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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올해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는 평일 드라마 중 유일하게 20% 시청률을 넘었다. 흥미로운 소재와 빠른 이야기 전개와 함께 주원, 김태희, 정웅인, 채정안, 조현재 등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수목드라마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가운데 '용팔이'의 최대 수혜자로 배우 배해선을 꼽을 수 있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있는 그녀는 첫 드라마인 '용팔이'에서 황간호사 역을 맡아 뮤지컬 팬들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극중 황간호사는 한신병원 12층 플로어 한여진(김태희)의 전담 간호사였다. 3년간 그녀를 전담하며 한여진에게 집착했다. 한여진을 둘러싼 비밀을 아는 탓에 죽음을 맞아 하차했지만 사이코에 가까운 그녀의 강렬한 연기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용팔이'에서 하차한 뒤에도 배해선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극 '타바스코'에 출연하며 각종 스케줄을 홀로 소화하고 있다. 정신 없이 바쁘지만 다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배해선은 '용팔이' 후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용팔이' 때문에 급작스럽게 소속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모든 일이 너무 급하면 항상 문제가 생기더라"고 밝힌 그는 '용팔이'를 통해 얻은 관심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묵묵히 자신이 해왔던 길을 계속 걸어나가고 있다.
"'용팔이' 후 조금씩 알아보는 분들이 계세요.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알아봐 주시니 당황하기도 하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편한 차림으로 다녀서 황간호사인 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황간호사처럼 머리를 묶으면 '어?' 하시더라고요. 오셔서 '황간호사 맞죠? 팬이에요. 잘 봤어요' 하고 인사하고 가신 분도 있었어요. 조금씩 알아봐주시니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순간 순간 긴장하게 되기도 해요."
무대가 아닌 드라마는 우연한 기회에 시작했다. 앞서 출연 제의를 간혹 받긴 했지만 공연 스케줄과 겹쳐 섣불리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다 메르스 여파로 공연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 때 '용팔이' 제작진에게 연락을 받았다.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하더라도 곧바로 드라마 출연을 결심하는 것은 어려웠을 터. 그러나 배해선은 제작진에게 무한 신뢰를 얻었다. 무대에서의 배해선을 이미 알고 있고, 그녀를 믿고 존중하는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제작진은 황간호사 역으로 연기력이 뒷받침 되는 신선한 얼굴의 배우를 원했다. 그런 점에서 배해선은 완벽했다.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 경험이 많아 연기력이 탄탄하지만 드라마에 출연한적이 없어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얼굴이었기 때문.
"캐스팅 하려고 마음 먹은 분이 공연을 좋아하셔서 제 공연을 보셨었대요. '저 배우와 꼭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거론돼서 너무 좋았죠. 이미 제 공연을 한참 전부터 봤고, 저란 배우를 관심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이 급하지 않고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하고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더라고요. '배역이 크진 않은데 괜찮으실지..'라고 정중하게 제안해준 것 역시 좋았어요. 오디션을 보라고 해도 얼마든지 보겠다고 했죠. 드라마가 처음이고 잘 모르는 것들이 많지만 재밌을 것 같았고, 분량이 적으면 오히려 첫 드라마에 대한 부담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용팔이'와의 첫 만남부터 좋았다. 제작진과의 만남 역시 마음이 편했다. 첫 드라마였지만 자신을 믿어준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동안 무대에서 쌓았던 경험으로 황간호사를 맡아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이 황송했을 정도로 인정 받고 존중 받는 느낌이 그녀를 기쁘게 했다.
그래도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 시청률이 고공행진하는 것은 물론 본성을 드러낸 황간호사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대본 보고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고공행진을 하니 현장에서도 다들 더 책임감 있게 임했다"고 밝힌 그녀는 "더 힘이 나더라"며 첫 드라마 흥행에 행복해 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황간호사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아서 굉장히 의아했어요. 촬영 때는 몰랐는데 지인은 물론 많은 시청자들이 황간호사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시니 신기했죠. 모든게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처음엔 촬영장 구경간 시청자 느낌이었어요.(웃음) 많이 보고 배웠어요. 다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감동 받았죠. 진짜 피곤하고 힘들텐데도 연기자 한 사람, 한 사람 허투루 잡지 않더라고요. 세심한 배려에 감동 받았어요. 시청자들이 황간호사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런 제작진의 세심함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짧지만 분위기가 임팩트 있었잖아요. 정말 잘 표현해주신 덕분이죠."
