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창단 첫 개막 4연승. 올 시즌 전자랜드는 무섭다.
리카르도 포웰이 퇴단하고 안드레 스미스가 입단한 뒤 팀 자체가 더욱 단단해졌다. 본래 많이 움직이면서 톱니바퀴 조직력을 자랑했던 전자랜드. 외곽 위주의 포웰 대신 골밑 위주의 스미스가 가담하며 자연스럽게 전력 내실이 강해졌다. 선수와 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고 평가하기로 유명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전자랜드는 무조건 4강에 간다. 스미스는 몇 년 전부터 봤다. 워낙 좋은 선수"라고 했다.
유도훈 감독은 "포웰이 외곽 70%, 골밑 30%의 비중이었다면, 스미스는 골밑 70%, 외곽 30% 비중"이라고 했다. 실제 스미스는 지난 4경기서 묵묵히 골밑에서 활약하며 전자랜드의 창단 첫 개막 4연승을 진두 지휘했다. 지난 1월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여전히 100% 몸 상태가 아니지만, 개막 직후부터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몸 상태가 더 좋아지면 더욱 맹위를 떨칠 가능성도 있다.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은 지워도 될 것 같다.
▲스미스 효과
스미스는 KBL 정상급 외국빅맨들과 비교할 때 운동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좋은 농구센스를 보유했다. 골밑에서 간결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스텝이 돋보인다. 그리고 부드러운 스핀 무브로 자신보다 큰 외국센터를 자유자재로 요리한다. 힘이 좋아 포스트업을 하면서 골밑에서 공간을 선점하는 능력이 좋다. 골밑에서 버텨내는 수비력도 괜찮다. 심지어 간혹 던지는 외곽슛도 정확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한 공격도 하지 않고 국내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마치 모비스 함지훈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는 듯하다. 지난 시즌 최고 외국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와의 매치업서도 판정승.
전자랜드는 수년간 포웰이 메인 외국선수였다. 외국센터도 보유했지만, 기량 자체가 뛰어나지 않아 전자랜드와 융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스미스는 다르다. 전자랜드 국내선수들 특유의 많은 활동량에 절묘하게 융화되고 있다. 스크린을 활용한 2대2 공격(상대가 스위치를 할 때 순간적으로 공간을 만든 뒤 정병국, 정영삼, 박성진 등이 중거리슛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에 능한 전자랜드인데, 스크린을 건 뒤 적절히 공간을 만들어내며 골밑에서 자신의 득점 확률을 높이거나 반대 사이드의 외곽 찬스를 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전자랜드 특유의 빠르고 간결한 패스 플레이에 융화되면서 개인역량도 100% 발휘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빅맨 1명을 확실히 책임지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의 골밑 도움수비 부담을 줄인다. 많이 뛰는 전자랜드 농구의 아킬레스건을 희석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유 감독도 "국내선수들이 골밑에 5분 정도만 헬프 수비를 들어가면 된다.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체력을 아낄 수 있다"라고 했다. 여기에 주태수가 몸 상태를 회복했다. 부상 중인 이현호마저 돌아오면 스미스 대신 알파 뱅그라가 투입될 때도 골밑 걱정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스미스가 전자랜드의 세부적 약점을 완벽에 가깝게 메워내는 것이다.
스미스는 유럽 몇몇 국가들을 돌며 해외리그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는 "몇 년 전부터 KBL 경기 영상을 챙겨봤다. 내가 KBL에 가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일찌감치 KBL 특성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자랜드의 조직농구 적응도 빠르다. 유 감독은 "센스도 센스지만, 적응력이 좋다. 자신의 주관도 확고하다"라고 했다. 이어 "무릎 근육량이 늘어나면 사이드스텝도 더 좋아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팀 공헌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유도훈 감독의 정중동
전자랜드는 20일 삼성을 잡으며 창단 처음으로 개막 4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유도훈 감독의 자세다. 이겼다고 드러내놓고 기뻐하는 지도자는 없지만, 유 감독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다. 그는 "창단 첫 4연승이라 기쁘긴 한데 기록에 연연해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정중동 자세다. 2라운드 이후를 위해 조용히, 그리고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절대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유 감독은 "지금은 각 팀에서 대표선수들이 빠져나간 상태다. 2라운드 이후 모두 돌아오면 다들 전력이 강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물론 전자랜드도 부상 중인 이현호가 가세하면 골밑 수비에 좀더 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자랜드는 지금이 베스트전력. 다른 팀들이 강해질 것에 대비,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유 감독의 기본적인 마인드. 또한, 전자랜드는 여전히 많이 뛰는 컬러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외곽에서의 원활한 볼 흐름을 위해 스리가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매치업에서 불리해지면서 로테이션 수비를 통해 체력적인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전자랜드는 54경기 장기레이스서 전체적인 체력 조절이 상당히 중요하다.
때문에 효율적인 움직임을 위해 끊임없이 세부적인 약점을 메우는 데 주력한다. 예를 들어 "아직 골밑에서 외곽으로 공이 나갔을 때 움직임이 좋지 않다.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실제 전자랜드는 20일 삼성전 초반 상대 지역방어에 은근히 고전했다. 유 감독은 "평소 잘 깼던 수비인데, 잘 풀리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행보 자체가 장기레이스에서 불확실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시즌에도 전자랜드는 초반 9연패를 결국 극복해냈다.
유 감독은 철저한 학습효과에 의거, 지금이 아닌 미래를 내다본다. "지금은 좋은 페이스지만, 좋지 않을 때 극복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1쿼터에 좋지 않으면 2쿼터에 대처하는 법, 20점 이기고 있을 때 혹은 20점 지고 있을 때 다음을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 된 전력, 그리고 사령탑의 정중동 행보. 전자랜드가 지난 시즌 돌풍 그 이상을 노릴 태세다.
[스미스(위), 유도훈 감독(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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