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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위에 올라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는 단연 스페인 출신 플레이메이커 후안 마타(27)다. 과거 첼시 시절 주제 무리뉴 감독에게 외면 받았던 그는 루이스 판 할 감독 아래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마타는 1일(한국시간)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치른 볼프스부르크(독일)와의 2015-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서 페널티킥 동점골을 기록하며 맨유의 2-1 역전승을 견인했다. 결승골 주인공은 크리스 스몰링이었지만 이 경기 최고의 선수는 마타였다.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44개의 패스 중 43개를 성공했다. 성공률 97.7%다. 수비수가 아닌 공격 2선에 위치한 선수가 기록한 수치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심지어 44개 중 공격진영, 즉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성공한 패스는 무려 19개나 됐다. 자연스레 마타의 발 끝에서 5번의 득점 기회가 창출됐다.
맨유에서 마타의 포지션은 4-2-3-1 시스템의 오른쪽 날개다. 하지만 일반적인 윙어와는 다른 룰을 맡고 있다. 왼발이 주발인 그는 오른쪽 측면에서 안으로 파고든다. 패스를 받을 때는 넓게 벌리지만 공이 없는 상황에선 마치 10번(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인다. 멀게는 발렌시아(스페인) 가깝게는 첼시에서 보여줬던 플레이다. 이처럼 마타는 10번에 어울리는 선수지만 자주 중앙과 측면을 오갔다. 특히 첼시 시절 잦은 변화를 겪었다. 2011년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시절에는 4-3-3의 날개와 4-2-3-1의 가운데 ‘3’의 중앙을 모두 뛰었다. 로베르토 디 마테오 체제에서도 비슷했다. 하지만 마타는 중앙에서 더 자신감을 있는 활약을 펼쳤다.
이는 2012년 부임한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에 의해 더 확고해졌다. 당시 베니테즈는 마타를 10번으로만 활용했다. 동시에 마타의 수비부담을 줄이고 공격에 전념하도록 전술을 가동했다. 그 결과 마타는 이시기에 무려 1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도움왕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이 부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13년 첼시로 돌아온 스페셜 원은 마타보다 오스카를 더 신뢰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무리뉴의 전술 철학에 오스카가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무리뉴는 당시 왜 마타를 중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10번으로서 오스카는 창의력 뿐 만 아니라 압박과 수비력까지 갖췄다. 반면 마타는 내가 원하는 축구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마타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가 해온 축구와 나의 축구가 다른 것 뿐이다. 마타는 팀이 공을 빼앗겼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 그는 특별한 선수가 아니다”
결국 무리뉴와 충돌한 마타는 첼시에서 설 자리를 잃었고 2014년 1월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맨유로 이적했다. 하지만 맨유에서의 출발도 순탄하진 못했다. 데이비드 모예스의 경질과 라이언 긱스의 임시대행 체제에서 마타는 혼란을 겪었다.
루이스 판 할이 온 뒤에는 마찬가지였다. 마타는 수비적으로 취약점을 나타냈다. 지난 시즌 기성용의 1호골에 무너진 스완지시티와의 개막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3-4-1-2 시스템의 ‘1’ 공격형 미드필더에 선 마타는 전반 28분 공격 가담에 나선 기성용을 완전히 놓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마타는 기성용이 전진할 때 그를 쫓지 않고 걸었다. 그 결과 기성용은 노마크 찬스에서 손쉽게 득점을 할 수 있었다.
이 경기 이후 마타에 대한 판 할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2~3경기 더 기회를 잡았지만 팀 전체가 부진한 상황에서 마타의 10번 롤은 공격적으로도, 수비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결국 판 할은 루니를 10번으로 내리고 마타를 벤치에 앉혔다. 지난 3월 영국 현지 언론의 헤드라인은 마타가 처한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묘사해준다. 영국 데일리익스프레스는 “마타가 로빈 판 페르시, 라다멜 팔카오와 함께 살생부 명단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판 할의 눈밖에 난 상황에서도 기회는 찾아왔다. 앙헬 디 마리아(파리생제르맹)가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마타에게 찬스가 온 것이다. 올 시즌은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 모든 게 순조롭다. 디 마리아가 떠나고 안토니오 발레시아가 오른쪽 풀백으로 완전히 내려가면서 오른쪽 측면은 마타의 차지가 됐다.
변화가 판 할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타의 활동량이 늘어났다. 두 가지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올 시즌 마타의 평균 패스성공률은 89.8%다. 지난 5시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많이 뛰고 많이 움직인 결과다. 또 하나는 태클이다. 첼시에서 뛸 때 경기당 0.7개였던 태클 숫자가 올 시즌 1.4개로 두 배 늘었다. 수비 가담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마타가 첼시에서 싫어했던 측면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타의 포지션은 4-2-3-1의 오른쪽 날개다. 그 동안 마타는 수비적인 역할이 가중되는 측면을 기피했다. 특히 상대 풀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4-2-3-1의 측면은 마타의 단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수비력이 증가하면서 단점은 사라지고 장점이 늘어났다. 강한 압박이 펼쳐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마타처럼 체격이 크지 않는 플레이메이커는 중앙에서 고립되기 쉽다. 지난 시즌 투톱 밑에서 마타가 고전한 이유다.
하지만 측면에선 보다 쉽게 공을 소유할 수 있다. 볼프스부르크전에서 마타가 두 명의 센터백 달레이 블린트(50개), 스몰링(47개)과 바스티안 슈바인슈바티이거(49개) 다음으로 많은 패스를 성공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공을 자주 터치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사례로 루카 모드리치가 토트넘에서 중앙이 아닌 측면에서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한 것을 들 수 있다. 모드리치는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프리메라리가에선 다시 중앙에서 뛰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때부터 맨유의 딜레마 중 하나는 루니의 위치였다. 루니는 모든 공이 자신을 거쳐가길 원했다. 맨유의 플레이메이커는 루니였고 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카를로스 테베스(보카 주니어스) 그리고 박지성(은퇴)이 함께 뛰었던 시절을 제외하곤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루니는 엄청나게 창의적인 선수는 아니다. 좌우를 가로지르는 롱패스는 환상적이지만 공격진영에서 공간을 보는 눈은 시야가 넓지 않다. 올 시즌 맨유의 측면에서 번쩍이는 마타의 등장이 반가운 건 그래서다.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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