제작진 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크다. 그는 "김태희, 주원 씨는 물론 정웅인 선배, 박팔영 선생님도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처음이고 어색했지만 그 분들이 계셔서 많이 의지가 됐다"며 "주원 씨는 내가 긴장하고 있으니 편안하게 해주려고 '화이팅'이라고 외쳐주기도 하고 많이 웃어줘서 너무 고맙다. 김태희 씨도 오랫동안 만났던 사람처럼 늘 편안하게 해줬다"고 털어놨다.
배해선은 제작진 및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확실히 배해선의 역할도 컸다. 감독과 많이 상의하며 그녀만의 황간호사를 만들었다. 특수한 상황인 만큼 간호사라기보다 매니저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황간호사는 겉모습은 조신했지만 한여진과 있을 때는 달랐다. 한여진에 대한 집착으로 섬뜩할 만큼 이상 행동을 보였다. 배해선은 "대본상에도 절제미가 있지만 강하게 그려진 면이 있다"며 "어디서도 보지 못한 행동들은 나도 충격?Ю潔駭?고 말했다.
"스테이크를 썰어 먹는 장면, 여진이를 인형처럼 대하며 머리를 빗겨주는 장면, 뺨을 때리고는 화장을 해주는 장면 등은 저도 충격적이었어요. 저 역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난감한 지점이었죠. 황간호사는 절제력이 뛰어나고 감정 조절을 잘 해온 사람인데 주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예민해지고 극도로 스트레스가 쌓인 거라 오히려 더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풀었어요. 황간호사의 사연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해할 수 없는 순간 상상하지 못했던 다른 반응들이 나오니까 '이 여자 뭐야' 하면서 궁금증을 갖고 보게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황간호사의 최후를 맞이한 그녀의 속내는 어땠을까. 배해선은 "다들 황간호사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는 와중에 황간호사가 나와서 죽게 되니까 '허걱' 하셨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더 오랫동안 많은 사연을 갖고 한여진, 김태현(주원) 주위를 돌았어도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의문사를 당하면서 '헉? 뭐야?' 이렇게 생각하게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다들 황간호사가 죽어서 놀랐나봐요. 시청자들 반응 역시 처음엔 '이 여자 뭐냐', '이 여자 나오면 호러가 된다', '기분 나쁘다', '무서워 죽겠다' 등의 반응이었는데 죽고나니까 '긴장감 최고였는데 왜 죽이냐', '황간호사 재밌었는데 뭐냐', '황간호사 살려라', '정체를 밝혀라' 등 관심 있는 반응으로 바뀌니까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이런 큰 반응은 기대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았는데 충분하고 과분한 관심을 받아서 감사해요. 동료 배우들도 정말 많이 봤더라고요. '정말 많은 분들이 보시는구나' 했죠."
첫 드라마부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벌써부터 그녀의 차기작과 행보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용팔이'가 가져다준 행운이 너무 크다"고 전한 배해선은 이 관심을 즐기면서도 자신이 지켜야할 것들을 꾸준히 지켜나갈 계획이다.
"아직도 부족한게 많아요. 드라마를 시작할 때 두려움이 크고 저 자신을 잘 못 믿었는데 '용팔이'를 통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 속 제 연기를 보고 지구를 떠나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는데 시청자 분들이 좋은 얘기 많이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죠. 카메라 앞에서 더 편해지려고 해요. 무대 역시 계속 서야죠. 배해선이라는 배우의 연기를 앞으로도 계속 보고싶어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거예요. '용팔이'는 정말 행복이에요."
['용팔이' 배해선.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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