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개개인이 성장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
삼성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 시상식, 올스타 투표 등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통합 4연패를 이루며 왕조를 건설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인보다 '팀'으로 강해졌다. 타 팀들이 몇몇 특A급 스타들을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지만, 삼성은 특A급 대신 똘똘한 다수의 A급 스타들을 내세워 강력한 조직력을 다졌다. 팀 성적에선 남 부러울 건 없었지만, 개개인의 가치를 특A급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건 또 다른 측면에선 분명한 숙제였다.
류중일 감독 부임 5년째다. 타선만 보면(마운드는 젊은 새 얼굴 발굴이 더디다.) 2000년대 후반 시작했던 리빌딩은 우승 1~2번과 함께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현재 삼성 야수진은 안정적으로 리빌딩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새 얼굴이 나온다. 이제 삼성은 팀도 강하고, 개개인도 강한 팀이 됐다. 개개인과 팀의 힘이 결합, 통합 5연패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야수 개개인이 성장했는데도, 그래서 삼성은 분명 의미 있는 발전을 이뤘음에도 정규시즌 5연패가 시즌 막판 오히려 만만찮은 분위기다. 삼성(81승52패, 승률 0.609)의 정규시즌 5연패 매직넘버는 11. 삼성의 잔여경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결국 다른 팀들 신경 쓰지 않고 우승하려면 잔여 경기를 다 이겨야 한다는 의미.
▲야수들의 성장
올해 올스타 최다득표 주인공은 이승엽이었다. 불혹의 그를 두고 '성장'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각 포지션별 투표 1위에 오른 선수도 많았다. 결국 올스타전(SK, 두산, 롯데, KT) 당시 야마이코 나바로, 최형우, 이승엽, 구자욱, 김상수가 선발 출전했다. 팬들의 투표 결과이긴 했지만, 그만큼 삼성 야수들 개개인의 무게감이 예년보다 많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시즌 막판 의미 있는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박해민은 18일 대구 두산전서 54~55호 도루를 성공, 지난해 김상수(53개)를 뛰어넘고 역대 삼성 야수들 중 한 시즌 최다 도루를 성공했다. 성공률도 0.887로 대단히 높다.
장기적으로 계속 함께한다는 보장이 없는 외국인타자의 경우 성장을 논하기엔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나바로의 45호 홈런도 의미가 있다. 18일 대구 두산전 스리런포로 1999년 댄 로마이어, 2002년 호세 페르난데스의 역대 한 시즌 외국인타자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이뤘다. 잔여경기를 감안하면 50홈런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최근 페이스가 워낙 좋아 최소 2~3개의 홈런을 더 기대할 만하다. 나바로는 한국야구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지난해보다 올해 한층 성장했다.
부동의 4번타자 최형우도 1100안타를 돌파했다. 600득점도 2개 남긴 상황. 방출 설움을 겪은 뒤 또래보다 늦게 기록을 쌓기 시작한 걸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최형우는 올 시즌 타율 0.322 33홈런 117타점을 기록 중이다. 3년 연속 3할과 2년 연속 30홈런 100타점 돌파가 유력하다. 2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도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니다. (타율이 3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 역시 수년간 4번타자로 뛰며 리그 최고 왼손타자로 성장했다.
이밖에 두 말하면 입 아픈 특급신인 구자욱의 맹활약, 타율 0.311 54타점, 도루저지율 1위(41.5%)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주전포수 이지영, 전반기 최악 부진을 딛고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4년 연속 3할(0.315)에 도전하는 동시에 99타점으로 생애 첫 100타점 돌파를 눈 앞에 둔 박석민 등 삼성 야수들의 의미 있는 성장은 분명 고무적이다. 내야 백업과 대타요원이 다소 부족하지만, 올 시즌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한 조동찬과 김태완을 당장 몇 년 동안은 활용할 수 있다.
▲안심할 수 없다
그런데 안심할 수 없다. 강력해진 개개인을 바탕으로 정규시즌 5연패에 쉽게 골인할 것 같았지만, 은근히 힘겹다. 내부적인 고민과 외부적인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있다. 일단 내부적인 고민은 마운드 약화다. 야수진과는 달리 투수들의 리빌딩 속도는 상당히 더디다. 다른 팀들도 똑같이 안고 있는 고민인데,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심창민은 조금씩 발전 중이지만, 최근 1~2년 크고 작은 부침이 있다. 정인욱은 군 제대 후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딱히 새싹이 많지도 않다는 게 류중일 감독 진단. 올해 신인드래프트서 김승현과 이케빈이라는 좋은 자원들을 뽑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당장 1~2년 내에 즉시전력감으로 성장한다는 보장은 없다. 수년간 우승하면서 좋은 자원을 많이 뽑지도 못했고, 대구, 경북의 아마야구 인프라도 삼성이 꾸준히 지원하고 있지만, 그렇게 강인하지 않다.
삼성의 평균자책점은 4.59로 2위. 객관적 측면에선 여전히 좋다. 하지만, 절대적 기준에선 예전보다 많이 허약해졌다. 30대 초, 중반의 투수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정현욱, 배영수, 권혁, 오승환 등이 빠져나간 공백도 크다. 이 부분은 하루 이틀에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결정적으로 외부적인 어려움이 크다. 이는 삼성이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부분. 바로 2위 NC다. 삼성이 후반기 꾸준히 호성적을 내고 있지만, 쉽사리 매직넘버를 팍팍 줄이지 못하는 건 결국 NC의 선전 탓이다. 최근 6연승 중인 NC는 어느덧 승률 6할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10경기서 8승2패로 6승4패의 삼성보다 좋았다. 결국 승차가 다시 2게임으로 좁혀졌다.
1군 3년차의 NC는 어쩌면 삼성보다 더 미래가 밝은 팀인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팀 컬러가 젊고, 투타 밸런스는 삼성 이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팀 타율 3위(0.290)에 팀 평균자책점 1위(4.37)이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NC는 올 시즌뿐 아니라 앞으로도 삼성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유의미한 발전을 이뤄낸 삼성이라고 해도 안주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계속 진화를 꾀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가깝게는 통합 5연패, 멀게는 명문구단의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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