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부 농구에 활기가 돈다.
동부는 전통적으로 슬로우 템포 농구를 구사했다. 김주성, 윤호영과 외국센터를 중심으로 강력한 높이를 바탕으로 한 수비농구를 했다. 대신 가드진의 깊이가 다소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느린 템포와 저득점, 저실점 농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실제 무수한 성과를 거뒀다. 김영만 감독 부임과 동시에 통합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호 이미지를 회복했다.
상대적으로 역동성, 다이내믹함은 2% 부족했다. 김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직후 "다음 시즌에는 김주성, 윤호영의 비중을 줄이고 빠른 농구의 비중을 높일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김주성과 윤호영의 몸 상태는 썩 좋지 않다. 또한, 현재 윤호영은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운 상태. 지금이 빠른 농구와 다이내믹함이 가미된 농구를 덧씌울 수 있는 적기다.
▲급성장
김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두경민과 허웅의 동시 활용 빈도를 높였다. 승부처에서 베테랑 박지현의 비중을 점점 낮췄다. 그 결과 두경민과 허웅은 현재 동부의 주전 백코트 듀오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사실 지난 시즌까지는 세부적인 약점이 많았다. 두경민은 볼을 오래 끄는 습관이 여전했고, 스크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허웅도 공격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슛 셀렉션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런 약점들을 공수 센스가 좋은 김주성, 윤호영이 많이 메워줬다. 데이비드 사이먼이 매 경기 우직하게 골밑에서 버텨주면서 두경민, 허웅의 낮은 애버리지를 보완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두경민과 허웅이 발전해야 동부 농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역동성과 혹은 다이내믹함도 강화할 수 있다. 하락세의 김주성, 몸 상태를 장담할 수 없는 윤호영에게 더 이상 크게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게 김 감독 견해. 그 결과 김 감독은 두경민과 허웅에게 지난 비 시즌 동안 훈련을 많이 시켰다. 그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프로아마최강전, 한중필 챔피언십 대회서 실전 경험을 쌓은 것도 도움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두경민과 허웅은 시즌 초반 확실히 좋아졌다. 동부는 2승2패로 보합세지만, 두경민이 평균 15.5점, 허웅이 평균 12.5점을 해내고 있다. 물론 4경기라 표본이 작긴 하지만, 두경민은 지난 시즌(7.96점)보다 경기당 2배 정도의 점수를 올리고 있다. 허웅(4.80점)도 2배 이상의 점수를 올리고 있다. 그 결과 동부의 시즌 초반 득점력은 상당히 좋다.
두경민은 움직임 자체가 매우 간결해졌다. 혼자 공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버릇이 사라졌다. 동부 관계자도 "잡스러운 움직임이 없어졌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득점 폭발력을 갖고 있었다. 스크린을 받은 뒤 간결하게 점프슛을 올라가는 과정과 결과가 매우 좋다. 여기에 본래 강점인 저돌적인 돌파력도 여전하다. 허웅도 마찬가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하게 슛을 던진다. 돌파력도 갖고 있고 아버지가 물려준 패스센스도 여전하다. 19일 삼성전서 팀은 졌지만, 허웅은 데뷔 최다 1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대2 공격을 할 때 득점과 어시스트를 늘리면서 동부 핵심으로 성장했다. 데뷔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의 경우 주전과 식스맨 사이에서 어정쩡한 느낌이었다.
▲보완점
김영만 감독은 두 사람을 두고 "좋아진 건 맞다"라면서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맞는 말이기도 하다. 삼성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이제 3경기했다. 더 지켜봐야 한다. 상대가 수비 방법을 바꾸면 흔들릴 수도 있다"라고 했다. 여전히 상대의 강한 압박에 대처하는 능력을 100% 신뢰하지는 않고 있다.
김 감독은 두경민과 허웅에게 번갈아 1~2번 역할을 맡긴다. 기계적으로 1~2번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현대농구에서 그게 옳고, 두 사람의 성장 한계점을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김 감독 시각에 두경민과 허웅은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 동료를 활용하는 2대2 플레이(수비)의 세련됨이 약간 떨어진다. 스크린 과정에서 빈 공간을 슛으로 잘 처리하지만, 상대의 스크린을 대처할 때 파워와 센스가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다. 공수에서 전열이 흔들린 뒤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두경민의 경우 슈팅 기복, 허웅의 경우 파워 보강도 필요하다. 김 감독도 "웅이 같은 경우 파워를 키워야 한다. 경민이는 강약조절을 익혀야 한다"라고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물론 허웅은 상대 공격자를 따라다니는 끈기와 수비 마인드, 두경민은 득점 폭발력이 매우 좋다는 게 농구관계자들의 평가.
두경민과 허웅은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다. 두 사람에겐 김주성과 윤호영, 심지어 KBL 경험이 많은 로드 벤슨의 존재감이 크다. 언제든 두 사람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고 대화할 수 있기 때문. 또한, 2~3년차답게 성장하고자 하는 적극성도 돋보인다. 여기에 현역 시절 다재다능 했던 김 감독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두경민과 허웅의 성장으로 동부의 득점력은 좋아졌고, 확실히 역동성이 업그레이드 됐다. 동부는 시즌 초반 체질개선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무적이다.
[두경민(위), 허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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