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숱한 어려움을 뚫고 이뤄낸 첫 기록이기에 남다를 수 밖에 없다.
SK 와이번스 외야수 이명기. 그의 올시즌 전 목표 중 하나는 '규정타석 진입'이었다. 붙박이 주전 선수들에게는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이명기에게는 좀처럼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올해 규정타석이 446타석인 가운데 이명기는 이미 545타석에 들어서 이를 훌쩍 뛰어 넘었다.
▲ 신인 8라운드 지명, 그리고 기나긴 2군 생활
이명기는 2006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에 8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에 들어왔다. 프로팀에 지명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8라운드 지명이라면 상위 지명자에 비해 구단에서의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계약금 역시 3000만원에 불과했다.
프로 생활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타격 능력은 인정 받았지만 1군에 그가 설 자리는 없었다. 입단 3년째인 2008년이 돼서야 1군 무대를 밟았다. 2008년 6경기를 시작으로 2009년 4경기, 2010년 4경기 등 입단 이후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14경기가 그의 1군 경기 전부였다.
이대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었지만 그에게 포기란 없었다. 2013년, 드디어 꽃을 피우는 듯 했다. 26경기에서 타율 .340 1홈런 11타점 6도루 21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것. 이번에는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5월 8일 인천 두산전. 팀은 1-11로 뒤지던 경기를 13-12로 뒤집어 잊을 수 없는 날이지만 이명기에게는 악몽과 같은 날이었다.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히며 발목 부상을 입은 것.
당초에는 두 달 정도면 부상에서 회복돼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복귀 날짜는 점점 뒤로 미뤄졌고 결국 2013년 이명기의 경기 출장은 5월 8일, 부상 입은 그 날이 끝이었다.
부상을 딛고 2014시즌 복귀해 성공적인 시즌을 치렀다. 83경기에 나서 타율 .368 4홈런 28타점 8도루 54득점을 남겼다. 28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정타석 진입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 2015시즌 생애 첫 규정타석 진입
2015시즌을 앞두고 그의 목표 중 하나는 규정타석 진입이었다. 규정타석에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한 시즌동안 꾸준히 경기에 나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실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드디어 9년만에 첫 규정타석 진입에 성공했다. 그것도 여유롭게. 약간의 잔부상도 있고 시즌 초반 슬럼프도 있었지만 비교적 꾸준히 한 시즌을 뛰어왔고 어느덧 545타석에 등장했다.
이에 대해 이명기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기분 좋다"고 생애 첫 규정타석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2군에 한 번도 안 내려가고 경험을 쌓았으니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24일까지 이명기의 성적은 129경기 타율 .316 2홈런 31타점 20도루 83득점. 충분히 훌륭한 성적이지만 여기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그는 올해 아쉬운 점에 대해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하다보니 홈런도 덜 나왔다.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 뒤 "도루 스타트에 대한 부분도 캠프 기간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올시즌 부족한 점에 대해 돌아봤다.
생애 첫 풀타임 시즌이 마침 144경기로 늘어난 시즌이다. 체력에 관한 생각도 솔직히 털어 놓았다. 이명기는 "여름에 힘들었는데 많이 자고 잘 먹으면서 이겨내려고 했다"면서 "솔직히 지금도 약간 힘들다"고 전했다.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상태지만 팀에게는 올시즌 운명이 걸려있는 남은 10경기다. 그는 "기록적으로는 3할이 목표였는데 이건 경기수가 얼마 남지 않아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은 뒤 "목표들을 이룬만큼 이제는 팀이 5강에 꼭 들 수 있도록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괴물들이 즐비한 올해 KBO리그이기에 그의 성적이 아주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8라운드 지명, 그리고 7시즌간 14경기 출장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딛고 차지한 현재 위치이기에 이명기의 올시즌 545타석은 너무나 소중한 결과물이다.
[SK 이명기.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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