정의윤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팀을 옮긴 날이기 때문이다.
이후 결과는 누구나 알고 있는 그대로다. 이제 정의윤에게 7월 24일은 단순한 생일 전날이 아니다. 사람의 앞 일이야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바꾼 날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정의윤의 SK 이적 이후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리그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에 위치하고 있을까.
▲ 홈런, 타점, 장타율, OPS 등 대부분 리그 상위권
정의윤은 7월 24일과 25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며 7월 26일 넥센전을 통해 SK 데뷔전을 치렀다. 처음부터 강한 인상은 아니었다. 선발 라인업에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잘 맞지 않은 적시타로 체면치레만 했다.
SK 코칭스태프와 팬들이 기다리던 장타가 나오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7월 30일 KIA전에서 선제 3점포를 쏘아올린 것. 이는 올시즌 86타석만에 터진 시즌 첫 홈런이기도 했다.
이후 홈런포가 주춤하던 정의윤은 8월 13일 생애 첫 만루홈런까지 때려냈다. 상대는 다름 아닌 LG였다. 이날 정의윤은 만루홈런 뿐만 아니라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꾸준히 홈런을 추가한 정의윤은 9월 10일 한화전에서 기존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8개)과 타이를 이뤘으며 13일 NC전에서 이를 경신했다. 그리고 16일 삼성전에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데뷔 첫, 데뷔 첫, 데뷔 첫'의 연속이었다.
정의윤은 17일 삼성전까지 SK 유니폼을 입고 45경기에 뛰었다. LG와 SK 성적을 합친 시즌 성적(타율 .291 11홈런 42타점)도 나쁘지 않지만 SK 성적만 떼놓고 보면 여느 거포가 부럽지 않다.
정의윤이 SK 데뷔전을 치른 7월 26일 이후로 한정하면 그는 홈런, 타점, 장타율 등 거포의 자질을 알 수 있는 분야에서 리그 상위권에 올라있다.
그 기간 1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중 정의윤은 홈런 11개를 때려 이 부문 공동 5위를 기록 중이다. 타점은 35개로 12위, 장타율은 .585로 11위다. OPS는 출루율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며 .957로 15위다. 타율도 .306로 나쁘지 않았다.
리그 전체로 보면 압도적인 활약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SK로 한정하면 말은 달라진다. 홈런은 물론이고 타점도 단독 1위다. 장타율도 1위이며 OPS 또한 1위다. 타율 조차 김성현(.326)에 이어 2위에 랭크됐다.
정의윤의 SK행은 정의윤에게도 좋은 일이었지만 SK에게도 '정의윤마저 없었다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성공적인 트레이드였다.
정의윤의 성적이 더 의미있는 점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적 초반만 하더라도 정의윤은 매 경기 주전이 보장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트레이드 선수가 첫 날은 주전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SK 데뷔전부터 주전으로 나서지 못했다.
SK에서의 첫 15경기 중 선발 출장은 9경기 밖에 되지 않았다. 정의윤 자신이 향상되는 실력을 보여줬고 주전 자리는 물론이고 중심타자 역할까지 꿰찰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SK가 시즌내내 빈타에 허덕였다는 점이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1할대 타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타자들이 연달아 안타를 날린 때에는 이 선수 역시 뛰어난 타자로 변신한다. 반면 제 아무리 잘 치는 선수라도 팀 타선 전체가 침묵하고 있는 순간에는 이에 묻어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정의윤은 9월초까지 팀 타선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역할을 해냈고 그 결과 반전 드라마를 써나가고 있다.
▲ 정의윤 트레이드 전후 성적 비교
LG-32경기 타율 .258(66타수 17안타) 2루타 3개 0홈런 7타점 2도루 장타율 .303 OPS .636
SK-45경기 타율 .306(147타수 45안타) 2루타 8개 11홈런(공동 5위) 35타점(12위) 장타율 .585(11위) OPS .957(15위)
[SK 정의윤.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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