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손흥민 효과일까. 국뽕 한사발이라 해도 기분 좋은 변화임에 틀림없다. 손흥민이 가세한 뒤 토트넘 홋스퍼 공격이 손을 잡기 시작했다. 막혀있던 해리 케인의 득점포가 터졌고 지난 여름 전력외로 분류됐던 에릭 라멜라는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인생 경기를 펼쳤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케인의 첫 골을 이끌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 때만 하더라도 물음표가 강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는 야야 투레, 페르난지뉴 등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를 상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놀랄 노자다.
#포메이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의 데뷔골로 승리했던 크리스탈 팰리스전과 비교해 한 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나세르 샤들리 대신 부상에서 복귀한 에릭센이 공격 2선에 이름을 올렸다. 에릭센의 위치는 왼쪽이었고 손흥민은 케인 밑에 선 처진 공격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둘의 포지션은 바뀌었고 후반에는 손흥민이 주포지션인 왼쪽으로 돌아왔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다비드 실바와 빈센트 콤파니 없이 경기를 시작했다. 야야 투레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됐고 페르난도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또 케빈 데 브루잉은 오른쪽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수비에선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틴 데미첼리스가 니콜라스 오타멘티와 함께 센터백을 구성했다.
#전반전
실바의 부재 속에 맨시티는 점유율을 가져가지 못했다. 중앙에 덩치 큰 3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했지만 토트넘과의 힘 싸움에서도 밀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뒤로 물러선 상황에서 맨시티의 첫 골이 나왔다. 토트넘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데 브루잉은 볼프스부르크 시절 자주 선보였던 역습 후 슈팅으로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은 압박과 점유로 경기를 주도했다. 특히 공격 2선의 전방 압박이 위력적이었다. 이는 수치가 말해준다. 라멜라는 무려 8번의 태클을 시도했고 에릭센과 손흥민도 각각 5번과 4번을 시도했다. 이는 양 팀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록이다. 맨시티와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맨시티에선 페르난지뉴만이 혼자서 10개의 태클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선수가 페르난도(4개)였다. 공격 2선이 아닌 포백 앞의 수비형 미드필더 지역에 와서야 압박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오프사이드
어쨌든 토트넘은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종료직전 다이어가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행운이 따른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카일 워커의 오버래핑이 명백한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데 브루잉의 첫 골도 토트넘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워커의 위치는 선심의 완벽한 오심이었다. 케인의 골도 마찬가지다.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헤딩골로 2-1 역전에 성공한 토트넘은 후반 16분 케인의 추가골로 한 골을 더 앞서갔다. 하지만 이 장면도 케인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로 의심되는 득점이었다.
경기 후 포체티노 감독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게 축구다. 오프사이드도 축구의 일부다. 나도 과거 사우스햄튼 감독 시절 맨시티에게 이렇게 실점하며 대패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반대로 됐을 뿐이다”
#후반전
3-1이 되자, 양 팀은 교체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토트넘은 에릭센과 손흥민을 빼고 샤들리와 클린튼 은지에를 잇따라 투입했다. 높았던 점유율은 낮아졌지만, 대신 수비를 두텁게 하고 역습으로 맨시티를 공략했다. 골이 필요한 맨시티는 페르난지뉴 대신 사미르 나스리를 내보내며 4-1-4-1로 전환했다. 교체 효과는 토트넘이 봤다. 발 빠른 은지에는 공격을 위해 앞으로 전진한 맨시티의 뒷공간을 노렸다. 그리고 후반 34분 은지에의 크로스에서 라멜라의 쐐기골이 터졌다. 은지에는 1대1 돌파에서 매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에 교체로 뛰고 가장 많은 4번의 개인 돌파를 시도해 3번을 성공했다.
맨시티는 나스리까지 투입했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데 브루잉과 나스리는 밀집된 토트넘 중앙 수비를 공략하는데 실패했고 스털링과 나바스도 측면을 뚫지 못했다. 토트넘은 맨시티의 측면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 막았다. 토트넘 전체의 태클과 가로채기의 위치가 대부분 측면에 있는 건 그만큼, 맨시티 좌우 날개의 돌파를 잘 막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아구에로의 돌파와 슈팅도 영리한 위치선정으로 막아냈다. 페널티박스 근처와 안에서 8번 상대 공격을 차단했고 헤딩 클리어도 24번 모두 이겼다.
#손흥민
77분을 소화한 손흥민의 볼 터치 횟수는 31번에 불과했다. 패스도 27개였고 이 중 17개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률 63%다. 슈팅은 2개였고 1대1 돌파도 한 번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공격적으론 지난 크리스탈 팰리스전보다 날카롭지 못했다. 그러나 상대가 맨시티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난했다고 볼 수 있다. 공격은 혼자 할 수 없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손흥민 외에 다른 공격수들이 살아난 점은 토트넘 전체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골은 없었지만 수비적인 부분은 칭찬받아야 한다. 맨시티 같은 강팀을 상대로 손흥민의 수비력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4개의 태클을 시도했고 3번을 성공했다. 또 2개의 가로채기와 1번의 공격 차단을 기록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손흥민이 2선 공격수로서 수비적인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은 전방부터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를 압박하는 포체티노 축구에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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