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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살이 쪽 빠졌다. 평소 80kg을 유지하는데, 요즘은 68kg이다. 김영하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기는 차기작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위해서 감량에 돌입했다. 21일 오후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점심시간에 채소만 먹었다.
“나이 드니까 살 빼는게 쉽지 않네요. 몸무게를 늘리는 건 더 고역스러워요. 촬영 끝나고 뺄 걸 생각하면 괴롭죠. 그 스트레스는 말도 못해요. 100kg 가까이 늘렸던 ‘역도산’ 때는 만사가 귀찮았어요. 감량할 때는 건강해진다는 생각으로 빼요. 그럼 위로가 되거든요.”
그는 인터뷰 하루 전인 20일 제35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서 ‘나의 독재자’로 최우수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박하사탕’ ‘공공의 적’에 이은 세 번째 수상이다. 설경구는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서 속상했는데, 황금카메라상을 받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1년이 지난 영화를 기억해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설경구는 촬영장에서 컷 사인이 나면 제일 먼저 촬영감독의 눈빛을 본다. 직감적으로 ‘몇 번 더 연기해야겠구나’ ‘이 정도면 오케이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김병서 촬영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머리를 긁적인다. 속으로 ‘아이고, 몇 번 더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서부전선’의 이재혁 촬영감독은 굉장히 밝은 사람이예요. 이렇게 밝은 성격의 촬영감독은 처음이예요. 뭐랄까, 사람냄새가 묻어나서 ‘서부전선’과 잘 어울린 것 같아요.”
‘서부전선’은 농사 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영광(여진구)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극중 남복은 첫 아기 이름도 짓지 못한 채 전쟁터에 끌려온 인물이다. 임무를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상과제다. 군인이라기 보다는 군복만 입은 민간인이라고 파악했다.
“데뷔 이후 충청도 사투리는 처음 써봤어요. 고향이 충청도라 쉽게 적응했죠. 사투리 연습도 안했어요. 충청도 사투리는 어리바리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영화적 장치일 뿐이예요.”
극 초반에 산비탈을 뛰어다니는 장면을 연기할 때 풀숲에 발이 걸려 넘어져 손바닥이 찢어졌다. 피가 철철 흘렀다. 급히 양평의 병원으로 달려가 다섯 바늘을 꿰맸다. 설경구가 다친 이후로 촬영장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너무 웃기지도 않고, 너무 비장하지도 않은 영화적 톤이 중요했죠. 이 영화는 세련되지 않은 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
벌에 쏘여 얼굴이 퉁퉁 붓는 대목을 비롯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그런 점이 ‘서부전선’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남복과 영광 모두 집에 가기 위한 절박한 심정에서 티격태격하며 다투다가 웃음을 유발한다.
“‘서부전선’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 보다는 힘 없는 소시민이 전쟁에 희생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어요. 우리는 아직도 분단국가이고, 휴전 중이니까요.”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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